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축구 명예의 전당에 오른 이들과 오를 자격이 충분한 이들 ⓒ 대한축구협회
[스포티비뉴스=김도곤 기자] 서울월드컵경기장 내 기념관에는 한국 축구 명예의 전당에 오른 역사적인 인물 7명의 흉상이 있다.

지금으로부터 12년 전 한국 축구를 빛낸 7명의 인물이 선정됐다. 2002년 한일월드컵 붐이 남아있었고 대한축구협회 출범 70주년을 맞기도 했다. 시기상으로 완벽했고 이런 이벤트는 팬들의 눈을 사로잡기에도 충분했다. 하지만 명예의 전당은 처음이 마지막이 됐다.

외국의 경우 명예의 전당은 물론이고 각 클럽별로 홍보대사 임무 등을 하는 엠버서더를 선정해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선다. 팬들은 클럽과 나라를 대표한 선수들을 만나는 행운을 받고 클럽은 이에 따른 홍보효과 및 부수효과를 얻는다. 팬이나 클럽이나 일석이조다. 떨어진 축구 인기를 끌어올리기에 이만큼 좋은 것이 없다. 매년 1명씩 추가하기로 한 한국 축구 명예의 전당, 이쯤되면 다시 시작해도 좋지 않을까 싶다.

◇ 한국 축구의 전설 7인

대한축구협회(KFA)는 2005년 3월 17일, 축구 명예의 전당 선수 부문에 고 홍덕영 전 협회 부회장, 고 김용식 전 대표팀 감독, 이회택 전 협회 부회장, 차범근 전 수원 삼성 감독을 선정했고 공헌자 부문에 거스 히딩크 전 대표팀 감독, 고 김화집 전 OB축구연맹 명예회장, 정몽준 협회명예회장을 선정했다. 당시 이들의 이야기를 묶은 '한국 축구의 영웅들'이란 책까지 발간하는 등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섰다.

당시 현직 회장인 정몽준 회장을 제외하고 6인이 먼저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고, 정몽준 회장은 3년 후 임기가 끝난 후 헌액이 완료됐다.

한국 축구 역사에 남을 만한 인물들이었다. 고 홍덕영은 한국의 첫 월드컵인 1954년 스위스 월드컵에 출전해 골키퍼로 활약했고 고 김용식은 당시 대표팀 감독이었다. 이회택은 대표 선수는 물론, 프로, 대표팀 감독을 역임했고 차범근은 두말 할 필요없는 한국 축구의 전설이다.

히딩크 감독은 2002년 한일월드컵 4강을, 정몽준 회장은 그 기틀을 마련했고 고 김화집은 한국 역사장 처음으로 FIFA 국제심판 자격증을 획득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당시 명예의 전당 헌액자를 선정하기 위해 명예의 전당 선정위원회가 구성됐고 3차 회의를 열어 결정됐다. 협회 및 연맹 임원, 축구 전문가, 기자 등으로 구성됐다.

자격조건은 선수의 경우 한국 축구의 보급과 발전에 큰 기여를 한 사람으로 기록, 능력, 청렴성, 인격 등이 고려됐고 공헌자는 지도자, 심판, 행정가를 포함해 현직에서 은퇴한 인물의 축구발전 공헌도를 평가했다.

참석 위원 만장일치로 추천 대상자 25명 중 선수 부문 4명과 공헌자 부문 3명이 헌액대상자로 선정됐다.

◇ 애매한 기준과 중단된 명예의 전당

명확한 기준이 없는 점은 애매해다. 기록이야 눈으로 보이는 증거가 있지만 능력이나 첨령성, 인격은 다소 애매하다. 당연히 포함돼야 할 조건이지만 절대적이진 않다. 축구를 제외하고 온갖 나쁜 행동을 한 디에고 마라도나가 이탈리아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것을 보면 각 나라마다 기준은 천차만별이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기록을 제외한 기준이 구체적이지 않았다. 

당초 계획과 달리 지속적인 선정도 이뤄지지 않았다. 매년 1명씩 헌액하기로 했지만 그 이후 한 명도 없다. 이후에도 명예의 전당에 헌액될 수 있는 인물들이 있다는 언론의 보도가 약간씩 있었지만 이후 선정위원회는 구성되지 않았다. 지난 기간에 2010년 남아공월드컵 16강, 2012년 런던올림픽 동메달 등 많은 성과와 업적이 있었으나 명예의 전당은 이미 오래된 일이었고 사람들의 기억에서 희미해진 지 오래였다. 

