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한의 '미끄덩'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떠나는 그대여, 울지 말아요 슬퍼 말아요." 첼시에서만 712경기에 출전한 '푸른 피의 사나이' 존 테리가 18일(이하 한국 시간) 이번 시즌 뒤 첼시와 작별한다고 알렸다. 떠나는 전설을 추억하며 찬란했지만 아팠던 그의 과거를 돌아본다. 테리는 첼시의 주장으로 성공을 이끌었지만 유난히 유럽 클럽 대항전 결승 무대에선 불운했다.


러시아 석유 재벌 로만 아브라모비치가 2003년 여름 첼시를 인수했다. 첼시는 '러시안 오일 머니'를 앞세워 프리미어리그 대표 명문으로 성장했다. 구단주의 꿈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제패였다. '스페셜 원' 주제 무리뉴와 챔피언스리그 도전은 번번이 좌절됐다. 2007년 여름 무리뉴가 떠나고 뒤를 이어 아브람 그랜트가 지휘봉을 잡았다. 전임자에 비해 부족한 무게감 때문에 관심을 받지 못했지만, 그는 첼시를 챔피언스리그 결승 무대에 올려놨다. 당시 박지성이 상대하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결승전 상대였다.

한국 팬들에게도 기억에 남는 결승전이다. 2008년 5월 22일(한국 시간) 새벽 한국 팬들이 분통을 터뜨렸다.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 출전 명단에서 박지성이 제외됐기 때문이다. 박지성은 맨유의 결승행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그래서 더 충격적이었다. '알렉스 퍼거슨 경'이 '못된 영감'이 된 순간이었다.


전반 26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머리로 선제골을 터뜨리며 장군을 불렀다. 그리고 전반 추가 시간 프랭크 램파드가 동점 골을 터뜨리며 멍군을 불렀다. 두 팀의 맞대결은 결국 승부차기까지 갔다.

승부차기에 돌입한 모스크바 스타디온 루즈니키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맨유의 선축으로 잔인한 게임이 시작됐다. 호날두는 팀의 3번째 키커로 나섰다. 주춤거리던 호날두가 페트르 체흐 골키퍼에게 페널티킥 방향을 읽혔다. 20대 초반이었던 호날두는 패배 위기에 얼굴을 감싸쥐었다. 나머지 8명의 키커는 모두 페널티킥을 성공시켰다.

첼시의 마지막 키커는 팀의 주장 테리였다. 맨유 에드윈 반 데 사르 골키퍼는 테리의 킥 방향을 읽지 못하고 자신의 오른쪽으로 몸을 날렸다. 첼시의 사상 첫 챔피언스리그 우승은 현실이 되는 듯했다. 그러나 테리는 미끄러졌다. 공은 바깥으로 흘러 골포스트를 강타했다. 테리는 일어나지 못했다.

7번 키커로 나선 니콜라스 아넬카의 슛이 반 데 사르에게 걸리면서 러시아에서 벌어진 잉글랜드 라이벌의 경기는 맨유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그러나 불행은 시작이었다.

[영상] [UCL] 2008년 챔피언스리그 결승, 맨유 vs 첼시 ⓒ스포티비뉴스 정원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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