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영수는 22일 kt와 경기에서 최재훈과 처음으로 호흡을 맞춰 6⅓이닝 2실점 호투로 시즌 2승과 함께 통산 130승을 얻었다.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김건일 기자] "아니 포크볼 사인만 주구장창…"

지난 22일 kt와 경기에서 6⅓이닝 2실점 호투로 선발승을 챙겨 시즌 2승과 통산 130승을 신고한 'KBO 리그 현역 최다승 투수' 배영수는 새 포수 최재훈과 첫 호흡에 적잖이 당황했다.

배영수는 "경기 전 날 불펜 투구를 했는데 슬라이더가 좋았다. 슬라이더를 쓰고 싶었다. 그런데 2회에 장성우에게 슬라이더를 던졌다가 맞았다. 그 이후로 최재훈이 자꾸만 포크볼 사인만 냈다"고 갸우뚱했다.

배영수의 종 슬라이더는 현역 최다승 기록을 도운 무기다. 팔꿈치 수술로 전성기 때 던지던 150km 강속구를 잃었어도 슬라이더가 있어 지금까지 버텼다.

그런데 22일 경기에선 슬라이더를 거의 던지지 않았다. 스포츠투아이가 집계한 투구 분석표에 따르면 배영수는 던진 공 74개 가운데 슬라이더를 6개 던졌다. 반대로 포크볼을 무려 28개 던졌다. 패스트볼(27개)보다도 한 개 더 많다.

배영수는 "다들 알다시피 난 패스트볼, 슬라이더, 체인지업 투수인데 초구부터 주구장창 포크볼을 요구하더라. '이쯤이면 패스트볼 요구하겠지'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포크볼 사인 나왔다"며 "사실 박경수와 대결에서 최재훈이 바깥쪽에 앉았는데 내가 일부러 몸쪽에 던졌다. 그 때 안타를 맞았다. 그 이후로 포수 말 들었다. 모넬과 대결에선 포크볼만 5개 던졌다. 선수 생활하면서 처음이지 싶다"고 웃었다.

대표 구종인 슬라이더를 버리고 포크볼 올인으로 허를 찌르는 작전은 신선한 발상이었다.

최재훈은 경기하고 다음 날 "kt 타자들이 (배)영수형의 슬라이더만 노리는 게 보였다. 그래서 포크볼 사인만 냈다"고 설명했다.

지난 18일엔 한화 유니폼을 입고 첫 경기에서 선발투수 알렉시 오간도가 2회에 흔들리자 볼 배합을 통째로 바꿨다. 경기 초반 변화구가 맞아 나가자 변화구 비율을 줄이고 몸쪽 패스트볼 비율을 늘려 오간도를 7이닝 2실점으로 이끌었다. 팀을 4연패 수렁에서 건졌다. 다음 날엔 카를로스 비야누에바와 맞춰 8이닝 무실점을 엮었다. 최재훈은 "오간도는 스스로 흥분하는 느낌이었다. 변화구로 가라앉히면서 하니까 괜찮아졌다. 오간도는 원래 몸쪽에는 잘 던지지 않는다고 말하더라. 하지만 몸쪽에 던져야 (구위가) 살았다"고 말했다.

오간도는 "최재훈의 리드가 좋았다. 영리하게 리드하는 느낌"이라고 말했고, 비야누에바는 "최재훈과 처음 호흡을 맞췄는데 상대를 많이 연구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믿고 던졌다. 공격적인 리드가 인상적이었다"고 칭찬했다.

최재훈은 두산 시절부터 수비형 포수로 정평이 나 있었다. 창의적인 투수 리드에 강한 어깨와 몸을 사리지 않는 수비력으로 눈도장을 찍었다. 2012년 두산 수석 코치였던 이토 쓰토무(현 지바 롯데 감독)은 "최재훈은 매우 영리한 포수"라며 잠재력을 높게 평가했다. 김태룡 두산 단장은 "최재훈의 트레이드 가치는 10승 투수"라고 말했다.

17일 신성현을 주고 최재훈을 데려온 박종훈 한화 단장은 "두산 시절(2010년 2군 감독) 최재훈을 눈여겨봤다. 어깨가 강하고 투수 리드를 영리하게 하는 선수로 기억한다"고 했다.

최재훈은 23일 kt와 경기까지 모두 선발 포수 마스크를 썼다. 6경기 만에 대체 선수 대비 승리기여도를 0.17로 쌓았다. 최재훈이 오고 나서 한화는 4승 2패로 호조다. 조인성과 차일목의 대체 선수 대비 승리기여도는 각각 -0.28, -0.30에 불과했다. 공격적인 리드에 투구 수도 줄었다. 최재훈이 출전한 6경기에서 선발투수들의 이닝 당 투구 수는 14.8개로 지난해 16.35개보다 적다.

김성근 감독은 "최재훈이 공격적으로, 그리고 침착하게 리드를 잘한다. 도망가지 않는다. 안타를 맞아도 우왕좌왕하지 않는다"고 칭찬했다. 원래 최재훈을 기존에 있던 조인성 차일목을 경쟁시킬 뜻을 밝혔으나 지난 21일 조인성과 차일목을 2군으로 보냈다. 허도환을 올려 보내 최재훈을 중심으로 포수진을 다시 꾸렸다.

포수 출신 지도자들은 대부분 포수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하고 "좋은 투수는 좋은 포수가 만든다"며 한국시리즈 MVP 양의지를 치켜세웠다. 조범현 kt 감독도 같은 생각. 김성근 감독 역시 SK 시절 박경완을 전력의 반 이라고 평가했다.

최재훈의 목에는 부항 자국이 있다. 이적하고 첫 번째 경기에서부터 1루에 출루하다가 넘어졌다. 지난 22일 경기에선 타석에서 공에 맞더니 수비할 때 파울 뜬공을 잡으려다가 넘어지는 바람에 코에 공을 맞았다. 하지만 "할 수 있다"고 툭툭 털고 일어 났다.

최재훈은 한화 유니폼을 입은 첫 날 이렇게 말했다.

"두산에선 '(양)의지 형 뒤에서 열심히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언제까지 뒤에 있을 수 없다. 여기에선 이기고 싶다. 이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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