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취재 정형근, 김도곤 기자, 영상 송경택 PD] 토트넘 손흥민이 ‘차붐’을 넘어 새로운 금자탑을 쌓아 올렸다. 손흥민은 19일(한국 시간) 레스터 시티와 프리미어리그 경기에서 멀티 골을 넣으며 시즌 21호 골 고지에 올랐다. 손흥민은 1985-86시즌 차범근(현 U-20 월드컵 조직위원회 부위원장)이 분데스리가 레버쿠젠에서 세운 시즌 19골을 넘어섰다. 아시아 선수가 유럽 4대 리그(잉글랜드·스페인·독일·이탈리아)에서 한 시즌 20골 이상 넣은 것은 최초다.

손흥민은 31년의 세월 동안 ‘차붐’의 기록에 근접한 유일한 한국 선수이다. ‘전설’ 차범근의 기록은 그동안 넘을 수 없는 벽으로 여겨졌다. 물론 차범근과 손흥민이 뛴 시대와 리그, 축구 전술 등이 다르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둘을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공격수로 우뚝 선 손흥민과 차범근을 가까이서 지켜본 이들에게서 정보를 얻을 수는 있다. 

차범근과 동시대를 뛰며 활약한 대구FC 조광래 대표이사와 포항 스틸러스 최순호 감독, SPOTV 김병지, 김태륭 해설위원 등 전문가 4인에게 한국 축구의 역사에 남을 두 선수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 차범근이 뛸 당시 분데스리가와 현재 손흥민이 뛰는 EPL의 차이

최순호 감독(이하 최순호) : 당시와 지금 리그의 분위기는 많이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비교하기 힘들다. 하지만 과거 손흥민을 봤을 때 소질이나 가능성이 충분했다. 스피드가 좋아 세밀한 점만 보완되면 대성할 것이라 생각했다. 현재 그런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 점이 EPL에서 통했다. 

조광대 대표(이하 조광래) : 당시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단적인 비교는 어렵다.

김병지 해설위원(이하 김병지) : 당시 분데스리가와 현재 EPL은 최고의 리그다. 몇몇 빅 리그가 있지만 분데스리가와 EPL은 최고로 손꼽힌다. 차범근 전 감독과 손흥민은 최고의 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다.

김태륭 해설위원(이하 김태륭) : 차범근 전 감독이 뛴 분데스리가는 당시 가장 강했다고 알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리그 중 하나였다. 현재 EPL도 마찬가지이다. 

◇ 차범근과 손흥민의 공격 스타일 비교

최순호 : 두 선수의 스타일이 비슷하다. 많은 골을 넣는 측면 공격수다. 손흥민은 스피드도 빠르고 공을 찰 때나 뛰는 장면을 보며 차범근 선배와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손흥민은 과거 공간이 부족할 경우 부진하기도 했다. 수비 위주 팀과 경기를 하면 공간 확보의 어려움으로 부진하다는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약점까지 해결하는 능력이 생겼다. 지금이 절정의 경기력이라고 본다.

조광래 : 스타일이 비슷하다. 빠른 주력을 가지고 있다. 과거 차범근 전 감독과 경기를 많이 뛰었다. 차 감독은 공을 가졌을 때 움직임, 득점하는 과정이 상당히 날카로웠다. 상대에게 위협을 줄 수 있는 플레이가 뛰어났다. 차범근 전 감독은 공을 갖고 있을 때 스피드가 붙으면 힘이 대단했다.

손흥민의 경우 수비 뒤로 들어가는 능력이 좋다. 이런 점이 손흥민을 더 빨리 성장하게 만들었다고 본다. 한국의 경우 공을 받으러 나오는 움직임이 많다. 반면 유럽 선수들은 수비 뒤로 들어가는 움직임이 좋다. 손흥민은 어린 시절부터 독일에서 뛰어 이 영향은 받았다고 생각한다. 어떠한 각도에서든 슈팅도 때릴 수 있다. 

김병지 : 공격 성향이 비슷하다. 빠른 주력을 이용해 저돌적으로 돌파한다. 움직임 자체도 상당한 파괴력이 있다. 

