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라운드에서 '스친 팔' 때문에 퇴장당한 한석종. 결국 출장 정지 징계가 사후 감면됐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티비뉴스=조형애 기자] K리그가 '비디오 판독' 조기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당초 7월 중하순 클래식에 도입 예정이었지만, 7월 초까지 앞당길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시즌 초부터 속출하고 있는 '명백한 오심' 때문이다.

올시즌 K리그는 라운드마다 오심이 끊이질 않고 있다. 골, 퇴장 등 직접적으로 경기 결과에 연결되는 순간에 오심이 연이어 나오면서 리그 분위기 자체가 뒤숭숭해지고 있다.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다. 3라운드 서울-광주전 오심은 시작에 불과했다. 광주는 '등에 맞은 볼' 때문에 핸드볼 파울 선언을 받은 뒤 흔들리며 1-2로 졌다. 5라운드에서는 인천 한석종이 가격이 아닌 '스친 팔' 때문에 퇴장당했다.

지난 라운드에서도 오심은 속출했다. 첫 승에 목말라 있던 수원은 종료 30초를 남기고 오심 피해자가 됐다. 신화용의 페널티 킥 선방으로 승리를 지켰지만, 수원은 다 잡은 경기를 두고서 속앓이를 해야 했다. 같은 날 인천은 골을 잃었다. 크로스를 올리기 전 볼이 골라인에 걸쳐 있었지만 주심은 아웃을 선언했고 골은 없던 일이 됐다.

판정에 대한 불신이 늘어갈수록 '비디오 판독' 도입에 대한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우리가 익히 부르는 비디오 판독이란 '비디오 어시스턴트 레프리(Video Assistant Referees, VAR)'를 일컫는다. 리플레이 시스템을 통해 판정을 실시간 확인한 뒤 주심의 명백한 오심이나 확인하지 못한 심각한 반칙을 바로잡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심판이다.


7월 K리그 클래식 도입…VAR 바로 알기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올해 초 국제축구연맹(FIFA)에 VAR 제도 승인을 요청해 지난 3월 말 최종 승인을 받았다. 7월 도입을 목표로 현재 비디오 판독 요원 30명이 집중 교육을 받고 있다. '실전'에는 최종 선발된 15명이 나설 계획이다.

VAR은 현역 프로심판, 최근 은퇴한 프로심판, 은퇴한 프로심판 가운데 현재 심판 업무 종사자만 자격을 가진다. 충분한 훈련을 거친 VAR은 영상 확인 후 주심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판정에 대한 조언이나 영상 확인을 제안을 할 수 있으나 판정 권한은 없다.

* 영상 확인 가능한 판정 : 경기 결과에 영향을 주는 명백한 오심이나 심판이 놓친 심각한 반칙에만 적용. '골, 페널티 킥, 직접 퇴장, 제재 선수 확인' 등 4가지 상황으로 제한. 단, 스로인 골킥 코너킥 등 경기 재개 상황은 판독하지 않는다. 경고 누적 퇴장 역시 판독 할 수 없다.

원칙적으로 VAR과 경기 도중 소통은 주심만 할 수 있다. 하지만 나머지 심판들도 대화 내용은 모두 들을 수 있어야 한다. 도입 방식은 크게 리플레이 센터형, 경기장 설치형, 이동식 차량 방식이 있는데 K리그는 이동식 차량 방식을 택했다. 경기마다 케이블을 설치해야 하는 불편이 있지만 설비 투자가 적은 장점이 있어 '현실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연맹은 이동식 차량 3대를 들여와 개조를 하고 있다. 4월 중 마무리해 다음 달 중하순 R리그(리저브 리그)에서 첫 라이브 테스트를 할 예정이다.

▲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VAR 테스트를 하고 있다. 분데스리가는 다음 시즌부터 전면 VAR을 도입한다.

'도입 대기' K리그 VAR에 우리가 궁금한 것들

VAR은 세계적 흐름이다. 독일 분데스리가는 다음 시즌부터 VAR을 전면 도입한다. 지아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은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도 VAR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대세'라고 해서 모두가 동의하는 건 아니다.

VAR은 여전히 찬반이 갈린다. 명백한 오심을 막을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 동시에 경기 재미를 사라지게 만든다는 의견도 있다. K리그에서는 꾸준히 지적돼온 VAR의 단점 또는 우려를 어떻게 최소화할 수 있을까.

Q : 축구는 '연속성'의 스포츠…흐름 유지 가능할까

가장 큰 우려가 바로 '흐름을 끊는다'는 것이다. FIFA 주관 첫 VAR 도입 대회였던 2016년 클럽 월드컵을 보자. 4강전 후반 추가 시간 골을 넣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제대로 '호우 세리머니'도 못했다. 오프사이드 여부를 확인해야 했기 때문이다. 결국 골이 인정됐지만, 김이 샜다.

