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정현준 기자] 마커스 래쉬포드(20, 잉글랜드)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희망으로 떠오르게 된 계기를 설명한다면 '드라마'란 표현이 가장 적합하지 않을까?

맨유의 2015-2016 시즌은 앙토니 마샬의 '오버 페이' 논란과 다비드 데 헤아의 레알 이적 문제로 뜨겁게 시작됐다. 시즌 중엔 부진한 경기력으로 루이스 판 할 감독과 언론의 마찰이 잦았고, 부상자가 속출하면서 전력 구성에 차질을 빚기도 했다. 그리고 마지막엔 영국축구협회(FA)컵 우승과 함께 루이스 판 할 감독이 경질되면서 혼란스러운 시기가 막을 내렸다. 그 속에서 래쉬포드는 말 그대로 혜성처럼 맨유에 등장했다.

2016년 2월 26일(이하 한국 시간) 미트윌란과 2015-2016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 32강 2차전을 앞둔 맨유에 예기치 못한 소식이 들렸다. 경기를 위해 몸을 풀던 앙토니 마샬이 갑작스러운 부상으로 출전할 수 없게 된 것. 가뜩이나 맨유는 미트윌란과 UEL 32강 1차전에서 1-2로 패해 승리가 더욱 절실한 시점이었다. 결국 판 할 감독은 마샬을 대신해 당시 열아홉 살의 신예 래시포드를 선발로 기용하는 파격적인 선택을 했다. 그렇게 래쉬포드는 맨유의 UEL 16강 진출을 결정짓는 중요한 경기에서 1군 데뷔전을 치르게 됐다.

1군 출전 경험이 없던 래쉬포드의 출전에 외부의 시선은 의문을 표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경기 종료 후 래쉬포드는 모든 이들의 찬사 속에 새로운 주인공의 탄생을 알렸다. 두 팀이 1-1로 팽팽히 맞서고 있던 후반 18분, 후안 마타의 크로스를 받아 팀의 역전 골이자 자신의 데뷔 골을 터뜨렸다. 1964년 맨유의 '전설' 조지 베스트가 가지고 있던 역대 맨유 유럽 클럽 대항전 최연소 득점 기록을 갱신하는 순간이었다.

래시포드의 활약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후반 30분에 오른발로 멀티 골을 뽑아내며 맨유의 5-1, 합계 6-3으로 맨유의 UEL 16강 진출의 역전극을 연출했다. 경기 후 팀 동료 마타는 "래쉬포드의 멋진 데뷔전, 오늘 맨유에 위대한 정신을 일깨웠다"며 그의 활약을 극찬했다.

충격적인 데뷔전을 보여준 래쉬포드의 질주는 계속됐다. 미트윌란과 경기를 마치고 이틀 뒤인 28일, 래쉬포드는 아스날과 2015-2016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27라운드에 선발 출장했다. 래쉬포드는 자신을 선택한 판 할 감독의 신뢰에 보답했다. 전반 29분 기예르모 바렐라의 크로스가 수비수 맞으면서 흐른 볼을 잡아 선제골을 터뜨렸고, 3분 뒤엔 깔끔한 헤더로 멀티 골을 폭발시켰다. 그리고 후반 20분엔 안데르 에레라의 골을 도우면서 올드 트래포드를 열광의 도가니로 만들었다.

빠른 스피드와 저돌적인 돌파, 뛰어난 골 결정력을 지닌 래쉬포드는 맨유의 현재이자 미래로 급부상했고, 눈부신 활약을 이어가며 많은 이들의 기대에 부응했다. 그해 3월 21일 맨체스터 시티와 '맨체스터 더비'에서 마르틴 데미첼리스의 수비를 순간적으로 벗겨내고 결승 골을 뽑아내며 맨유에 승리를 안겼다. 그 후로도 중요한 경기에서 결정적인 한방으로 팀을 위기에서 구해내는 등 최고의 활약상을 보여줬다.

래쉬포드의 데뷔 시즌 최종 성적은 모든 대회 합해 18경기 8골 2도움. U-21 팀에서 뛰며 1군 무대를 기다리던 래쉬포드는 불과 3개월 사이에 어엿한 맨유의 주축 선수로 자리 잡았고, 맨유에서 활약을 바탕으로 잉글랜드 축구 대표 팀에 발탁되는 영광을 누렸다.

하지만 이번 시즌 래쉬포드는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의 합류에 따라 측면 공격수로 포지션을 변경하면서 부침을 겪기도 했다. 지난해 9월 레스터와 경기를 끝으로 올해 1월 레딩과 FA컵에서 득점을 기록하기 전까지 4개월 동안 침묵에 빠졌고, 그 뒤로 3월까지 1골을 더 추가하는데 그쳤다.

기나긴 부진 속에서도 래쉬포드는 적극적인 훈련 태도를 보여 주제 무리뉴 감독의 눈에 들었고, 꾸준히 출장 기회를 부여받아 맨유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그리고 이달 9일 선덜랜드와 EPL 32라운드를 시작으로 4월에만 3골을 몰아치면서 득점 감각을 끌어올리는데 성공했다. 현재 이브라히모비치, 마타 등 팀의 주축들이 이탈한 상태에서 맨유는 뛰어난 경기력을 과시 중인 래쉬포드의 발끝에 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의 희망을 걸고 있다.

::: 래쉬포드를 향한 축구계의 말말말

"래쉬포드는 아주 훌륭한 재능을 지녔다." - 루이스 판 할 전 맨유 감독

"상대 수비수에게 악몽 같은 존재다." - 마틴 키언 BBC 해설위원

"래쉬포드는 특별한 재능의 소유자다." - 로빈 판 페르시

"래쉬포드는 프로페셔널하고 성숙하다. 맨유의 DNA를 가지고 있다." - 주제 무리뉴 맨유 감독

[영상][EPL] '고등학생' 래시포드 15/16시즌 활약상 ⓒ스포티비뉴스 정원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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