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조영준 기자] 15점 제로 진행되는 골든 세트 8-13에서 페네르바체는 미들 블로커 에다 에르뎀(터키)의 연속 블로킹 득점으로 10-13으로 추격했다. 엑자시바시의 왼손 거포 티아나 보스코비치는 페네르바체의 추격에 따돌리는 백어택 득점을 올렸다.

10-14. 터키 리그 결승 진출을 위해 엑자시바시는 한 점만 필요했지만 페네르바체는 내리 4점을 올려야 듀스를 만들 수 있었다. 기적 같은 대역전 드라마는 이때부터 시작됐다. 페네르바체는 에다 에르뎀의 속공과 블로킹 득점으로 12-14로 점수 차를 좁혔다.

엑자시바시의 세터 마야 오그네노비치(세르비아)는 경기를 끝낼 해결사로 보스코비치를 선택했다. 그러나 보스코비치의 공격은 라인 바깥으로 나갔다. 13-14로 턱밑까지 추격한 페네르바체는 김연경(29)의 블로킹 득점으로 듀스를 만들었다.

무릎 통증으로 경기 내내 힘겹게 경기를 치른 김연경은 마지막 승부처에서 저력을 발휘했다. 중요한 상황에서 보스코비치는 해결사 소임을 다하지 못했다. 반면 김연경은 내리 2점을 올렸고 페네르바체는 짜릿한 역전승을 일궈냈다.

▲ 김연경(왼쪽)과 에다 에르뎀 ⓒ 페네르바체 홈페이지

김연경의 소속 팀 페네르바체는 13일(이하 한국 시간) 터키 이스탄불 부르한 펠렉에서 열린 2016~2017 시즌 터키 여자 프로배구 리그 준결승 2차전에서 세트스코어 3-1(20-25, 25-23 25-15 25-22), 골든 세트 16-14로 이겼다. 페네르바체는 지난 8일 열린 준결승 1차전에서 0-3(24-26 19-25 22-25)으로 졌다. 터키 리그는 3-0이나 3-1로 이겼을 때 승점 3점을 준다. 3-2로 이기면 이긴 팀이 승점 2점, 진 팀이 1점을 받는다.

1차전에서 0-3으로 무릎을 꿇은 페네르바체는 2차전에서 3-0이나 3-1로 이겨야 결승 진출을 결정하는 골든 세트로 갈 수 있었다. 2차전에서 두 세트를 내주면 준결승에서 떨어질 위기에 있었다. 1세트를 내주며 벼랑 끝에 몰린 페네르바체는 이후 내리 3세트를 따냈고 승부를 골든 세트로 이어갔다. 15점 제로 진행되는 골든 세트에서 페네르바체는 16-14로 엑자시바시를 꺾으며 극적으로 결승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김연경은 19점을 올리며 페네르바체를 결승으로 이끌었다. 주장 에다 에르뎀(터키)은 팀 최다인 21점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블로킹 득점이 무려 8점이었다. 나탈리아 페레이라(브라질)도 16점을 올리며 팀 승리에 힘을 보탰다.

준결승 2차전에서 페네르바체는 1세트를 내주며 위기에 몰렸다. 엑자시바시 선수들은 서브 목적타를 페네르바체 리베로에게 겨냥했다. 플레이오프와 준결승 1차전에서 페네르바체의 리시브 성공률은 30%대였다. 상대 리베로가 리시브에 약하다는 단점을 파악한 엑자시바시는 예리한 서브로 페네르바체를 흔들었다.

▲ 2016~2017 터키 여자 프로배구 리그 준결승 2차전에서 스파이크하는 김연경 ⓒ 페네르바체 홈페이지

리시브가 불안한 페네르바체는 시종일관 엑자시바시에 고전했다. 벼랑 끝에 몰린 상황에서 팀을 구한 이는 에다였다. 페네르바체의 주장이자 터키 국가 대표 팀 주전 미들 블로커인 에다는 연속 블로킹 득점으로 분위기를 바꿨다.

