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근래 가장 뜨겁고 손에 땀을 쥔 엘 클라시코였다. 레알 마드리드가 물러서지 않고 난타전에 나선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FC바르셀로나는 24일(한국 시간) 스페인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열린 2016-17 시즌 프리메라리가 33라운드 레알 마드리드와 맞대결에서 3-2로 승리했다. '기승전결'과 '반전에 반전'이 벌어진 명승부였다.
가장 경기가 재밌다는 펠레 스코어가 나왔다. 두 팀 모두 물러서지 않고 힘싸움을 벌였다. 두 팀을 합쳐 38개의 슛(유효 슈팅 23개)이 나왔다. 마치 누가 더 강력한 공격력을 갖고 있나 다투는 것 같았다. 수비 라인을 굳히고 버티는 소극적인 경기 운영은 없었다. 두 팀 골키퍼가 부지런히 선방 행진을 펼치지 않았다면 훨씬 더 많은 득점이 터질 경기였다.
후반 31분 1-2로 뒤진 상태에서 세르히오 라모스가 퇴장 명령을 받았을 때 그대로 바르사의 승리로 경기가 끝나는 것 같았다. 그러나 지네딘 지단 감독이 교체 카드로 경기를 뒤흔들었다. 끝내 동점을 만들고 레알이 웃는 듯했다.
이 흥미로운 맞대결은 결말까지 완벽했다. 90분 정규 시간이 모두 지났을 때 결승 골을 터뜨린 선수는 이번 경기의 영웅 리오넬 메시였다.
▷ '맞불' 놓은 레알 마드리드
최근 '엘 클라시코'는 바르사가 밀어붙이고 레알이 역습을 펼치는 양상이 많았다. 과르디올라 감독이 바르사를 이끌며 점유율 축구를 완성한 뒤, 레알이 바르사와 정면 대결을 펼치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더구나 레알 대표 공격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빠른 역습과 마무리에 강점이 있다. 수비로 잘 버틴 뒤 호날두의 장점을 살리는 것이 레알의 승리 방정식이었다.
레알은 이번 시즌 내내 주전과 교체 선수들을 두루 활용하면서 '결과'를 냈다. 바이에른 뮌헨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8강에서 1,2차전 합계 6-3으로 승리를 거뒀다. 레알은 유럽 최고의 팀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뮌헨을 꺾으면서 분위기가 오를대로 올랐다.
반대로 바르사의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 챔피언스리그 8강에서 1,2차전 합계 0-3으로 유벤투스에 패했다. 주전 선수와 교체 멤버들의 경기력 차이가 큰 가운데 네이마르까지 결장했다. 불리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자신감에 찬 지네딘 지단 감독은 이번 맞대결에서 정면 대결을 선택했다. 전방 압박으로 바르사를 완전히 무너뜨리려고 했다. 전방 압박은 많은 팀들이 바르사를 잡을 때 꺼내들었던 카드였다. 전반 28분 코너킥에서 이어진 상황에서 카세미루가 선제골을 터뜨릴 때까지만 해도 작전은 적중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전방 압박은 레알에 '양날의 검'이 됐다.
▷ 독이 된 전방 압박, 난타전
레알이 전방 압박을 펼치면서 공간이 늘었고 난타전 양상이 됐다. 전방 압박으로 찬스를 많이 만들 수도 있었지만, 동시에 바르사가 탈압박했을 때 수비적으론 공간을 많이 노출한다는 약점도 있었다. 바르사보단 레알에 문제가 됐다. 레알은 평소에도 불안한 수비를 뛰어난 개인 능력으로 버텨왔다. 개인 능력이 엇비슷한 바르사는 막기 어려웠다. 무엇보다 메시의 컨디션이 바짝 오른 상태였다.
바르사의 공격이 날카롭고 유기적이었다. 동시에 레알 수비도 조직적이지 않고 다소 엉성했다. 전방 압박의 여파로 레알은 수비 간격 유지에 애를 먹었다. 루카 모드리치와 토니 크로스가 공격적으로 활약했지만 수비적으론 눈에 띄지 않았던 이유다. 카세미루는 혼자 무리하게 메시를 막다가 퇴장 위기를 맞기도 했다.
