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환 ⓒ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남자 사브르 맏형 김정환(34, 제임스앤컴퍼니)과 여자 플뢰레 맏언니 남현희(36, 성남시청)는 후배들을 위해 검을 놓지 않고 있다.

열 살도 넘게 차이 나는 후배들과 강도 높은 훈련을 함께하며 버티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김정환은 "예전에는 못 느꼈는데, 훈련하고 회복이 늦거나 숨이 찰 때 노장이 됐다는 걸 실감한다"고 말하며 웃었다. 남현희는 "운동을 계속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이 나이에도 된다는 걸 느끼고 있다"고 했다.

국내에서는 물론 세계 무대에서 꾸준히 활약하며 '노장은 살아 있다'는 걸 증명하고 있다. 김정환은 21일 기준으로 세계 랭킹 1위를 달리고 있고, 남현희는 8위에 올라 있다. 두 베테랑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이후에도 꾸준히 국제 대회에 출전해 메달을 목에 걸며 세계 정상급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 김정환 "후배들에게 노하우 전수해야죠"

김정환은 리우 올림픽 이후 은퇴를 천천히 고민해 보겠다고 했다. 그는 "아직 체력과 스피드에서 젊은 선수들에게 밀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우선 2017년 시즌을 뛴 다음에 결정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은퇴를 고민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김정환은 지난 1일 서울에서 열린 SK텔레콤 국제그랑프리 펜싱선수권대회에서는 금메달을 목에 걸며 한국 선수단의 자존심을 지켰다.

김정환은 "(세계 랭킹) 1위에서 금방 떨어질 줄 알았는데, 나가는 경기마다 메달이 나오고 있다. 리우 올림픽 전에는 느끼지 못한 노하우가 생겼다. 내려놓으니까 생각 이상의 결과가 나오고 있다. 기술 외에도 마음을 가다듬는 법을 후배들에게 알려주는 것도 제 몫인 거 같다"고 설명했다.

대회에 나설 때마다 후배들의 경기를 지켜보면서 조언을 아끼지 않고 있다. 김정환은 "후배들이 결정적일 때 노련미가 떨어져서 메달을 못 따는 경우가 있다. 그러면 라커룸에서 '형도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여기까지 왔다'고 조언한다"고 말했다.

이어 "후배들을 보면 제 과거가 떠오르기도 한다. 후배들 경기를 보면서 느낀 걸 선수촌에 가서 하나 하나 알려주려고 생각하고 있다. 후배들과 기본 10살 이상 차이가 난다. 후배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려고 노력했고, 지금은 친구처럼 지내고 있다. 경험을 잘 전수해서 한국 사브르 전통이 끊기지 않게 좋은 본보기가 되고 싶다"고 다짐했다.

▲ 남현희 ⓒ 한희재 기자
◆ 남현희 "출산 이후 제 2의 전성기"  

남현희의 수식어는 '땅콩 검객'이었다. 체구가 작아 붙은 별명이다. 2013년 4월 딸 공하이를 출산한 이후 수식어는 달라졌다. 남현희는 '엄마 검객'으로 불리며 제 2의 전성기를 보내고 있다.

남현희는 "지금은 자기 관리를 더 잘한다고 실력이 향상된다는 기대는 없다. 최선을 다하면 결과가 따라오더라. 국내에서 여자 선수들이 아이를 낳고 복귀하는 경우가 별로 없었다. 첫 스타트를 끊는 사람으로 남고 싶다는 생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리우 올림픽에서 남현희는 32강 문턱을 넘지 못했다. 자신의 4번째 올림픽에서는 꼭 금메달을 따겠다는 각오로 나선 터라 아쉬움이 컸다. 남현희는 "나이가 있어서 운동량을 더 많이 늘려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올림픽 때 몸 관리가 안 된 이유였다. 올림픽 당일 몸에 무리가 왔다"고 설명했다.

리우 올림픽 이후 남현희는 고심 끝에 다시 검을 잡았다. 운동 선수로서 많은 나이와 출산하고 운동 선수로 꾸준히 성공한 아시아 선수가 없다는 2가지가 마음에 걸렸다. 남현희는 유럽 선수들이 출산 이후에도 성공한 사례를 보면서 도전을 선택했다.

남현희는 "아이를 낳은 이후 근육이 뭉치는 일이 많았다. 그런 걸 풀면서 경기에 나가니까 몸이 다르더라. 잘 움직이고 편했다. 이후 월드컵 대회에 출전하면서 몸 관리하는 법을 배웠다. 제 2의 전성기라는 게 있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출산 이후 내 몸 상태를 내가 몰랐다. 14살에 펜싱을 시작해서 32살까지 저한테 맞았던 운동 법이 이제는 맞지 않았다. 출산 전 운동 방법과 완전히 바꿔야 했다. 태릉에서 함께 훈련하는 후배들도 결혼 할 나이가 됐다. 지금은 결혼해도 당연히 운동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바뀐 선수들이 많다. 그런 말을 들으면 뿌듯하다"며 도전을 멈추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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