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엽. ⓒ삼성 라이온즈
[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전통의 명가' 삼성 라이온즈가 좀처럼 힘을 내지 못하고 있다. 19일 현재 3승1무12패로 최하위. 시즌이 시작 된 이후 한번도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마운드는 예상보다 나쁘지 않다. 팀 평균자책점 4.11로 리그 6위에 랭크돼 있다. 경기당 4점 정도면 매 경기 해볼 만한 수준이다.

문제는 타선이다. 팀 타율이 2할4푼8리로 전체 9위에 머물러 있다. 팀 홈런은 8개로 꼴찌 한화 보다 고작 1개 많을 뿐이다. 득점도 60개로 전체 8위다.

가장 고민이 많은 선수는 누가 뭐라 해도 최선참 이승엽이다. 자신의 마지막 시즌을 아름답게 마무리하고픈 마음이 강한 만큼 팀 성적 부진에 대한 부담 또한 크다.

게다가 그는 팀의 4번 타자를 맡고 있다. 외국인 타자 러프의 끝없는 부진은 이승엽에게 마지막 시즌까지 4번 타자로 나서야 하는 중책을 맡기고 있다.

이승엽에겐 지나친 부담이다. 그는 여전히 뛰어난 타자지만 팀의 모든 것을 책임지라고 하는 것은 지나친 일이다. 그는 우리 나이로 올해 마흔 둘이다. 마흔 두살의 타자에게 팀 타선의 핵심 가운데 핵심인 4번 타자를 맡아 달라는 건 무리가 따른다.

4번 타자는 고전적 의미에서만 최고가 아닌다. 여전히 팀 내에서 가장 강력한 타자를 뜻한다. 최고의 능력을 지닌 선수가 맡아야 할 자리다. 4번의 책임감은 다른 타순의 그것과는 분명히 차이가 있다.

이승엽은 "4번 타자에 대한 특별한 부담감은 없다. 지금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아니다. 다른 대안이 없지 않나"라고 말한다. 팀이 원하면 군말 없이 4번이라는 옷을 입고 경기에 나가고 있다.

하지만 기록은 다른 말을 하고 있다. 지난 3년간 이승엽은 4번 타자로서 2할6푼5리의 타율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친 홈런 숫자도 3개에 불과하다. 그가 50타석 이상 들어선 타순 가운데 최하의 수치다.  

그에게 알맞은 타순은 류중일 감독이 주로 기용했던 6번이다. 이승엽은 6번 타자로 3할5푼2리의 고타율과 26개의 홈런을 몰아쳤다. 5번 타자로 507타석을 들어서 친 홈런은 16개. 하지만 6번 타자로서 맞이한 460타석에선 26개나 홈런을 쳤다. 그가 어떤 타순에 어울리는지를 분명하게 보여 주는 수치다.

하지만 팀 사정은 이런 그를 괴롭히고 있다. 4번 타자라는 중책을 맡겨야 할 만큼 절박한 상황이다. 러프가 계속 부진한 탓에 마땅한 대안이 없는 상황이다.

이승엽은 "4번 타자로 나서는 것에 대해 큰 부담은 없다"면서도 "다만 맘처럼 풀리지 않아 많이 속상하다. 좀처럼 뜻대로 경기가 풀리지 않는다"며 답답한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이승엽은 이미 오래전 올 시즌을 마지막으로 은퇴하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그런 삼성에서 외국인 타자가 아니면 4번을 맡아 줄 대안이 없다는 건 매우 큰 문제다. 단순히 올 시즌 1년만이 아닌 장기 침체의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 시즌을 치르고 있는 이승엽만 바라보고 있는 현실 앞에 삼성은 한없이 작아지고 있다. 과연 삼성은 이른 시간 안에 답을 찾을 수 있을까. 어쩌면 속절없는 시간만 자꾸 흘러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