전반 33분 루이스 수아레스가 이반 라키티치의 패스를 흘리면서 메시가 페널티박스까지 순식간에 빠져들었다. 드리블 돌파로 다니 카르바할을 제친 뒤 득점에 성공해 균형을 맞췄다.
후반전도 뜨거운 열전을 벌였다. 마크-안드레 테어 슈테겐과 케일러 나바스 모두 수차례 몸을 던져 공을 걷어냈다. 1대1로 맞선 상황에서도 두 골키퍼를 넘지 못했다.
후반 28분 균형이 깨졌다. 라키티치가 페널티박스 정면에서 토니 크로스를 슛 페이크로 제친 뒤 구석을 찌르는 왼발 중거리슛으로 골문을 열었다. 후반 31분엔 라모스가 메시에게 거친 태클을 해 레드카드를 받았고 바르사가 절대적으로 유리해졌다. 레알엔 엎친 데 덮친 격이었다. 1골과 1명의 차이, 무난하게 원정 팀 바르사의 승리가 다가오는 듯했다.
▷ 판 흔든 지단의 용병술, 그리고 욕심
패색이 짙어가던 후반 36분 지단 감독의 교체 카드가 판을 흔들었다. 지단 감독은 카림 벤제마를 빼고 하메스 로드리게스를 투입했다. 하메스는 이번 시즌 제한된 기회에 끊임없이 이적설이 제기됐던 선수다. 레알은 하메스를 지키는 데 성공했고 빡빡한 일정 속에 출전 기회를 주면서 컨디션 조절은 마친 상태였다. 결국 하메스가 '한 방'을 했다. 투입된 지 4분 만에 왼쪽에서 올라온 마르셀루의 크로스를 왼발로 마무리했다.
2-2 동점은 레알에 나쁘지 않은 결과였다. 승점 1점을 나눠가지면 승점 3점 차를 유지할 수 있었다. 레알은 1경기를 덜 치른 상태다. 우승에 한결 여유가 생길 수 있었다. 그러나 지단 감독은 물러서길 선택하지 않았다. 레알은 10명이 뛰면서도 내친 김에 역전을 노렸다. 애초 경기 전략이 정면 대결이었듯 끝까지 정면 대결을 펼쳤다. 그리고 욕심은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공격적으로 나선 것이 화근이 됐다. 후반 추가 시간 역습 때 메시가 다시 한번 나타나 왼발로 골문 구석을 찔렀다. 만회할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라모스가 있어 11명이었다면…'이란 쓸데없는 가정만 레알 팬들 머리에 맴돌았을 것이다.
▷ '킬러 대결' 승자는 메시, 부진했던 호날두
난타전에선 골 결정력이 중요하다. 필요할 때 두 골을 터뜨린 메시가 침묵한 호날두에 판정승을 거뒀다.
호날두는 모두 8개의 슛을 날렸다. 활발하게 움직였지만 슛이 정확하지 않았다. 후반 20분 아센시오의 크로스를 호날두가 날려버린 장면은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을 장면이었다.
메시는 6개의 슛을 날려 4개의 유효 슈팅을 기록했다. 2골 모두 빼어난 골 결정력을 뽐냈다. 드리블도 7번이나 성공했다. 카세미루는 메시를 막으면서 경고 1장에 더해 구두 경고까지 받아 마테오 코바치치와 교체 됐다. 새로 투입된 코바치치도 메시를 막다가 경고를 추가했다. 라모스는 메시를 막다가 퇴장 명령을 받았다. '장판파를 달리는 조자룡'처럼 메시는 레알 수비진 사이를 휩쓸고 다녔다.
시대를 대표하는 두 영웅은 서로 이기고 지면서 지금까지 왔다. 이번 경기는 메시의 경기였다.
[영상] 5분 하이라이트, 호날두 활약상, 메시 활약상 ⓒ스포티비뉴스 장아라, 정원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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