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가 고파 벗었던 글러브, 돌아온 허송복은 이제 즐기면서 싸운다는 의미를 아는 나이가 됐다.

[스포티비뉴스=이교덕 격투기 전문 기자] 20대 후반, 꾸준히 킥복싱 무대(12승 3패)에 올랐던 여성 파이터가 돌연 자취를 감췄다. 하루라도 땀을 흘리지 않으면 답답해했던 그였지만, 킥복싱만으로는 먹고살기 힘들었다. 생활고에 지쳐 반도체 공장으로 돈을 벌러 갔다.

그렇다고 해도 격투기를 잊어 본 적 없다. 세계킥복싱총연맹 여성부 50kg급 한국 챔피언 출신 허송복(33, 팀 에이스)은 고민 끝에 2년 전 종합격투기 체육관인 파주 팀 에이스의 문을 두드렸다.

"은퇴했다는 표현은 옳지 않다. 잠시 떠나 있었을 뿐이다. 일에 치였고, 터널 증후군 치료 때문에 6개월간 운동하지 못했다. 긴 시간을 돌고 돌아 이곳으로 돌아왔다. 치고받는 게 너무 재밌다. 숨 쉬는 한 계속 캔버스를 밟을 것이다."

예전부터 해 보고 싶던 종합격투기에 도전했다. 돈을 벌어야 하니까 직장 생활과 병행하고 있다. 업무 시간 때문에 오후 8시 반부터 약 2시간 정도밖에 훈련하지 못하지만 허송복은 지금의 일상이 너무나 행복하다.

주말에는 체력 강화를 위해 산에 오르고, 체육관에 가지 못했을 경우에는 팔굽혀펴기 300회는 해야 잠이 온다고. 한 달에 휴일은 고작 이틀이다.

허송복은 아마추어 종합격투기 경기 경험을 거쳐 이제 프로 경기에 나선다. 다음 달 3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개최하는 TFC 드림 3 메인이벤트에서 '케이지 김연아' 서지연(18, 더짐랩)과 여성부 50kg 계약 체중 경기를 치른다.

아마추어 전적은 2승 1패다. 김민정, 김린하를 연달아 판정으로 누르고 2연승을 질주했다. 하지만 역시 익숙지 않은 그래플링이 문제였다. 주짓떼라 장한솔에게 기습 암바에 걸려 졌다.

자신의 약점이 그라운드란 걸 잘 알고 있는 허송복은 피나는 노력을 통해 레슬링과 그래플링 능력을 끌어올렸다. "박상현 감독님과 맹훈련 중이다. 테이크다운 방어와 체력 훈련에 중점을 두고 있다. 넘어져도 바로 일어날 수 있도록 대처하고 있다"고 밝혔다.

상대 서지연은 여고생이다. 허송복보다 17살이 어리다. 언니 허송복이 보기에, "내 태클을 어떻게 막을까 궁금하다"라고 말하는 서지연이 맹랑하다.

허송복은 그런 자신감 넘치는 패기가 부럽고 귀엽다. 하지만 승부는 승부일 뿐. 세상의 쓴맛을 안길 생각이다.

허송복은 "놀랐다(웃음). 17살 차이라니. 세월이 정말 빠르구나라는 것을 다시 느낀다. 아무 생각 없이 운동만 할 수 있다는 것이 부럽다. 체력도 나보다 훨씬 좋을 게 분명하다. 그러나 내겐 경험이 있다. '연륜 펀치' 맛을 보여 주겠다"고 말했다.

다시 시작한 격투기다. 그는 또 도전한다. "계속 운동하고 싶다. 할 수 있다면 TFC에서 계속 뛰고 싶다. 쭉쭉 올라가고 싶다. 박수 받는 경기를 하겠다. 그게 그리웠다"고 했다.

▲ 서지연은 허송복보다 17살이 어리다. 그게 허송복은 부럽다.

TFC 드림 3에는 여성 맞대결이 네 경기나 포진돼 있다. '케이지 김연아' 서지연과 킥복싱 챔피언 출신 허송복이 메인이벤트에서 만난다. '제2의 김지연'을 꿈꾸는 최정윤과 이영주가 맞붙는다. 또한 태권도의 권혜린과 주짓수의 박연화가, 허송복을 꺾은 적이 있는 장한솔이 늦깎이 킥복서 최제이와 대결한다.

TFC 넘버 시리즈와 아마추어-세미프로 리그를 잇는 정식 프로 대회인 TFC 드림의 경기는 5분 3라운드로 진행된다. 언더 카드는 5분 2라운드(연장 1라운드)다.

TFC 드림 3 입장권(VIP석 10만 원, S석 2만 원) 문의는 1600-6186에서 가능하며 현장 판매도 진행한다. 다음 달 3일 오후 2시부터 대회가 시작된다.

TFC 드림 3- 서지연 vs 허송복

-메인 카드

[여성 50kg 계약 체중] 서지연 vs 허송복
[페더급] 송두리 vs 김지훈
[여성 밴텀급] 최정윤 vs 이영주
[라이트급] 박종헌 vs 임창한
[여성 55kg 계약 체중] 권혜린 vs 박연화
[라이트급] 박문호 vs 손찬희
[여성 아톰급] 장한솔 vs 최제이
[밴텀급] 장현우 vs 유수영
[플라이급] 안상주 vs 박태호

-언더카드-

[페더급] 김상원 vs 김범준
[밴텀급] 손환욱 vs 이진세
[밴텀급] 전형주 vs 윤주환
[라이트급] 박진우 vs 방재혁
[밴텀급] 지현영 vs 이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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