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헥터. ⓒKIA 타이거즈
[스포티비뉴스=광주, 정철우 기자]KIA는 에이스라 불릴 수 있는 선수가 많은 팀이다. 헥터와 양현종, 팻 딘 모두 자격이 있다.

그러나 2017시즌 초반만 떼어 놓고 보면 에이스는 헥터다. 가장 중요한 건 그가 등판한 경기서는 모두 팀이 이겼다는 점이다. 게다가 4경기 모두 승리 투수가 헥터였다. 팀이 이길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 놓은 뒤에야 마운드에서 내려왔다는 뜻이다. 그가 '에이스'라는 칭호를 들어도 아깝지 않은 이유다.

그가 좋은 투수라는 건 이미 지난 해에 증명됐다. 무려 206.2이닝을 던지며 15승을 수확한 바 있다.

중요한 건 '헥터가 왜 좋은 투수냐'는 점이다. 헥터가 좋은 투수인 이유, 특히 에이스라 불릴 수 있는 이유는 상황에 따라 다른 대처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선발 투수는 마운드에 오를 때 마다 좋은 컨디션일 수는 없다. 빠른 공을 주무기로 하는 투수라 해도 유독 구속이 잘 안 나오는 날이 있다. 제구력 투수도 가끔은 맘 먹은 대로 공이 가지 않기 마련이다. 좋은 투수는 이럴 때 헤어나올 줄 아는 방법을 알고 있다는 점에서 갈린다.

이대진 KIA 투수 코치는 헥터의 장점에 대해 "일단 컨트롤이 좋다. 또한 좋은 제구력을 앞세워 공격적인 투구를 한다는 점이 장점이다. 특히 영리한 투수라는 점이 큰 힘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갖고 있는 재질이 빼어난 투수가 영리한 머리를 갖고 있다는 건 매우 큰 무기다. 그렇다면 헥터는 왜 영리한 투수로 불리는 것일까.

이 코치는 경기 별로 달라지는 그의 볼 배합을 근거로 들었다.

이 코치는 "직구가 어떻게 들어가느냐에 따라 던지는 제 3구종이 달라진다. 직구가 조금 힘이 없거나 스피드가 떨어지면 커브 구사율이 높다. 반대로 직구 구속이 괜찮은 날은 체인지업이 많아진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스스로 공을 판단하고 변화를 받아들이는 모습이 좋다"고 말했다.

헥터가 던지는 구종은 직구와 커브,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이 전부다. 가장 자신 있게 던지는 변화구는 슬라이더다. 주목할 것은 제 3의 구종이다. 타자를 현혹하는 또 다른 무기의 구사 비율을 달리하며 타자를 상대하는 것이 헥터의 진짜 가치다.

경기 별 구종 변화를 보면 그 차이를 확실하게 느낄 수 있다. 헥터는 3월31일 삼성전과 4월7일 한화전서 커브 구사 비율이 각각 13.2%와 17.4%였다. 두자릿수 커브를 던진 것은 초반 두 경기 뿐이었다.

상대적으로 직구 스피드에 자신이 없었던 경기로 해석할 수 있다. 커브라는 완급 조절을 통해 빠르지 않은 직구를 더 빠르게 느끼게 하려고 했던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직전 등판이었던 20일 kt전서는 체인지업이 23.4%나 됐다. 20% 이상의 체인지업을 던진 것은 이날이 유일했다.

이 코치는 "헥터의 체인지업은 꺾이는 각이 그다지 좋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스피드가 빠르고 직구와 같은 궤적과 폼에서 날아온다는 장점이 있다. 직구로 알고 스윙하다 속기 쉬운 구종이다. 직구에 힘이 있는 날은 체인지업을 많이 써서 타자들을 잘 속인다. 때문에 헥터를 영리한 투수라고 하는 것이다. 그날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무기를 달리할 줄 알기 때문에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계산이 서는 투수다. 지난 해 1년을 해봤기 때문에 올 시즌엔 보다 강해졌다"고 높게 평가했다.

헥터의 연승 행진은 언젠가는 멈출 수 있다. 하지만 그가 한꺼번에 완전히 무너지는 것을 보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닐 것이라는 점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건 그가 경우에 따라 움직일 줄 아는 머리와 기술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헥터가 좋은 투수인 이유에 대한 답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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