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글 조영준 기자, 영상 장아라 기자] 10년이 넘도록 여자 테니스 흥행을 이끌어온 최고의 별이 돌아온다.

마리아 샤라포바(30, 러시아)는 27일 새벽(이하 한국 시간) 독일 슈투트가르트에서 열리는 여자 프로 테니스(WTA) 투어 포르셰 그랑프리 단식 1회전에 출전한다.

샤라포바는 지난해 1월 호주오픈에서 금지 약물 양성반응이 나왔다. 자격 정지 2년 징계를 받은 그는 '멜도니움이 2016년 1월부터 새로 금지 약물에 포함된 사실을 알지 못해 나온 실수'라는 해명이 받아들여져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로부터 자격 정지 15개월의 판결을 다시 받았다.

포르셰 그랑프리 주최 측은 샤라포바의 징계가 풀리는 시점에 맞춰 그를 초청했다. 샤라포바는 이 대회에서 3년 연속(2012~2014년) 우승했다. 샤라포바는 우승 경험이 많은 대회에서 복귀전을 치른다.

샤라포바의 복귀에 쏠리는 시선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WTA 측은 대회 흥행을 고려해 샤라포바의 복귀를 추진했다. 포르셰 그랑프리 조직위원회는 그동안 대회 흥행에 힘을 실어 준 샤라포바를 위해 징계가 풀리는 27일에 맞춰 그의 경기를 배정했다.

▲ 마리아 샤라포바 ⓒ GettyImages

다음 달 5일 스페인에서 열리는 마드리드 오픈도 샤라포바를 초청했다. 이 대회 주최 관계자는 "팬들이 가장 보고 싶어 하는 선수는 샤라포바다. 이것이 (그를) 우리가 초청한 이유"라고 밝혔다.

남자 프로 테니스(ATP) 전 세계 랭킹 4위 그레그 루세드스키(44, 캐나다)는 "만약 당신이 대회를 운영한다면 가장 많은 티켓을 판매하는 선수에게 어떤 결정을 내리겠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WTA에서 뛰고 있는 상당수 선수들은 샤라포바의 복귀에 부정적이다. 아그니에슈카 라드반스카(27, 폴란드, 세계 랭킹 8위)는 "자신이 이룬 업적이 클수록 정당한 자격을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작은 대회에 출전해 랭킹을 높여서 큰 대회에 출전해야 한다. 큰 대회 출전 티켓은 부상이나 사고 질병 등으로 뛰지 못한 선수에게 주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포르셰 그랑프리 1회전에서 샤라포바를 만나는 로베르타 빈치(34, 이탈리아, 세계 랭킹 35위)는 "샤라포바가 받은 와일드카드는 정당하지 못하다. 2~3번의 대회를 거쳐 좋은 성적을 올리면 랭킹 순위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과정으로 큰 대회에 출전하면 나를 비롯한 대부분의 선수가 인정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샤라포바의 복귀는 분명히 문제점이 있다. 1년 넘게 코트에서 뛰지 않았던 그가 프리미어급 대회인 포르셰 그랑프리에 곧바로 출전하는 것은 다른 선수와 형평성에서 문제가 있다.

이런 부정적인 시선에도 포르셰 그랑프리와 마드리드 오픈, 이탈리아 인터내셔널 등 각종 대회는 그를 초청하려 한다. 샤라포바가 아닌 다른 선수였다면 흔치 않았을 일이다.

많은 논란 속에 샤라포바는 27일 코트에 나선다. 그는 1회전에서 2015년 US오픈 준우승자인 빈치를 만난다. 빈치와 상대 전적에서 샤라포바는 2승 무패로 앞서 있다.

▲ 2014년 WTA 포르셰 그랑프리에서 우승한 뒤 환호하는 마리아 샤라포바 ⓒ GettyImages

"내가 존경 받는 것을 안다" 15개월 공백 극복할 수 있을까

미국의 스포츠 전문 매체 폭스스포츠는 25일 'WTA의 기쁨, 금지 약물 복용 징계 이후 복귀하는 샤라포바'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이 매체는 "샤라포바는 어렸을 때 아버지 유리와 무일푼으로 미국에 도착했다. 지금은 2억 달러의 재산을 가졌다. 할리우드의 꿈처럼 들릴지 모른다. 샤라포바의 이야기는 많은 논쟁이 있지만 한 개인의 성공에 대한 증거"라고 평가했다.

2001년 14살 때 프로에 데뷔한 샤라포바는 17살 때 윔블던에서 우승했다. 이후 세계적인 선수로 승승장구했지만 '세계 최고'가 되지는 못했다. 세레나 윌리엄스(36, 미국, 세계 랭킹 1위)라는 거대한 벽을 넘지 못한 그는 준우승에 그칠 때가 많았다.

그러나 스타성은 누구도 샤라포바를 따라오지 못했다. 샤라포바는 미국의 경제 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한 여성 스포츠 선수 수입 순위에서 11년 연속 1위에 올랐다. 자신의 스타성에 대해 샤라포바는 "아름다움은 팔린다. 나는 사람들이 어떤 내용을 원하는지 깨달으려고 한다"며 "나는 절대 나 자신을 추하게 만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당하게 자신을 어필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오만한 면도 드러난다. 차갑고 지나치게 자존심이 강했던 샤라포바의 말과 행동은 동료 선수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 2015년 이벤트 복식 경기에서 니시코리 게이(오른쪽)와 호흡을 맞추고 있는 마리아 샤라포바 ⓒ GettyImages

경쟁자들은 물론 주변 사람들에게 따뜻하게 다가서지 못한 샤라포바는 힘든 상황에서 '격려'보다 '비판'을 더 받고 있다. 주변의 비판에 대해 샤라포바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며 "내가 존경 받는 것을 안다"고 밝혔다.

4개 그랜드슬램(호주 오픈 롤랑가로 프랑스 오픈 윔블던 US오픈)에서 6차례 우승한 보리스 베커(50, 독일)는 "샤라포바는 기량 면에서는 이미 그랜드슬램 챔피언이다. 인격적으로 성숙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복귀하면 좀 더 친절한 선수가 되기를 바란다"고 조언했다.

15개월의 공백은 극복하기 어렵다. 실전 감각은 물론 체력도 샤라포바의 문제점이다.

복귀전이 클레이 코트에서 열리는 점도 변수다. 2012년까지 샤라포바는 하드 코트에서 강점을 보였다. 그러나 2013년부터는 오히려 클레이 코트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얻었다.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샤라포바는 8번 우승했다. 이 가운데 클레이 코트 대회에서 우승한 횟수는 5번이다.

샤라포바가 빈치를 꺾고 2회전에 진출하면 라드반스카를 만난다.

한편 SPOTVon2는 27일 새벽 1시 30분부터 샤라포바의 복귀전을 위성 생중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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