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이교덕 격투기 전문 기자] "김동현은 한국의 자동차 같아. 빠르지도 않고, 디자인이 예쁘지도 않고, 힘도 없어."

제이크 엘렌버거(32, 미국)는 5년 전만 해도 '스턴건' 김동현을 한 수 아래로 봤다. 2009년 9월 UFC에 들어와 2013년 3월까지 8승 2패 전적으로 상승세를 타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신만만했고, 기세등등했다.

그런데 2013년부터 마법이 풀린 듯 곤두박질쳤다. 지난달 23일(이하 한국 시간) UFC 파이트 나이트 108에서 마이크 페리에게 KO로 진 것까지 합해 최근 10경기에서 3승 7패를 기록했다. KO패만 다섯 번이었다.

사실상 UFC 웰터급 톱클래스에서 경쟁력을 잃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엘렌버거를 쓰러뜨린 페리는 "이제 엘렌버거는 은퇴해야 한다. 나와 대결이 그의 마지막 경기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9일 UFC 210에서 다니엘 코미어에게 지고 깜짝 은퇴를 선언한 앤서니 존슨도 엘렌버거를 염두에 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UFC 파이트 나이트 108을 보고 든 생각이다. 최근 5~6경기에서 KO로 졌다면 그만둬야 한다. 선수들은 자기가 떠날 때를 알아야 한다"고 했다.

▲ 제이크 엘렌버거는 최근 5경기에서 1승 4패로 저조하지만 아직 은퇴 시기는 아니라고 못 박았다.

엘렌버거의 자존심에 상처가 날 만한 발언들이다. 하지만 엘렌버거는 "부정적인 말들에 신경 쓸 시간이 없다"면서 "아직 문제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미국 종합격투기 사이트 MMA 파이팅과 인터뷰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 갈 것이다. 모든 선수들은 자신이 그만둘 때를 결정한다. 난 꽉 막힌 사람이 아니다. 내 경력이 황혼기에 접어들었다는 걸 안다.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그러나 아직 떠날 때는 아니다. 더 높은 수준의 성과를 내고 마무리하고 싶다"고 말했다.

미샤 테이트·유라이아 페이버·브래드 피켓·앤서니 존슨·비토 벨포트 등 성적이 떨어지기 시작할 때 과감하게 은퇴를 결정하는 파이터들이 있는 반면, 계속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도전을 이어 가는 파이터들도 있다.

1970년생 댄 헨더슨은 떠날 시기를 놓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UFC 미들급 타이틀전을 은퇴전으로 치렀고, 챔피언 마이클 비스핑을 위협하며 명승부를 펼쳤다. 결과적으로 박수를 받으며 떠났다.

은퇴 시기에 정답은 없다. 각자가 판단해야 한다.

엘렌버거는 2005년부터 12년 동안 44경기(31승 13패)를 뛰었다. 오랫동안 너무 자주 경기를 뛰어 몸이 축났는지 몰라도, 이제 만 32세로 나이로 보면 한창때다.

엘렌버거의 파이터 인생은 올라갈 때와 내려갈 때의 각도가 유난히 가파르고 깊어 최근의 부진이 더 크게 느껴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엘렌버거도 알고 있을 것이다. 그에게 옥타곤에서 기회가 많이 남아 있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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