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북이 '1-2위간 빅 매치'에서 포항에 완승을 거뒀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티비뉴스=전주, 조형애 기자]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많았다. 1999년 유니폼을 재해석한 '레트로 저지'부터 전주를 찾은 깜짝 손님, 그리고 수준 높은 경기력까지 '빅 매치' 다운 한판이었다.

23일 전주종합운동장에서는 전북 현대와 포항 스틸러스의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017 7라운드가 열렸다. 이기는 팀이 리그 1위에 오르는 7라운드 빅뱅. 승자는 전북이었다. 전북은 포항을 2-0으로 꺾고 1위(5승 2무, 승점 17점)를 되찾았다. 3연승을 마감한 포항은 3위(4승 1무, 2패, 승점 13점)를 유지했다.

나흘 전 치러진 FA컵 32강에서 나란히 탈락한 두 팀이지만 후유증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작심한 듯 나선 전북은 '아시아 최강'에 걸맞는 경기력을 뽐냈고 9,105명 팬들은 열광했다. 여기저기 볼 거리가 넘쳤다.


1. 최순호-최강희…감독들의 입담 또는 설전

▲ 전북 최강희 감독의 입담은 여전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상대가 아시아 최강인데, 나도 기대가 커" VS "이 정도면 잘 버텼지. 오늘이 고비지"

"전북이 루즈하게 유도, 강팀이라면 더 압박해야지" VS "그럼 포항전은 계속 루즈하게"

마치 입담 대결이라도 하듯 경기 전후로 이야깃거리가 쏟아져나왔다. 시작은 서로에 대한 견제, 그리고 존중이었다. 최순호 감독은 대뜸 "스코어 맞추기 내기라도 해볼까"라면서 자신 역시 경기 향방이 궁금하다고 했다. "승패를 떠나 팀을 점검하는 데 좋을 것 같다"는 게 최 감독 생각. 그러면서도 "K리그 최강도 아니고 아시아 최강"이라면서 전북을 치켜세웠다. 최강희 감독은 "이정도면 잘 버텼다. 오늘이 고비"라면서 앓는 소리를 했다. "홈에서는 무조건 승리"를 외치는 최 감독이었지만 "포항은 상당히 안정돼 있다. 매 경기 일정 수준을 보여준다"며 상대 칭찬을 했다.

경기 후에는 미묘했다. "전북이 강하다는 것을 강하게 느꼈다"며 담담히 패배를 인정한 최순호 감독은 곧이어 "전북이 경기를 루즈하게 유도한 것 같아 아쉬웠다"고 했다. 이어 "전북이 더 강하게 압박을 해줬더라면 포항의 템포도 더 살았을 것"이라며 "정말 강팀이라면 그런 것(상대를 더 앞쪽부터 압박)을 보여줘야 하지 않나"고 반문했다. 최강희 감독은 특유의 입담으로 맞받아쳤다. "그럼 포항전은 계속 루즈하게 하겠다"면서 "잘하는 걸 못하게 하는데 집중했다"고 준비한 전략을 설명했다. 준비는 주효했고, 경기를 원하는 방향으로 이끈 건 전북이었다.


2. 팬들이 만든 '백승호 깜짝 관중석 팬미팅'

▲ U-20 대표 팀이 전주를 찾았다. ⓒ한국프로축구연맹

경기 외적으로도 흥미로웠다.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코리아 2017을 약 한 달 여 앞두고 준비에 여념이 없는 신태용호 덕분이다. 킥오프 전 왼쪽 가슴에 호랑이가 선명하게 박혀있는 국가대표 트레이닝복을 입은 선수단은 관중석 한켠에 자리잡았다.

최종 명단 발표 전 마지막 소집을 한 U-20 대표 팀은 '스파링'을 위해 전주를 찾았다. 오는 24일 전주대와 26일에는 전북 현대와 연습 경기를 치를 예정이다.

진지하게 '형들' 경기를 지켜보던 신태용호 주변이 북적이기 시작한 건 하프타임이었다. 눈치를 살피던 관중들이 하나 둘씩 대표 팀을 향해 움직였다.

▲ 백승호를 알아 본 관중들. 사진을 함께 찍기 위해 통로에 줄을 섰다. ⓒ조형애

종착지는 백승호(바르셀로나B) 옆. 관중들에 둘러 쌓여 백승호를 보기 어려울 정도였고, 함께 사진을 찍기 위한 행렬은 곧 통로를 가득 채웠다. 하프타임 말미 양 팀 선수들이 입장할 때도 '백승호 깜짝 팬미팅'은 계속되고 있었다. 경기가 시작한 탓에 백승호와 '인증샷'을 찍지 못한 이들은 멀리서라도 백승호를 카메라에 담고 자리에 돌아갔다.


3. '왼쪽 지배자' 김진수 그리고 슈틸리케

▲ 믹스트존에서 만난 김진수. 슈틸리케 감독과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조형애

경기후 믹스트존도 활기를 띄었다. 이날 왼쪽 풀백으로 나서 발군의 실력을 뽐낸 김진수는 "포항이 측면 공격과 수비가 빠르고 뛰는 양이 많다. 나도 뛰는 양에서는 지고 싶지 않았다. 수비 먼저 완벽하게 하고 공격을 하려고 했는데 잘 된 것 같다"고 흡족해 했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8차전 카타르 원정을 앞두고 국내 선수들을 점검하고 있는 울리 슈틸리케 감독 역시 만족스러운 듯 보였다. 그는 경기장을 떠나기 전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김진수를 발견하고는 활짝 웃어보이며 손을 맞잡았다.

슈틸리케 감독과 짧은 교감을 한 뒤 김진수는 "(슈틸리케)감독님은 소속 팀에서 잘해야 한다고 말씀하신다. 소속 팀에서 자신있게 하려고 한 게 잘 되고 있는 것 같다"며 "홈에서 계속 이기고 있기 때문에 누가 대표 팀에 가도 이상하지 않은 것 같다고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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