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박성윤 기자] 외국인 타자가 단번에 KBO 리그에 적응에서 활약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다. 그렇지 않은 경우가 훨씬 많다. 리그와 리그가 속한 나라 적응기를 거치지 않고서는 좋은 성적을 내기 힘들다.
지난 시즌 두산 베어스 외국인 타자 닉 에반스는 4월 타율 0.164로 부진했으나 퓨처스리그에 다녀온 뒤 팀 중심 타자로 자리 잡았다. 5월 타율은 0.351를 기록했고 7홈런 21타점으로 활약했다. 올 시즌까지 두산에서 뛰고 있는 에반스는 어느새 '적응기를 거쳐 활약하는 외국인 타자' 대명사가 됐다.
올 시즌도 어김없이 적응기를 거친 뒤 활약하고 있는 타자들이 나오고 있다. 2016년에 에반스가 있었다면 올 시즌에는 삼성 라이온즈 다린 러프와 롯데 자이언츠 앤디 번즈가 있다.
삼성은 외국인 타자 복이 없는 팀으로 유명하다. 2014년과 2015년에 뛴 야마히코 나바로, 1999년 40홈런 타자 스미스, 현재 롯데에서 코치 생활을 하고 있는 프랑코를 제외하면 대부분 실패했다. 러프가 지난달 타율 0.143 1홈런 4타점만 기록했을 때 외국인 타자 영입 실패 이야기가 고개를 들었다.
김한수 감독은 당시 "자신감이 부족하다. 간결하지만 강한 스윙을 하는 것이 러프 장점인데 그렇지 못하다"며 퓨처스리그로 보냈다. 그러나 팀 사정이 좋지 않아 여유 있게 정비하지 못한 가운데 딱 10일을 채우고 1군에 다시 올랐다.
지난 2일 복귀한 러프는 올 시즌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것을 알렸다. 두산전 5-5 동점인 10회 1사 주자 없을 때 러프는 이현승을 상대로 끝내기 솔로포를 터뜨렸다. 러프 커리어에서 첫 끝내기 홈런이었다.
이 홈런으로 러프는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5월에만 타율 0.308 3홈런 7타점을 기록했다. 지난 17일, 18일 SK 와이번스와 경기에서는 무안타로 침묵했으나 공을 맞히기에 급한 스윙이 아닌 자기 스윙을 하면서 흔들리지 않았다. 올 시즌 러프 득점권 타율은 0.214인데 5월로 기간을 좁히면 0.300이다.
롯데 번즈는 러프보다 상황이 나았지만 물음표가 따라다녔다. 외국인 타자지만 출루율이 낮고 타점 기회에 약해 하위 타선으로 경기에 나서는 경우가 잦았다. 4월에는 타율 0.244 3홈런 10타점을 기록했다. 낯선 리그에서 처음 뛰는 타자라고 봤을 때 성적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물음표를 지울 수는 없었다.
번즈 역시 적응기를 거쳐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맹타의 끝은 지난 16일부터 18일까지 사직구장에서 열린 kt 위즈와 경기. 번즈는 13타수 7안타(2루타 4개, 1홈런) 6타점으로 활약했다. 3경기 OPS 1.615다. 번즈 활약에 힘입어 롯데는 올 시즌 첫 시리즈 싹쓸이 승리를 챙겼다. 번즈는 장타 수에서 최형우, 한동민 나성범에 이어 리그 4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시즌 초와 크게 달라진 번즈는 "미리 준비 자세를 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준비를 미리 하면 공을 미리 파악할 수 있다. 감독, 코치님이 도와주셨다. 계속 신경 써서 훈련하겠다"며 변화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강한 타구 생산에 신경 쓸 것이다. 이어 득점권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4월과 다른 실력을 보여주겠다며 적응 기간이 끝났다는 것을 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