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아이스하키 대표 팀 ⓒ 대한아이스하키협회 제공

[스포티비뉴스=조영준 기자] 한국은 2014년 4월 경기도 고양에서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세계남자선수권대회 디비전 Ⅰ 그룹 A(2부 리그) 대회를 개최했다.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 아이스하키 종목의 개최국 자동 출전권을 따기 위해 노력하던 때였다. 르네 파젤 IIHF 회장은 한 가지 조건을 걸었다. 한국이 이 대회에서 꼴찌만 하지 않으면 평창 동계 올림픽 출전을 허용한다고 했다. 한국은 이 대회에서 5전 전패, 승점 0점으로 최하위가 돼 디비전 Ⅰ 그룹 B(3부 리그)로 강등됐다.

이후 귀화 선수 충원과 외국인 감독과 코치를 데려오라는 IIHF의 다른 조건을 수락해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국 자동 출전권을 얻기는 했다.

그때 한국에 전패의 수모를 안긴 나라가 헝가리, 슬로베니아, 오스트리아, 일본, 우크라이나였다.

한국은 29일 우크라이나 키예프에서 끝난 2017년 IHHF 세계남자선수권대회 디비전 Ⅰ 그룹 A에서 3년 전 패배를 안겼던 헝가리와 우크라이나를 넘어 3승 1연장승 1패, 2위의 성적으로 월드 챔피언십(1부 리그) 진출을 이뤄 냈다. 2014년까지만 해도 월드 챔피언십에서 뛰었던 세계 랭킹 16위 카자흐스탄도 한국에 무릎을 꿇었다.

한국은 카자흐스탄을 상대로 12전 13기 끝에 사상 첫 승리를 거두는 쾌거를 이뤘다.

파젤 IIHF 회장이 "한국 아이스하키가 평창에서 망신을 당하면 출전을 허락한 IIHF도 곤란해진다"며 개최국 자동 출전권 부여에 주저했던 게 불과 3년 전 일이다.

한국은 남자 등록 선수가 233명뿐이다. 아시아리그 아이스하키에 출전하는 팀은 3개, 대학 팀은 5개에 불과하다. 한국(21위)과 세계 랭킹이 가장 가깝고 이번 대회에서 5전 전패 한 우크라이나(22위)만 해도 남자 등록 선수는 2,182명에 이른다.

아이스하키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한국은 아시아권에서도 무시를 당했다. 한국 남자 아이스하키의 젖줄과도 같은 안양 한라 아이스하키단은 1996년 일본 팀에 교류전을 요청했으나 실력 차가 크다는 이유로 문전박대를 당했다.

2003년 아시아리그 아이스하키 출범 당시만 해도 일본에는 상대되지 않았고 중국에도 뒤졌다.

2003년 11월 아시아리그 출범 개막전에서는 일본의 고쿠도에 1-11로 참패했고, 쿠시로 원정에서는 일본 팀인 크레인스에 3-13으로 크게 졌다.

워낙 기량 차가 많이 나다 보니 일본 팀에 외국인 선수 기용 제한 등 여러 가지 핸디캡을 주고 경기를 치러야 할 정도였다. 그러나 한국은 그러한 수모를 이겨 내고 일본 팀과 경기를 치르면서 빠르게 기량 차를 줄여 나갔다.

한국 아이스하키는 평창 동계 올림픽을 목표로 강력한 전력 강화 프로그램을 시행했다. 그 가운데 하나가 '핀란드 프로젝트'다. 대한아이스하키협회는 2013년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핀란드 2부 리그에 20대 초반의 젊은 선수 10명을 파견해 경험을 쌓도록 했다.

2014년 7월에는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스타 선수 출신인 백지선(50·영어 이름 짐 팩)을 새 감독으로 영입했다. 같은 해 9월에는 역시 NHL에서 굵직한 발자취를 남긴 박용수(41·영어 이름 리처드 박)가 대표 팀 코치로 가세했다.

백 감독 부임과 귀화 외국인 선수의 가세 그리고 협회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이 결합하며 한국 아이스하키는 빠르게 성장했다. 한국은 지난해 헝가리에서 열린 6개국 친선 대회인 유로 아이스하키 챌린지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해 4월에는 일본을 34년 만에 처음으로 꺾었다.

한국은 이제 캐나다, 러시아, 핀란드, 미국, 체코, 스웨덴, 슬로바키아, 스위스, 독일, 벨라루스 등과 같은 세계적인 강팀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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