김태륭 : 손흥민의 가장 큰 장점은 양발 슈팅이 가능하고 주력과 경기 템포가 빠르다는 점이다. 토트넘과 스타일이 잘 어울린다. 마우리시오 포체니노 감독이 계속 감독으로 있고 토트넘이 이 스타일을 유지할 경우 더 좋은 활약을 펼칠 것으로 기대된다.

◇ 손흥민, 차범근에 얼마나 다가섰을까

최순호 : 정확히 말하긴 힘들지만 손흥민이 많이 발전했다. 전에는 공간이 많이 있는 상황에서 활약이 나왔다. 공간이 부족해지면 고전했다. 하지만 지금은 약점을 보완됐다.

조광래 : 차범근 전 감독은 전설이다. 손흥민은 그 레벨로 올라가는 단계라고 생각한다.

김병지 : 단순히 '손흥민이 차범근에 다가갔느냐'는 표현보다는 두 사람이 시대의 흐름 속에서 대를 이어 간다고 생각한다. 차범근 전 감독은 과거 분데스리가에서 영광스러운 모습을 보여줬고 손흥민은 현재 EPL에서 그 명성을 이어 가고 있다. 

김태륭 : 현재 성적이 꾸준히 이어진다면 차범근 전 감독처럼 훌륭한 선수가 될 것이다.

◇ 차범근, 손흥민 같은 선수가 앞으로 나오려면 어떠한 노력이 필요한가

최순호 : 인재 육성이 정말 중요하다. 협회, 클럽, 학교의 노력으로 완벽한 유소년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 체계적인 훈련 프로그램,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차범근, 손흥민 같은 선수가 나올 수 있다. 협회에서 노력하고 있지만 수정, 보완할 점이 많다. 협회는 물론 클럽과 각 연맹, 초·중·고 연맹도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독일을 비롯한 유럽은 초등학교에 많으면 50%, 적으면 30% 이상 축구를 한다. 그 안에서 소질 있는 아이를 찾아 육성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적성에 맞지 않으면 다른 길로 전환하고 소질 있는 아이는 위로 올라간다. 대형 선수를 키울 수 있는 시스템이다. 

조광래 :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공격수가, 그것도 스트라이커가 유럽에서 차범근 전 감독이나 손흥민처럼 기록을 남기며 활약하는 것은 어렵다.

김병지 : 오랜 시간 깨지지 않을 기록이다. 이런 기록을 세운 차범근 전 감독과 손흥민은 어린 선수들의 좋은 멘토가 될 것이다. 차범근 전 감독이 걸은 발자취, 손흥민이 걷고 있는 발자취에서 나온 성과를 연구하고 습득하면 성장할 수 있다. 이런 발자취 자체가 어린 선수들에게 동기부여가 될 것이다. 단순히 '차범근, 손흥민 같은 선수가 더 나올 수 있을까?'하는 것이 아닌 어린 선수들이 이들의 기록에 도전하고 뛰어넘으려는 노력을 한다는 것이 긍정적인 요소다. 
▲ 서독 분데스리가에서 활약하던 1986년, 멕시코에서 열린 월드컵에 출전한 차범근(뒷줄 맨 왼쪽) 차범근부터 시계 방향으로 정용환 허정무 조영증 최순호 오연교 박창선 조광래 김주성 박경훈 변병주 ⓒ대한체육회

◇ 손흥민의 앞으로의 과제

조광래 : 대표팀에서 부진하다는 이야기가 있다. 손흥민은 측면 플레이도 좋지만 안으로 파고들어 가는 능력이 좋다. 이 과정에서 득점도 많이 나온다. 손흥민의 장점이 양발 슈팅이 가능하다는 것인데 측면에 국한되면 그럴 기회가 줄어든다. 좀 더 골문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병지 : 손흥민은 워낙 좋은 선수다. 이제 단순히 젊고 힘이 좋은 것에서 벗어나 경험이 쌓인 선수로 넘어가는 시기다. 이 시기에 자신의 장점과 경쟁력, 경험에서 생기는 노련미를 잘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김태륭 : 현대 축구에서 신체 능력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이런 흐름에서 아시이권 선수가 활약하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하지만 나이가 든다면 지금의 플레이는 힘들 수 있다. 시간이 가면서 플레이 스타일을 바꿔야 한다. 올해 플레이 스타일을 바꾼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처럼 손흥민도 진화한다면 오랫동안 활약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