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시마에 패한 뒤 고개를 떨군 울산 선수들. "힘을 내요!"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K리그가 아시아 무대에서 고전하고 있다. '투자 부족'이 중요한 이유로 꼽히지만, '수비 전술'의 발전에 따라가지 못하는 '공격 전술'에서도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지난 25일과 26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 리그 5차전이 치러졌다. 그 결과 가시마 앤틀러스에 0-4로 패한 울산 현대와 상하이 상강에 2-4로 패한 FC서울이 조별 리그 탈락을 확정했다. 수원 삼성은 가와사키 프론탈레에 0-1로 져 광저우 헝다와 6차전을 반드시 이겨야 16강에 오를 수 있다. 제주 유나이티드가 장쑤 원정에서 2-1로 승리하면서 16강행에 다가선 것이 유일한 위안이다.

점점 커지는 아시아 팀들의 투자 규모에 비해, 제자리걸음은커녕 줄어드는 K리그 팀들의 씀씀이가 원인으로 꼽혔다. 더이상 수준급 외국인 선수들을 영입하지 못하고 국내 선수들조차 많은 연봉을 받고 아시아 타 리그로 진출하고 있다. 분명히 K리그 클럽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축구는 11명이 하는 스포츠다. 몇몇 선수들의 이탈이 극심한 부진의 원인이라고 보기엔 K리그 선수들의 수준은 분명 높은 편이다. 몇몇 뛰어난 외국인 선수들이 있다고 해도, 자국 선수들을 비교하면 여전히 K리그 클럽은 경쟁력을 갖췄다. 투자 부족 외에 다른 원인도 분명히 있었다.

전술적 역량 문제가 분명하다. 지금까지 ACL에서 K리그 클럽들은 뛰어난 외국인 선수들이 '해결해야 할 상황'까지 가는 것도 어려웠다.

▷ K리그에서도 부진하다

K리그 순위표도 대혼전이다. ACL에 나선 팀 가운데 제주 유나이티드만이 지난해와 다름없는 경기력으로 선두 경쟁을 펼치고 있을 뿐이다. 수원과 울산은 K리그에서도 답답한 공격으로 7,8위를 달리고 있다. 서울이 4위를 달리고 있지만 판정에서 이득을 봤다는 이야기도 많다. K리그를 대표하는 빅클럽들이 빈공에 시달리고 있다.

ACL에서도, K리그에서도 '두 줄 수비' 공략에 애를 먹는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늘 높은 점유율로 경기를 하지만 성과는 작다. 공격 짜임새가 부족하다. 7경기에서 수원은 7득점, 울산은 6득점이다. 서울은 8골을 터뜨렸을 뿐이고 페널티킥 득점이 많았다.

급한 것은 일단 이름값이 높은 팀들이다. 팬들의 기대가 크기에 과정과 결과 모두를 따내야 한다. 공격 축구를 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언제나 승리를 노리는 '빅클럽'의 숙명이지만 그에 걸맞는 공격은 없다. 오히려 역습에 실점해 무너지는 경우가 많았다.

▷ 바야흐로 '수비 우세'의 시대

수비 축구 나아가 역습 축구는 세계적 흐름이다. 유럽 무대 정상 문턱까지 올랐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그랬고, 프리미어리그를 제패한 레스터 시티가 그랬다. 점유율을 높게 유지하는 팀이 패하는 '역설'이 반복되고 있다. 공세를 취하는 팀이 '고구마 먹은 것처럼 답답한' 경기를 펼친다는 것이 문제다. 지금은 바야흐로 '수비 우세의 시대'다.

수비는 '대응'에 초점이 맞춰진다. 수비 전술은 공격 전술보다 짜임새를 갖추기 쉽다. 처방만 제대로 내리면 흔들리지 않을 수 있다. 답답한 상대가 무리한 틈을 이용해 역습을 가할 수 있다. 객관적 전력이 떨어지는 팀들이 '이변'을 만드는 전형적인 방식이다.

반대로 공격 전술은 '주도적'으로 수비를 흔들어야 한다. 수비 전술을 갖추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다.

울산이 무앙통 유나이티드에게 패할 줄 누가 예상했으랴. 서울이 안방에서 웨스턴 시드니에게 홈에서 3연속 실점하고 패할 줄 누가 알았을까. 웨스턴 시드니는 이번 시즌을 6위로 마쳤다. 그리 강한 전력도 아니었다. 수원도 이스턴SC(홍콩)을 모두 꺾긴 했지만 만만한 경기가 아니었다. '수비 조직'을 갖추면 그 어느 팀도 뚫는 것이 쉽지 않았다.

▲ 애들래이드전에서 득점한 뒤 환호하는 마그노, '감귤타카' 제주만 공격 축구로 효과를 보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 수비 전술은 발전했는데, '제자리걸음' 공격 전술

공격 템포가 느려 밀집 수비를 흔들지 못한다. '패스를 주는 선수'는 있으나 '패스를 받으려는 선수'는 없다. 밀집 수비를 뚫기 위해선 템포가 핵심인데, 번번이 뒤로 밀려나와 후방부터 빌드업을 다시 해야 한다.

수비 전술은 발전했는데 공격 전술은 그에 따라가지 못했다. 더이상 대책 없는 '공격 앞으로!'는 먹히지 않는다.

선제골을 터뜨리면 경기 운영에 여유가 생긴다. 반대로 먼저 실점을 하면 어려운 경기를 펼친다. 선제골은 상대가 공격적으로 나서게 할 수 있다. 공간을 확보할 수 있고 예전처럼 익숙한 공격을 펼칠 수 있다는 뜻이다. 바꿔 말하면 수비 전술을 넘어 선제골을 터뜨릴 수 있는지가 핵심이다.

'두 줄 수비'를 깨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미 생긴 공간'이 아니라 '앞으로 생길 공간'에서 공을 잡아야 한다. 공을 잡고 있는 선수 주변으로 끊임없이 선수들이 움직여야 한다. 여기에 더해 '공을 잡은 선수', '패스를 받을 선수' 외에도 공의 흐름을 따라 '제 3의 선수'가 움직여 활발하게 '삼자 패스'를 연결한다. 단순히 빠른 발이나 힘을 앞세우기보다 '생각의 속도'가 빨라야 한다. 공을 어떻게 빠르게 돌릴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공은 사람보다 빠르다.

▷ 장기적 성공 바란다면 공격 전술 발전해야

결국 '강팀'임을 증명하고 싶다면 대응에 초점을 맞춘 '안티' 전술이 아니라, 주도적인 공격 전술을 짤 수 있어야 한다. 

결국 수비 전술은 수동적이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우승에 도전할 위치에 오르면, 더 수비적으로 나오는 팀을 만나게 된다. '선 수비 후 역습'으로 성공을 이룬 팀도 '두 줄 수비'를 넘어야 하는 상황을 맞는다. 이번 시즌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사령탑, 디에고 시메오네가 전방 압박을 펼치는 것으로 전술 변화를 시도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번 시즌은 K리그에게 혹독한 시즌이다. 지금껏 잘 해왔던 축구가 갑자기 되지 않아 답답할 수도 있다. 그리고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노력을 하더라도 당장에 해결은 어렵다. 노력하고 연구하는 수밖에 없다. 2000년대 후반은 '공격 우세의 시대'였다. 티키타카라는 '공격 전술'이 전 세계를 강타했다. 완벽한 전술은 없다. 다만 K리그가 아직 수비 전술을 깰 정도로 공격 전술을 준비하지 못한 것이 문제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