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L 김영기 총재 ⓒ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KBL이 2일 제8대 김영기 총재의 연임을 발표했다. 그런데 두 가지 이상한 점이 있다. 김영기 총재는 그동안 6월까지 임기를 마치면 퇴임할 뜻을 밝혀왔다. 그런데 개인의 뜻과 상관없이 10개 구단의 만장일치로 재추대됐다. 두 번째는 다음 총재는 회원 구단주 가운데 한 명이 맡는다는 내용이다.

◆ 그만둔다더니 왜?

김영기 총재는 2014년 7월 임기를 시작했다. 2002년 11월부터 2004년 4월까지 제3대 총재를 맡은 뒤 10년 만의 복귀였다. '재미있는 농구'를 강조한 김영기 총재는 외국인 선수 제도를 손보는 것으로 색깔을 내기 시작했다. 193cm를 기준으로 장단신 선수를 나누고, 한 팀에서 장신과 단신 외국인 선수를 1명씩 보유할 수 있게 했다. 가장 큰 논란이 일었던 변화다.

조 잭슨(전 오리온), 키퍼 사익스(전 KGC) 등이 이 제도 덕분에 KBL에 들어왔고, 화려한 개인기를 선보여 인기를 끌었다. 공교롭게도 단신 가드를 영입했던 오리온과 KGC가 최근 두 시즌 동안 챔피언 결정전에 진출했다. 화려한 농구가 돌아왔다는 환영론만 있는 건 아니다. 여전히 '언더사이즈 빅맨'을 선호하는 풍조가 있고, 그로 인해 국내 선수들의 성장 기회가 줄어든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심판 판정 논란은 김영기 총재가 풀지 못한 숙제다. 규칙을 바꾸고, 제도를 바꾸는 것만으로는 해결이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농구 인기의 지속적인 하락'이다. 김영기 총재에 대한 비판 여론이 여전히 존재하는 이유다.

한 KBL 구단 관계자는 '현실론'을 이유로 들었다. 그는 "당장 총재를 할 사람이 없고, 데려올 사람도 없다. 일단 김영기 총재를 재추대하고 구단주 중에서 적임자를 모시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다. 또 요즘은 정치인 출신이 연맹 총재를 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인력 풀이 줄어든 거 같다. 이런 상황이면 원래 누가 나와야 하는데 그렇지가 않다"고 안타까워했다.

KBL 이성훈 사무총장은 "KBL에서 차기 총재에 관심을 갖지 않거나 노력하지 않은 건 아니다"고 손사래를 쳤다.

그는 "구단주들이 맡아서 하면 좋겠다는 의견이 예전부터 있었는데 실제로 이뤄지지 않았다. 구단주들이 기업인이다 보니 경영에 힘쓸 일이 많고. 선뜻 맡아서 할 사람이 없었다. 다만 앞으로 그렇게 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강해졌다. 때마침 배구 쪽에서도 대한항공 조원태 사장이 총재에 취임했다"고 얘기했다.

◆ 회원사에서 차기 총재 왜?

지난달 25일 KOVO는 대한항공 조원태 사장을 총재로 임명했다. 구단주 3명을 후보로 놓고 총재 취임 의사를 타진한 뒤에 결정한 일이다. KBO는 구본능 총재가 LG와 깊은 관련이 있다. KBL은 SBS 미디어그룹, 태영그룹 윤세영 회장이 초대 총재를 맡은 역사가 있다. 역사적으로 이례적인 일은 아니란 말이다.

이성훈 사무총장은 "총재를 모집한다고 해도 프로 농구와 관련이 없는 사람이 하겠다고 나설 수도 있는 것 아닌가. 그런 일은 차단하려고 구단주에서 다음 총재를 뽑기로 했다. 다른 종목에 없는 사례를 새로 시도하는 게 아니다"고 얘기했다.

프로 농구가 외면받은 큰 이유 가운데 하나는 심판 판정 논란이다. 이른바 '스폰서 콜'이라 불리는 현상에 대해 이성훈 사무총장은 "유리한 것보다 불리한 경우가 생길 수 있다. 다른 종목에서는 '스폰서 콜'이라는 말이 없는데 왜 유독 남자 농구에서만 그러는지 모르겠다. 색안경을 끼고 보는 거 아닌가"라고 반박했다.

실무를 맡은 이들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한 구단 관계자는 "그런 걱정은 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그는 "자기 팀에 유리한 행정을 할 만한 사람이 총재를 하지는 않을 거다. 총재는 연맹의 중심을 잡는 일만 하면 된다. 실질적인 일은 경기인 출신들이 맡게 될 거라고 본다"고 했다. 단 "총재도 총재지만 중간에서 실무를 보던 인사들의 공과 과를 확실히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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