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디 벨린저 ⓒ Gettyimages


[스포티비뉴스=박민규 칼럼니스트]2012 825(이하 한국시간),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하는 소식이 전해졌다. LA 다저스와 보스턴  레드삭스 사이에 블록버스터급 트레이드가 이뤄진 것. 무려 9명의 선수가 포함된 이 트레이드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가장 큰 규모로  기록되기도 했다. 당시 트레이드에서 보스턴은 팀 내에서 악영향을 끼치던 조시 베켓, 칼 크로포드를 내보내며 좋은 평가를 받은 반면 다저스는 부진을 거듭하던 선수들의 반대급부로 상위 유망주들을  내줬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손해를 입었다는 반응이 대다수였다.

 

베켓, 크로포드와 함께 다저스로 건너온 애드리안 곤잘레스는  그들과는 달리 제 몫을 다했다. 곤잘레스는 애초 1루수 4번 타자로서 구실을 소망하며 그를 영입한 다저스의 기대를 훌륭하게 충족했다.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연평균 타율 0.281 26홈런 102타점으로 수준급 활약을 펼친 곤잘레스는 2014년에는 골드글러브와 실버슬러거를 수상하는 한편 내셔널리그 MVP 투표에서 7위에 올랐다.

 

그러나 곤잘레스의 지난해는 2006년 첫 풀타임 이후 가장 부진한 시즌이었다. 통산 300홈런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하긴 했지만 wRC+(조정 득점 창출력) fWAR 112, 1.3으로 2006년 이후 가장 낮았다. 장타력이 떨어진 것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곤잘레스는 어깨 수술 이후 떨어졌던 장타력을 2014년과 2015년 각각 0.206, 0.205ISO(순장타율)를 기록하며 회복하는 듯했지만 지난해 ISO 0.150에  불과했다.

 

2015, 메이저리그 역사상 시즌 첫 세 경기에서 홈런 5개를 몰아친 첫 타자가 된 곤잘레스는 그러나 올 시즌의 출발은 2년  전과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26일 현재 20경기에 출장한  곤잘레스의 OPS 0.675에 불과하며 아직 단 한 개의  홈런도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다. 올해 35살로 적지 않은  나이인 곤잘레스는 2018년 시즌 이후 다저스와 계약이 끝난다. 하지만 다저스는 곤잘레스의 뒤를 이을 선수를 준비해 뒀다.  팀 내 최고 유망주인 코디 벨린저(21).

 

2013년 드래프트에서 다저스에 의해 4라운드에 지명된 벨린저는 키 193cm, 몸무게 95kg으로 뛰어난 체격 조건을 갖추고 있다. 라인드라이브를 생산할 수 있는 빠른 배트 스피드가 장점으로 꼽히던 벨린저는 상위 싱글 A 란초 쿠카몽가 소속이던 2015  30홈런과 0.274ISO를 기록하며 야구  인생의 전환점을 만들었다. 입단 당시부터 82kg에 불과했던  몸무게로 평균 이하의 파워가 약점으로 지적 받았던 벨린저는 메이저리그에서 기대할 수 있는 홈런의 수가 최다 15개에 불과했다. 하지만 벨린저는 식단 조절과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근육량을 늘려 나갔고 손목의 회전력을 높이는 조정으로 2015년을 기점으로 20개  이상의 홈런을 쏘아 올릴 수 있는 타자로 성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벨린저의 타격 능력에서 파워보다 더 주목 받는 점은 라인드라이브를 생산할 수 있다는 것과 눈과 손의 협응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단기간에 파워를 끌어올렸던 2015년에도 벨린저의  라인드라이브  비율은 19.1%로 적지 않은 수준이었다. 더블 A와 트리플 A를 경험한 이듬해 벨린저의 홈런 숫자는 26개로 떨어졌지만 비율 스탯은 0.264/0.336/0.538에서 0.271/0.365/0.507로 더욱 좋아졌다. 그 이유는 라인드라이브  비율과 함께 선구안이 회복되며 볼넷 비율마저 증가했기 때문더블 A에서 볼넷 비율은 12.7%로  2015년에 비해 3.1%p 증가한 수준이었다.

 

아마추어 야구 선수 가운데 운동 능력이 가장 뛰어난 이들은 대체로 유격수를 맡는다. 하지만 벨린저는  주 포지션이 1루수이지만 상당한 운동 능력을 자랑한다. 벨린저를  오랫동안 지켜본 스카우트들은 풋워크가 뛰어나 수비 범위가 넓고 모든 동작이 물 흐르듯이 부드럽게 이어지기 때문에 뒷날 벨린저가 메이저리그에서 골드글러브를  충분히 수상할 만한 선수라고 평가한 바 있다. 그 결과 20-80 스케일에서  벨린저가 수비로 받은 점수는 70점이었다. 이는  1루수 포지션에서 골드글러브를 11회 받은 키스 에르난데스를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그 밖에 벨린저의 또 다른 강점은 뛰어난 1루 수비와 함께 여러 포지션을 뛸 수 있다는 점이다. 벨린저는 1루수 외에도 중견수를 비롯한 모든 외야 포지션을 맡을 수 있을 만큼 다재다능하다. 때문에 베이스볼 아메리카는 벨린저를 역동적인 올어라운드 플레이어(dynamic all-around  player with his glove)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이와 같이 벨린저가 뛰어난 재능을 가진 선수로 성장할 수 있었던 데에는 그의 아버지, 클레이  벨린저의 힘이 컸다. 1999년부터 2001년까지 뉴욕  양키스에서 뛰었던 클레이 벨린저는 클럽 하우스에 자주 아들을 데려오기도 했다. 벨린저는 그런 아버지를  따라 마리아노 리베라, 데릭 지터와 같은 당대 최고의 스타들을 만날 수 있었고 이는 그에게 중요한 자산이 됐다.

 

2007년 벨린저는 서부 지역의 애리조나 소속으로 리틀리그 월드시리즈에 참가한 경험이  있다. 8 27, 애리조나는  중부-대서양 지역의 메릴랜드를 상대했는데 당시 벨린저는 3회 밀어 쳐서 담장을 넘기는 투런 홈런을 포함해 5타수 4안타의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애리조나는 벨린저의 활약에 힘입어 메릴랜드를 16-6으로 꺾었다. 하지만 애리조나는 이후 텍사스와 조지아를 상대한 경기에서 패배하면서 우승에는 실패하고 말았다. 그렇지만 벨린저는 2007년 리틀리그 월드시리즈  경험들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 2007년 리틀리그 월드시리즈 당시의 벨린저 ⓒ Gettyimages


다저스의 세대교체는 점진적이면서도 확실하게 진행되고 있다유망주들을 정규 시즌 말미에  메이저리그로 올려 적응할 시간을 준 이후 이듬해에 풀타임 기회를 주고 있다. 하지만 지난 26, 다저스는 벨린저를 승격시켰다. 이는 그만큼 올 시즌 다저스 타선이 매우 침체돼 있으며 벨린저를 통해 분위기를 바꿔 보려는 의도라고 볼 수 있다.

 

작 피더슨, 코리 시거에 이어 다저스의 최고 유망주 출신인 벨린저는 과연 어떤 경기력을 보여 줄까. 한 가지 확실한 점은 벨린저가 피더슨, 시거와 함께 다저스 타선을  이끌어 갈 미래의 주역이라는 사실이다.

 

※ 참조 : baseball-reference, fangraph, baseball ameri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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