▲ 페네르바체 선수들 ⓒ 페네르바체 홈페이지

[스포티비뉴스=조영준 기자] '배구 여제' 김연경(29)의 소속 팀 페네르바체가 올 시즌 운명이 걸린 경기를 눈앞에 두고 있다.

페네르바체는 오는 13일(이하 한국 시간) 새벽 엑자시바시와 2016~2017 시즌 터키 여자 프로 배구 리그 준결승 2차전을 치른다.

페네르바체는 지난 8일 터키 이스탄불 엑자시바시 스포츠살롱에서 열린 준결승 1차전에서 엑자시바시에 세트스코어 0-3(24-26 19-25 22-25)으로 졌다.

2차전에서 페네르바체는 승점 3점을 얻어야 한다. 3-0이나 3-1로 이겨야 승점 3점을 획득한다. 만약 두 세트를 내주면 페네르바체의 결승 진출은 실패한다. 승점 3점을 획득하면 15점 제로 진행되는 '골든 세트'로 갈 수 있다.

여러모로 페네르바체가 불리한 상황이다. 올 시즌 페네르바체는 5승 3패로 출발이 좋지 못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팀은 끈끈한 조직력으로 리그 14연승 행진을 달렸다. 지난 1월 열린 터키 컵에서는 엑자시바시와 바키프방크를 차례로 꺾으며 우승을 차지했다.

그러나 중요한 유럽배구연맹(CEV)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6 2차전에서 엑자시바시에 발목이 잡혔다. 지난 5일 열린 경기에서 페네르바체는 1-3(31-29 14-25 25-27 23-25)으로 역전패했다. 플레이오프6 1차전에서 3-2로 이긴 페네르바체는 세트 득실율에서 밀려 총 4개 팀이 진출하는 챔피언스리그 결선행에 실패했다.

페네르바체는 나흘 뒤 열린 터키 리그 준결승 1차전에서 설욕을 노렸다. 그러나 정규 리그와 비교해 조직력이 한층 끈끈해진 엑자시바시에 고전하며 한 세트도 따내지 못했다.

유애자(56) SPOTV 배구 해설위원은 "챔피언스리그 1차전에서 엑자시바시의 타이사가 발목 부상으로 실려 나갔다. 이 선수의 부상이 팀 분위기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유 위원은 "타이사의 부상으로 엑자시바시 선수들의 독기가 올라왔다. 원래 이 팀은 세계적인 선수들이 많다 보니 모래알 같았다. 그러나 타이사의 부상으로 팀 분위기가 엑자시바시 쪽으로 넘어갔다"고 설명했다.

▲ 엑자시바시와 경기에서 스파이크하는 김연경 ⓒ 페네르바체 홈페이지

페네르바체는 챔피언스리그 1차전에서 1세트를 듀스 접전 끝에 31-29로 따내며 기선 제압했다. 그러나 엑자시바시의 미들 블로커 타이사 메네제스 팔라시(브라질)가 발목이 돌아가는 부상을 입었다. 발목이 크게 꺾인 타이사의 부상에 엑자시바시는 물론 페네르바체 선수들도 큰 충격을 받았다.

리그 경기에서 엑자시바시는 조직력에 구멍이 있었다. 승부처에서 범실이 나오면 스스로 무너지는 모습을 여러 차례 드러냈다. 그러나 동료가 큰 부상으로 코트를 떠나자 엑자시바시의 집중력은 한층 높아졌다. 반면 페네르바체 선수들은 상대 선수의 부상에 위축됐다.

이런 분위기는 나흘 뒤 열린 터키 리그 준결승 1차전으로 이어졌다. 유 위원은 "엑자시바시와 바키프방크의 선수층은 매우 두껍다"며 "세계적인 선수들이 즐비한데 이 선수들은 리그 경기를 치르는 동안 적절하게 휴식하며 중요한 경기를 대비했다. 반면 페네르바체의 김연경과 나탈리아(페레이라)는 쉴 기회가 많지 않았다"고 말했다.

엑자시바시에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은메달 주역인 세르비아의 티아나 보스코비치와 세터 마쟈 오그네노비치가 있다. 여기에 러시아 국가 대표 팀의 기둥 타티아나 코셀레바와 미국의 조던 라르손, 레이첼 아담스 등이 버티고 있다.

이 선수들은 리그 경기에서 끈끈한 팀 워크를 보여주지 못했다. 그러나 타이사의 부상 이후 정신력으로 똘똘 뭉쳤다. 유 위원은 "리그 경기 동안 팀 워크를 보여주지 못한 엑자시바시가 타이사의 부상 이후 달라졌다. 페네르바체 선수들은 1차전에 모든 것을 걸었는데 진 뒤 동기 부여를 잃었다. 정신적으로 무너진 점이 가장 컸다"고 설명했다.

유 위원은 "시즌이 막바지에 오면 어느 선수나 크고 작은 부상이 있다. 몸 상태도 그렇지만 더 중요한 것은 멘탈이다. 페네르바체는 여기서 무너졌다"고 덧붙였다.

올 시즌 페네르바체의 전력은 지난 시즌과 비교해 떨어졌다. 페네르바체는 김연경을 1년 재계약으로 붙잡는 데는 성공했다. 그러나 세계적인 선수들을 대거 영입한 바키프방크와 엑자시바시와 비교해 전력은 여러모로 떨어졌다.

▲ 나탈리아 페레이라 ⓒ 페네르바체 홈페이지

유 위원은 "사실 올 시즌 첫 경기를 중계하고 난 뒤 페네르바체의 전력이 위태롭게 보였다"고 말했다. 그는 "바키프방크와 엑자시바시는 액업 멤버만 가지고 경기를 해도 중위권에 오를 수 있다. 반면 페네르바체는 백업 선수들의 기량이 떨어져 주전 선수들의 활약이 절대적이다. 김연경과 나탈리아는 쉴 기회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준결승 2차전이 페네르바체의 올 시즌 마지막 경기가 될 수 있다. 유 위원은 "페네르바체에 있는 터키 선수들의 전력은 매우 떨어진다. 특히 리베로가 구멍인 점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그는 "상대 선수들이 서브를 넣을 때 목적타로 리베로 선수들을 겨냥한다. 또 2단 연결도 문제점이다. 이 점이 제대로 연결되지 못해 김연경의 공격 성공률도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유 위원은 페네르바체가 어려운 상황에 몰렸지만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렸다고 밝혔다. 그는 "김연경과 페네르바체는 열세인 전력에도 불구하고 터키 컵에서 우승했다. 그리고 리그에서 연승 행진을 달렸다"며 "스포츠는 실력도 중요하지만 운도 따라야 한다. 남은 2차전에서 정신력을 회복해 임한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SPOTV+는 오는 13일 세벽 0시 55분부터 페네르바체와 엑자시바시가 맞붙는 터키 리그 준결승 2차전을 위성 생중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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