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리뉴 감독(왼쪽)과 콘테 감독.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선두 첼시는 5번 졌고 5위 맨유는 4번 졌다. 그런데도 첼시가 승점 19점을 앞섰다. 결정적 차이는 이겼느냐 비겼느냐에 있다.

첼시는 9일 새벽(한국 시간) 영국 런던 스탬포드 브릿지에서 열린 2016-17 시즌 프리미어리그 36라운드에서 미들즈브러를 3-0으로 완파했다. 이번 승리로 첼시는 사실상 우승을 확정했다. 2위 토트넘과 승점 차는 다시 7점으로 벌어졌다. 리그 35경기 가운데 27번을 이긴 첼시가 나머지 세 경기에서 한 번도 이기지 못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 '이기는 팀' 첼시

첼시는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가장 많이 이긴 팀이다. 27번 이기는 동안 3번 비겼고 5번 패했다. 2위 토트넘과 5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보다 패가 많다. 그러나 여유 있게 1위를 달린 것은 승리가 많았기 때문이다. 안토니오 콘테 감독은 첼시가 패배로 흐름이 끊긴 뒤에도 팀을 다시 승리로 이끌었다.

첼시는 스리백으로 전환한 뒤 수비를 강화했고 역습을 함께 장착하면서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프리미어리그 팀들이 첼시의 전략을 읽으면서 밀집 수비를 상대해야 할 경우도 크게 늘었다.

역습으로 일단 이번 시즌의 반번을 시작했지만 첼시는 지공에도 강했다. 스리백을 두면서 수비적 안정감을 더해 나머지 7명은 공격에 무게를 실을 수 있었다. 몸싸움에 강하고 마무리 능력이 뛰어난 디에고 코스타가 원톱으로 활약했다. 에당 아자르, 페드로 로드리게스, 윌리안 등 측면 공격수들은 1대1에서 수비를 제압할 능력이 있다. 여기에 빅터 모제스, 마르코스 알론소의 공격 가담까지 더해져 어김없이 골문을 열었다. 첼시는 선두 경쟁 팀과 경기에선 평범한 기록을 냈지만 '이길 경기'에선 대부분 승리했다.


● '패하지 않는 팀' 맨유

반면 전 직장이 첼시였던 주제 무리뉴 감독이 이끄는 맨유는 이번 시즌 가장 이기기 힘든 팀이었다. 패배도 4번 뿐이고 25경기 무패 행진이라는 쉽지 않은 기록도 세웠다. 그러나 이 기록이 그리 많은 주목을 받지 못한 것은 맨유가 이미 우승 경쟁에서 멀어졌기 때문이다. 14번이나 비긴 것이 치명적이었다. 

무리뉴 감독은 공격 축구를 외치며 점유율을 높게 유지했다. 그러나 공은 잡고 있되 답답했다. 마커스 래시포드, 앙토니 마시알, 제시 린가드 등 발이 빠른 측면 공격수가 있지만 수비 조직은 흔들지 못했다. 맨유를 상대해 무승부만 해도 괜찮다는 팀들은 매번 밀집 수비 전략을 들고 나왔다. 빠른 선수가 있어도 주력을 뽐낼 공간이 없었다. 점유율을 쥐고 공격을 펼치다가 역습에 실점하면서 패배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맨유는 저력을 발휘하며 여러 차례 패배할 경기를 무승부로 만들었다.

맨유의 '비빌 언덕'은 느리지만 묵직한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였다. 때론 장신의 마루앙 펠라이니를 함께 투입해 단순한 '롱볼 축구'를 펼쳤다. 선제 실점을 하면 더 어려운 경기를 펼쳤다. 맨유는 0-0 무승부를 5번, 1-1 무승부를 9번 기록했다. 다득점을 터뜨리지 못해 무승부를 거뒀다는 뜻이다.



● 밀집 수비를 뚫을 '주도적' 전술의 중요성

맨유가 무승부로 쌓은 승점은 14점. 14경기에서 5승 9패를 하더라도 14번의 무승부보다 많은 승점을 쌓을 수 있다. 축구의 목표는 패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이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맨유와 첼시 모두 강력한 수비력을 뽐냈다. 콘테 감독도 무리뉴 감독도 수비 전술을 짜는 데는 일가견이 있는 지도자다. 첼시가 35경기에서 29실점, 맨유가 35경기에서 27실점을 기록했다. 경기당 1골도 주지 않았다.

결정적 차이는 공격 완성도에 있었다. 밀집 수비를 뚫을 수 있는가, 그곳에서 시즌 농사가 갈렸다. 

콘테 감독은 유럽 클럽대항전을 출전하지 않는 이점도 있었지만 첫 시즌부터 팀을 정상으로 이끌었다. 경험 많은 콘테 감독이 첼시를 이끌고 내년에 나설 유럽 무대에서 활약에 큰 기대가 모이고 있다.

무리뉴 감독은 일단 유로파리그 결승행에 가까워졌다. 리그컵에서도 우승을 따냈다. 나쁘지 않은 시즌이었지만 리그 결과에 대해선 분명한 반성이 필요하다. 무리뉴 감독은 일정한 전술의 '대응책'을 내놓는 데는 뛰어난 능력이 있다. 지난달 17일 맨유와 첼시가 맞대결에서 2-0으로 무리뉴 감독이 웃은 이유도 첼시의 전술적 약점을 정확히 짚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리뉴 감독이 리그에서 성공하기 위해선 주도적인 공격을 할 줄 알아야 한다. 밀집 수비를 뚫지 못하고, 단순한 공격만 반복해선 내년도 리그 우승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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