김연경은 1, 2세트에서 부진했다. 올 시즌 터키 리그는 물론 터키 컵과 유럽배구연맹(CEV) 챔피언스리그에서 백업 멤버의 도움 없이 뛰어온 그는 무릎 통증에 시달리고 있다. 김연경과 팀 득점을 책임지는 나탈리아 페레이라(브라질)도 무릎이 좋지 않은 상태다.

반면 페네르바체와 비교해 선수층이 두꺼운 엑자시바시는 타티아나 코셀레바(러시아)를 준결승 엔트리에서 제외하는 여유를 보였다. 엑자시바시는 1차전에서 페네르바체를 손쉽게 눌렀지만 2차전에서는 골든 세트까지 가는 접전을 펼쳤다.

골든 세트에서 엑자시바시의 공격수인 보스코비치와 네슬리한은 페네르바체의 추격을 뿌리치는 연속 공격 득점을 올렸다. 여기에 승기를 잡는 서브 득점까지 올리며 13-7로 점수 차를 벌렸다.

페네르바체의 결승 진출 실패는 현실로 다가오는 듯 했다. 그러나 이 상황을 반전시킨 이는 에다였다. 그는 8-13에서 연속 블로킹 득점에 성공했다. 10점이 넘은 뒤에는 속공과 블로킹 득점으로 다 꺼져가던 추격의 불씨를 살렸다.

승부에 마침표를 찍은 이는 김연경이었다. 페네르바체가 13-14로 따라붙은 상황에서 김연경은 천금 같은 블로킹 득점을 올렸다. 14-14 듀스에서 보스코비치는 좀처럼 결정타를 때리지 못했다. 반면 김연경은 상대 코트에 내리꽂는 스파이크를 때리며 전세를 뒤집었다.

15-14로 역전한 페네르바체는 다시 한번 김연경에게 공격 기회를 줬다. 김연경은 망설임 없이 볼을 때렸고 득점으로 연결됐다.

2011년 터키 리그에 진출한 김연경은 6년 동안 에다와 한솥밥을 먹었다. 에다는 스포티비뉴스와 인터뷰에 "6번째 시즌을 (김연경과) 함께하고 있다. 김연경을 정말 좋아하고 좋은 에너지를 갖고 있는 친구다"며 "경기를 할 때나 훈련을 할 때 늘 최선을 다한다. 그가 세계 최고 선수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 극적으로 터키 리그 결승 진출에 성공한 뒤 눈물을 흘리는 페네르바체의 주장 에다 에르뎀(오른쪽) ⓒ 페네르바체 홈페이지

김연경은 "에다는 터키 리그에서 처음 뛸 때부터 지금까지 함께한 멤버다"며 "에다는 주장인데 나는 부주장으로 볼 수 있다"며 웃으며 말했다.

김연경과 에다는 페네르바체 팀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함께 나선다. 새로운 외국인 선수가 들어오면 식사 자리를 마련해 팀에 융화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준결승 2차전에서 페네르바체가 위기에 몰릴 때 김연경과 에다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골든 세트에서 점수 차가 벌어져도 선수들을 계속 독려하며 기를 살렸다.

이들의 노력은 대역전승이라는 드라마로 완성됐다. 10-14로 페네르바체가 뒤질 때 김연경이 3점, 에다가 2점을 올리며 역전승의 주역이 됐다.

페네르바체의 결승 상대는 리그 1위팀 바키프방크가 아닌 갈라타사라이다. 리그 4위에 오른 갈라타사라이는 준결승 1차전에서 바키프방크를 3-0으로 눌렀다. 2차전에서 2-3으로 졌지만 세트 득실율에서 앞선 갈라타사라이는 '최강' 바키프방크를 제치고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터키 리그 결승은 오는 27일부터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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