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이교덕 격투기 전문 기자] "게임이 두뇌 회전에 좋다니까!"

남편이 아내에게 이렇게 말하며 게임기를 사 달라고 한다면? 아마 "정신 차려"라는 잔소리 후폭풍에 시달릴 것이다.

하지만 이 남자만큼은 괜찮을 것 같다. UFC 플라이급 타이틀 10차 방어에 성공한 챔피언 '마이티 마우스' 드미트리우슨 존슨(30, 미국)은 당당하게 게임기를 사 달라고 큰소리칠 수 있다.

그냥 간만 큰 남편이 아니다. 존슨은 한 경기 파이트머니 35만 달러(약 4억 원)를 집으로 가져온다. 딴짓 안 하는 모범적인 남편인데, 유일한 일탈이 게임이다.

훈련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게임 방송으로 푼다. 그는 자신의 게임 플레이를 온라인에서 중계할 수 있는 트위치(twitch)에서 꽤 유명한 BJ(Broadcasting Jockey)다.

존슨은 플라이급 랭킹 3위 윌슨 헤이스(32, 브라질)와 타이틀전을 준비하면서도 게임 방송을 진행했다.

"타이틀 1차 방어전 때부터 훈련하다가 비디오 게임을 즐겨 왔다. 게임은 엄연히 훈련의 일부다. 게임 방송을 하면서 팬들과 소통하게 됐다. 마음을 가라앉힐 수 있다. 사고력과 시야를 넓히는 데에도 도움이 됐다."

이론적인 근거가 없지만, 존슨이 말하니 묘한 설득력이 생긴다.

▲ 드미트리우스 존슨의 타이틀 10차 방어를 축하하며 아내와 동료들이 열 손가락을 펴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사고력과 시야가 넓어져서일까? 존슨은 옥타곤에서 게임 캐릭터처럼 싸운다. 16일(한국 시간) UFC 온 폭스 24 메인이벤트에서도 도전자 헤이스를 게임의 '끝판왕'처럼 이겼다.

너무 강했다. 헤이스가 전혀 따라잡지 못할 정도로 빨랐다. 오소독스와 사우스포 자세를 오가며 날카로운 펀치를 맞혔다. 헤이스가 붙으면 어김없이 복부로 니킥을 찼다.

3라운드 헤이스에게 풀 마운트로 올라가 파운딩을 퍼부었고, 4분 49초 만에 암바로 경기를 끝냈다. 세계주짓수선수권대회 갈색 띠 챔피언이었던 헤이스에게 생애 처음 서브미션 패를 안겼고, 전 미들급 챔피언 앤더슨 실바가 갖고 있는 타이틀 10차 방어와 타이기록을 세웠다.

게임 방송에선 종합격투기를 전혀 모르는 시청자들에게 "난 UFC라는 단체의 챔피언이야"라고 자신을 친절히 소개하는 소박한 BJ이지만, UFC에선 원대한 꿈을 품고 있는 역사상 가장 강한 파운드 포 파운드 랭킹(모든 체급이 같다고 가정하고 매기는 순위) 1위 파이터다.

존슨은 UFC 온 폭스 24 종료 후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포부를 밝혔다.

"시카고 불스에 마이클 조던, 스카티 피펜, 데니스 로드맨이 함께할 때 그들은 할 수 있는 만큼 많은 우승을 원했다. 난 타이틀 10차 방어에 성공했다. 다음 경기에서 타이틀 최다 방어 기록을 깨고 싶다. 13차, 14차 방어도 가능하지 않을까? 한계를 설정할 필요는 없다. 땅 위에서 가장 빠른 사람은 우사인 볼트다. 난 종합격투기에서 가장 빠르다. 그걸 계속 증명하겠다. 15차 방어까지 성공하고 그다음 은퇴하겠다."

아내 허락 없이도 게임기를 살 수 있을 것 같은 존슨이니까, 플라이급 도전자들을 싸그리 돌려세우고 있는 존슨이니까 이 말이 허황되게 들리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고개가 끄덕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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