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승호 ⓒ대한축구협회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20세 이하 어린 선수들이 K리그 최강 전북 현대 앞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FC바르셀로나가 길러낸 한국의 두 유망주도 예외는 없었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20세 이하(U-20) 대표 팀은 26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 현대와 연습 경기에서 0-3으로 패했다. 전북이 전반전 주전급 선수로만 11명을 꾸렸고 신태용호가 넘기엔 K리그 최강 팀과 격차가 컸다.

관심이 컸다. 지난 4월 아디다스 4개국 친선대회에서 뛰어난 경기력을 보였던 신태용호가 프로 선수들을 상대로 얼마나 할지 이목이 집중됐다. U-20 대표 팀 선수들 가운데 이미 프로 무대에 나선 선수도 있고, 프로 진출을 목전에 두고 기량을 갈고닦는 선수들도 있다. 어찌 됐든 성인 무대 진출 문턱까진 성장한 선수들이다.

그런데도 경기력 차이가 났다. 예상은 했지만 생각보다 격차는 더욱 컸다. 최근 U-20 대표 팀이 강도 높은 훈련을 진행하면서 체력이 떨어진 것도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그 이상의 차이가 있었다. 신 감독과 선수들부터 “부족했던 점을 깨닫고 배우는 계기”였다고 입을 모았다.

뛰어난 기량을 보이는 연령별 대표 선수는 언제나 A 대표 팀의 희망으로 여겨졌다. 동 연령 대에서 뛰어난 경기력을 보이는 선수들에게 찬사를 보내며 한국 축구를 구원할 기대주로 생각하곤 했다. 유망주가 나타나면 모든 것을 해결해줄 것이란 막연한 기대감이 있었다. 리오넬 메시,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세르히오 부스케츠 등 세계 최고의 선수들을 길러낸 바르사 유스 출신의 백승호와 이승우(그리고 장결희)는 한국 축구 전체를 뒤바꿔 놓을 존재라고 여긴 이들이 적지 않았다.

각 연령별 대표를 모두 거치고도 성인 무대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는 적지 않다. 뛰어난 신체 능력 때문에, 혹은 뛰어난 기술 때문에 각광 받던 선수들도 성인 무대 특히 프로 무대에선 다른 결과를 받곤 했다. 2007년 우리나라에서 열렸던 국제축구연맹(FIFA) 17세 이하 월드컵 득점왕이자 실버볼 수상자인 매컬리 크리산투스(나이지리아)는 현재 세군다 디비시온(스페인 2부 리그) 레우스 디포르티 소속이다. 그가 실패한 선수라고 말할 순 없지만 예상과 달리 성장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어린 선수들이 성인 무대에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 넘어야 할 길은 험난하고 멀다.

▲ 경기 뒤 전북 서포터석에서 인사하고 있는 U-20 대표 팀.

U-20 대표 팀 선수들도 아직 성장하는 과정이다. 아직 더 많은 것을 경험하고 성장하고 또 깨지며 배워야 할 나이다. 전북전에서 갓 20살이 된 선수들과 산전수전 모두 겪은 K리그 선수들 사이의 차이가 어느 정도 드러났다.

두 선수의 재능은 확실히 뛰어나다. 전북이 그렇게 강한 압박을 펼치는 가운데서도 번뜩이는 장면을 만들었다. 앞으로 잘 가다듬으면 한국 축구를 책임질 미래로 성장할 수도 있다. 지금 중요한 것은 20세 선수들의 성과가 아니다. 성장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과도한 기대, 그리고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을 때 쏟아낼 실망으로 어린 선수들을 압박할 필요는 없다.

그래서 이승우와 백승호의 성숙한 자세가 돋보였다. 이승우는 "상대의 견제는 당연한 일이다. 또 견제를 이겨내야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수 있다"며 투지를 보였다. 백승호는 "프로 선수들하고 뛰니 부족한 것은 당연하다. 어디가 부족한지 알 수 있었다"며 전북 선수들에게 감사한다고 했다. 주변에선 대단한 선수들이라고 띄우고 있었지만, 정작 본인들은 자신들이 가야할 길을 묵묵히 걷고 있었다.

이미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20살, 대학 새내기 정도의 선수로 생각하면 좋지 않을까. 그래서 경기 뒤 신태용호 선수들에게 “대~ 한민국!”이란 구호로 응원을 쏟아주던 전북 서포터 매드그린보이즈의 격려가 더욱 심금을 울렸다. 지갑 안의 주민등록증에 어색할 나이다. 어린 선수들이 뛰어난 축구 선수이기 전에 행복한 축구 선수가 먼저 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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