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야구가 발전할수록 과학과 수학의 힘을 빌리려는 노력이 빛을 발하고 있다. 과학과 수학은 야구의 이론을 바꾸는 데도 힘을 보태고 있다.

현대 야구는 이제 타구의 단순한 비거리뿐 아니라 왜 그 타구가 그렇게 멀리 날아갈 수 있었는지를 분석하는 단계까지 발전했다. '와, 잘 맞았다'는 감탄의 이유가 어디에서 나온 것인지를 숫자로 분해해 파악해 볼 수 있게 됐다.

메이저리그의 스탯 캐스트처럼 국내에도 '트랙맨'이라는 분석 시스템이 자리를 잡고 있다. 타구가 어떤 속도로 얼마나 날아갔는지를 분석할 수 있는 장치다.

트랙맨의 도움을 받아 KBO 리그 선수들의 타구 스피드와 비거리를 분석해 봤다.

파울까지 모두 포함해 지금까지 가장 빠르게 날아간 KBO 리그 타구는 지난 13일 잠실 두산-KIA전에서 두산 김재환이 기록한 시속 182km다. 이 수치는 메이저리그와 비교하면 20위권에 해당한다.

▲ 김재환. ⓒ연합뉴스

투수 헥터의 슬라이더를 받아친 공인데 101m를 날아갔지만 페어 존에 떨어지지 못한 채 파울이 됐다. 발사 각도는 18도였다.

인플레이 된 타구 가운데 가장 빨랐던 것은 지난 15일 사직 롯데-삼성전서 나온 롯데 최준석의 타구다. 시속 144km의 직구를 받아쳤는데 땅볼이 되며 아웃이 됐다. 발사 각도는 5도였다.

인플레이가 된 타구들의 특성을 보면 대부분의 안타 타구(땅볼 안타 제외)는 발사 각도가 15도에서 22도 정도에 형성돼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안타를 만드는 이상적인 타구 발사 각도라고 할 수 있다. 타구가 아무리 빨라도 각도가 좋지 못했던 타구들은 아웃 되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았다.

흥미로운 것은 타구 스피드가 반드시 비거리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전체 타구 스피드 톱 10 안에선 홈런이 1개도 나오지 않았다. 인플레이 타구의 스피드 톱 10에서도 10위에 오른 kt 정현의 시속 174km가 가장 빠른 스피드였다. 타구를 빠르게 보내는 것과 비거리엔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홈런 타구에서 가장 중요한 건 각도다. 빠르게 잘 맞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떤 각도로 날아가느냐가 그보다 더 중요하다.

지난 20일까지 나온 홈런 타구를 분석해 본 결과 홈런이 나오는 이상적인 각도는 20도에서 30도 사이다. 이 사이의 각도를 이루며 시속 160km대 타구 스피드를 기록했을 때 홈런이 가장 많이 나왔다. 비거리를 늘릴 수 있는 타격 방법이 따로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전까지 타격 이론은 다운 스윙이 주류였다.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타격 코치인 찰리 로의 이론으로 내려 치기로 공의 헤드 부분을 때린다는 기분으로 타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이론이 대세를 이뤘던 적이 있다.

찰리 로는 "타구의 윗 부분을 때린다는 기분으로 쳐야 결국 공의 중심을 맞힐 수 있다. 모든 타자들이 결국은 조금씩이라도 어퍼 스윙을 하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내려친다는 의식을 가져야 레벨 스윙이 되며 타구 스피드도 빠르게 만들 수 있다. 빠른 땅볼은 안타가 될 확률도 높다"고 주장했다.

최근 이론은 이와는 궤적을 달리한다. 치는 감각에서도 공의 중심에서 밑 부분을 공략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이론이다. 타구의 이상적인 발사 각도를 만들기 위해서도 중심에서 밑 부분을 공략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서용빈 LG 타격 코치는 "공의 아랫 부분을 공략해야 좋은 각도가 나온다. 하지만 무조건 퍼 올려선 안된다. 공을 가격한 뒤 폴로스루는 어깨 정도에서 멈추는 것이 좋다. 그래야 좋은 각도가 나온다. 세게 치는 것 못지않게 각도가 중요하다는 측정 결과는 타격 기술과 이론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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