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을 연출한 변성현 감독. 사진|곽혜미 기자

[스포티비스타=이은지 기자] 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을 연출한 변성현 감독의 장점은 명확하다. 스스로도 잘 알고 있다. 영화 ‘나의 PS 파트너’에서도, 개봉을 앞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에서도 그 장점은 빛난다.

‘나의 PS 파트너’를 연출한 변 감독이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이하 ‘불한당’, 17일 개봉)으로 돌아왔을 때 의문이 들었다. 말랑말랑한 로맨틱 코미디를 연출한 감독이 만든 남자들의 이야기라는 이유였다. ‘불한당’의 시작은 장르였다. “‘나의 PS 파트너’를 찍으면서 범죄액션, 느와르 장르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시간이 흘렀다. 다음 작품의 장르만 정하고 그렇게 1년이 지났다.

언더커버라는 소재가 들어온 것은 영화 ‘신세계’를 본 후였다. 장르가 정해진지 1년만에 소재가 등장한 셈이다. 쉽지는 않았다. 언더커버라는 소재는 매력적이지만, 무수히 쏟아지는 언더커버 영화 속에서 생존하기란 쉽지 않았다. 투자 역시 마찬가지다. 유사 장르가 많다는 이유로 다들 만류 했지만 변 감독은 “나는 다르게 찍을 수 있다”고 주변인을 설득했다.

변 감독의 설득이 통했고 지금은 영화가 완성됐다. 제 70회 칸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초청까지 받았다. 관객을 만날 준비도 마쳤다. 자신만만하게 “다르게 찍을 수 있다”고 했던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언더커버 장르에서 그의 존재가 언제 드러날지에 집중하지 않았다. 흔한 이야기는 과감하게 버렸다. “형, 나 경찰이야”라는 현수(임시완)의 대사는 영화의 끝이 아닌, 시작을 알리는 장치로 사용된다.

▲ 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촬영장에서 모니터 중인 임시완(왼쪽)-변성현 감독. 제공|CJ 엔터테인먼트

흔한 이야기지만 분명 다르다. “새로운 이야기를 꺼내는 재주는 없다”는 변 감독의 전략인지도 모른다. ‘나의 PS 파트너’ 역시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다. 오래된 연인, 이별, 새로운 인연의 시작, 그리고 이별, 또 다시 만남의 패턴의 반복이다. 하지만 그 안에서 이야기를 풀어가는 과정이 다르다. ‘불한당’도 마찬가지다.

“여러 가지를 취합한다. 느와르에 멜로 감성을 넣어보기도 하고 늘 고민을 한다. 나만의 머리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스태프들과 회의를 하고, 콘티를 짤 때도 고민을 한다. 일을 오래 함께 한 콘티 작가님이 있다. ‘불한당’을 같이 하자고 하니 ‘또 재미있고 치열하게 하겠구나’라는 말로 합류했다.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지만 다르게 이야기 했으면 좋겠고, 앞으로도 그런 감독이 되고 싶다.”

‘불한당’은 이렇게 다름을 생각한 변 감독의 결과물이다. 느와르 장르이고 배우 설경구와 임시완의 남남 케미가 돋보인다고 하지만, 남남 케미라는 표현보다는 브로맨스였다. 브로맨스보다 더욱 진한 브로맨스를 만들어냈고, “재호(설경구)는 현수를 사랑했다”는 멜로의 감정까지 느껴지게 만든 이유이기도 하다.

감독의 의도대로 흘러갔다. 재호는 현수를 사랑했다. 물론 동성애와 같은 사랑은 아니었지만, 재호와 현수 사이에는 멜로의 감정이 느껴졌다. 단, 현수는 재호의 감정을 몰랐으면 하는 것이 변 감독의 의도였다. 이유는 단순했다. 재미있을 것 같으니까.

“멜로의 느낌이 나길 바란 이유는 재미있을 것 같아서였다. ‘첩혈쌍웅’을 보면서 멜로 영화라고 생각했다. 총을 쏘고 피가 난무하지만 멜로처럼 느껴졌다. 이 감정을 현대에 맞게, 세련되게 만들어보고 싶었다.”

▲ 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임시완(왼쪽)-설경구 스틸. 제공|CJ 엔터테인먼트

‘불한당’에서는 진한 감성이 느껴진다. 액션 시퀀스에서도 다르지 않다. 상당히 경쾌한 액션신에 대해 변 감독은 “재호와 현수가 클럽에 놀러 간 콘셉트”라고 설명했다. 액션의 온도를 조금 올리면서 경쾌함을 만들어 냈다. 유사 장르에서 등장하는 시그니처 액션과는 달랐다. “생존이 우선시 되는 질퍽한 액션”이 아니었다. 단순한 액션이 아닌, 재호와 현수가 관계를 쌓아가는 과정이라는 의미를 지녔다.

‘불한당’을 함께 한 배우들은 변 감독을 괴짜라고 표현을 했다. 반면 변 감독은 스스로를 “평범한 사람”이라고 이야기 했다. 오히려 자신을 괴짜라고 말한 임시완을 평범하지 않다는 이야기를 덧붙였다.

“시완 씨는 굉장히 바른 사람이다. 시완 씨가 나에게 괴짜라고 했는데, 그도 평범한 사람은 아니다. 바른 것과 평범하지 않은 것은 다른 문제다. 바른 사람이라고 해서 평범한 사람은 아니지 않는가. 하하. 괴짜라는 말이, 이 직업을 가진 사람으로 나쁜 말이 아니라서 그냥 신경 쓰지 않지만, 나는 스스로 괴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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