결론부터 말하면 흐름을 완전히 끊지 않을 수는 없다. 하지만 '숙련도'에 따라 큰 지장을 주지 않을 수 있다고 연맹은 보고 있다. 김진형 연맹 홍보팀장은 "실제 판정에 적용해보기 전이기 때문에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렵다"면서도 "결국은 숙련도"라고 했다. "나름대로 기준을 갖춰 훈련하고 있는데, 실전 테스트에서 흐름이 끊긴다는 지적이 나오면 기준을 재조정할 필요도 있다. 또 그것에 맞춰 또 교육을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Q : 계속 비디오 판독하면 어떻게 해…횟수 제한 있나

다른 문제는 얼마나 비디오 판독을 할 것이냐 하는 것이다. 애매할 때마다 영상을 확인한다면 제아무리 빨리 판독을 하더라도 경기의 연속성을 해칠 수밖에 없다.

축구에서 비디오 판독은 야구 시스템과 다르다. 축구 VAR 시스템에는 횟수 제한이 없다. 정확성을 최우선으로 두다 보니 판독에 제한 시간도 없다. 양 팀 코칭스태프가 원한다고 해서 영상 판독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오직 심판과 VAR 소통으로 판독 여부가 결정된다.

K리그도 국제 기준을 따를 계획이다. 김진형 팀장은 "횟수 제한을 둘 계획은 없다. 적용해보면서 봐야 겠지만 현재 계획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남발되지 않겠느냐'는 우려에 조영증 연맹 심판위원장은 "한 경기에 판독을 할 장면이 많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VAR 취지 자체가 '결과에 영향을 주는 명백한 오심이나 심판이 놓친 심각한 반칙'에만 적용되기 때문이라는 게 주장의 요지다. 조 심판위원장은 "감독이 이의를 제기한다고해서 받아들여지는 게 아니다. 심판과 VAR 소통으로 선택하는 문제"라면서 "영상으로도 분석 결과가 엇갈리면 주심 최초 판정으로 가는 것이다. 상황도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Q : 본질적 물음…다각도 촬영 가능한가

이제 현실적인 물음이다. K리그에 VAR을 원활히 운영할 수 있는 다각적 촬영 환경이 마련돼 있을까. 사실 K리그 전경기 중계가 된 건 얼마 되지 않은 일이다. 카메라 수를 늘리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지만 여전히 축구팬들에게 의구심이 드는 게 당연한 일이다.

방송사마다 차이가 있으나 한 경기당 카메라는 10대 정도가 들어간다. 여기에 연맹에서 자체적으로 골라인에 카메라 2대를 더 설치할 예정이다. 연맹은 테스트에서 "유의미하게 긍정적인 결과가 나오고 있다"고 자체 평가했다.

김진형 팀장은 "현실적으로 12대를 최대치로 보고 있다. 확인해야 할 것을 못할 정도로 어렵진 않다"며 "20대씩 늘리기는 사실상 어렵다. 해외도 리그마다 다르지만, 대체적으로 12-16대 정도를 사용한다"고 말했다. 이어 "오히려 카메라가 많으면 판독하는 심판이 더 많은 카메라를 동시에 봐야 하니까 그게 반드시 좋은 것 만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VAR이 '신뢰'를 가져다 주지는 않는다

VAR 도입에 대한 기대와 긍정적 효과에도 불구하고 잊지 말아야 할 것은 VAR이 판정에 대한 불신을 뿌리 뽑을 해결책은 아니라는 것이다.

최근 K리그 판정에 대한 신뢰는 바닥을 치고 있다. 사후 징계는 이뤄지고 있지만, 인정은 인정일 뿐 '피해자'는 상처 입은 채로 힘겨운 시즌을 보내고 있는 게 현실이다. 다행히 VAR로 명백한 오심들은 바로 잡을 수 있을 전망이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VAR을 보완책으로 두고 '신뢰'를 쌓는 일이 중요하다.

심판의 자질 향상은 물론, 연맹도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꾸준한 심판 교육과 오심에 따른 합당하고 기준이 명확한 징계 체계가 뒤따르는 것이 그 시작이다.

리그의 존재 가치는 공정한 경쟁이 이뤄진다는 믿음에서 출발하고, 신뢰를 잃은 리그는 존재 가치 역시 잃는다. 이르면 두달 여 앞으로 다가온 VAR 도입. 조영증 심판위원장의 말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VAR은 만병통치약이 아닙니다."

[영상] K리그 쏟아지는 오심, 오심, 오심 ⓒ장아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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