명예의 전당 지속 여부에 대해 협회 관계자는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 실무선에서 오간 얘기도 없었다"며 "구체적으로 확답을 드리긴 어렵다"고 밝혔다. 현재 상황을 봤을 때 단발성 이벤트로 그쳤다고 봐도 무방하다.

▲ 허정무부터 박지성까지, 명예의 전당 후보들은 많다 ⓒ 대한축구협회
◇ 명예의 전당 후보는.

선정이 중단된 상태지만 언제든 다시 재개될 수 있다. 10년 넘게 선정자가 없었고 그 기간에 쌓인 업적이 있는 인물은 물론 첫 헌액 당시 아쉽게 명예의 전당에 오르지 못한 인물도 있다.

축구 원로 중에서는 고 장덕진 전 대한축구협회장을 빼놓을 수 없다. 지난 20일 83세의 일기로 별세한 장덕진 전 회장은 재무이사로 축구협회와 첫 인연을 맺었고 이후 회장까지 지냈다. 이 기간에 수많은 실업팀 창단은 물론 선수육성에도 깊은 관심과 아낌없는 지원으로 한국 축구 발전의 초석을 마련했다. 대한축구협회 75주년 공로상을 받은 전 포스코 고 박태준 명예회장도 있다.

선수 부문 후보도 즐비하다. 차범근 전 감독과 한 시대를 풍미한 허정무 한국프로축구연맹 부총재가 있다. 허정무 부총재는 선수로서는 물론 감독으로도 2010년 남아공월드컵 16강을 이끈 성과가 있다. 선수, 공헌자 부문 모두에 해당된다.

선수 부문에서는 은퇴한 레전드 선수들이 후보다. 2002년 한일월드컵 주역인 황선홍, 홍명보 감독의 가능성이 높다. 선수 시절을 본다면 두 감독 모두 손색없다. 홍명보 감독의 경우 지난 2014년 AFC 선정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비교적 최근 은퇴한 박지성과 이영표도 빼놓을 수 없다. 두 선수는 비슷한 시기에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해 대표적인 유럽파 선수로 활약했다. 이영표는 해설위원으로 명성을 더욱 높였고 박지성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엠버서더로 임명돼 그의 위상을 확인시켰다.

◇ 타 종목 사례는.

한국 4대 스포츠 중 명예의 전당이라는 명칭이 있는 종목은 축구가 유일하다. 야구의 경우 한국야구 명예의 전당이 2019년 개관될 예정이며 헌액 선수는 확정되지 않았다.

K리그는 2013년 30주년을 기념해 레전드 올스타 11을 선정했다. 각 포지션별로 황선홍, 홍명보, 김태영, 최강희, 유상철 등이 선정됐다. 선정 기준은 기념사업위원회에서 1983년부터 2012년까지 활약한 은퇴 선수 가운데 수상, 개인 기록, 공헌도 등을 바탕으로 4배수 선정했고 이후 포털사이트 투표가 이뤄졌다. 언론인, 코칭스태프, 축구인 등 관계자도 투표인단으로 참여했다. 팬 30%, 축구인 40%, 언론 30%의 비율에 따라 100점 만점으로 환산됐다.

농구는 가장 최근 명예의 전당 형태를 취한 레전드를 발표했다. 올해 2월 KBL 20주년을 기념해 레전드 12인을 선정했다. 농구 대통령 허재부터 지금도 현역으로 뛰고 있는 주희정(삼성), 김주성(동부), 애런 헤인즈(오리온), 양동근(모비스)이 이름을 올렸다.

프로 종목 중 가장 늦게 출범한 V리그도 명예의 전당은 아니지만 2013년 10주년 올스타를 선정한 적이 있다. 전문위원회를 통해 선발된 70명 가운데 팬투표 60%, 감독 및 전문위원화와 심판진 20%, 언론 방송사 투표 20%를 종합해 남녀부 각각 7명씩 14명을 선발했다. 팬 투표 비중을 크게 잡아 팬들의 참여를 적극 유도해 배구 흥행에 큰 도움이 됐다. 남자부는 김세진, 신진식, 문성민, 이선규, 최태웅, 신영석, 여오현이 선정됐다. 김세진, 신진식, 최태웅은 감독으로, 나머지 네 선수는 선수로 활동해 이들 모두 현재도 V리그에서 볼 수 있다. 여자부는 최광희, 김연경, 황연주, 김사니, 정대영, 양효진, 김해란이 선정됐는데 KGC 인삼공사 코치로 있는 최광희를 제외하고 모두 현역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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