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선수권대회가 펼쳐질 태권도원의 T1경기장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이교덕 기자] 다음 달 전북 무주에서 남북 태권도 시범단이 한 무대에 오른다.

세계태권도연맹(WTF)은 "다음 달 24일부터 30일까지 무주 태권도원에서 열리는 2017년 WTF 세계선수권대회에 국제태권도연맹(ITF)이 시범단을 파견하겠다고 공식적으로 알려왔다"고 22일 밝혔다.

WTF는 "조정원 WTF 총재가 지난 10일 리용선 ITF 총재에게 ITF 시범단의 무주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참석을 요청하는 초청 공문을 보냈고, 19일 오후 리 총재로부터 이를 수락한다는 답신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WTF는 한국, ITF는 북한 주도로 발전해 온 태권도 종목의 국제 경기 단체다.

WTF에 따르면 ITF 임원과 시범단원 등 34명이 다음 달 23일 베이징을 거쳐 서울에 도착해 7월 1일 한국을 떠날 예정이다.

ITF 시범단의 방한으로 오는 9월 평양에서 열릴 ITF 세계선수권대회 때 WTF 시범단이 시범공연을 펼칠 가능성도 커졌다.

북한 태권도 시범단이 방한하는 것은 2007년 4월 이후 10년여 만이다. 당시 북한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인 장웅 ITF 총재 등 북한 태권도 시범단과 관계자 48명이 서해 직항로를 거쳐 김포국제공항으로 입국해 3박 4일간 머물면서 춘천과 서울에서 시범 공연을 했다. 이때 방한은 그해 1월 사단법인 등록을 마친 한국 ITF태권도협회 관계자들을 격려하고 WTF와 통합 문제 등을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WTF와 ITF의 남북한 교차 방문 시범 공연 추진은 2014년 두 연맹이 맺은 합의 의정서에 따른 것이다.

조정원 총재와 당시 ITF 총재였던 장웅 IOC 위원은 2014년 8월 중국 난징에서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상호 인정과 존중, 양 단체 주관 대회와 행사 교차 출전, ITF 선수들의 올림픽 출전 추진, 다국적 시범단 구성 등의 내용을 담은 합의 의정서에 서명했다.

이를 바탕으로 2015년 5월 러시아 첼랴빈스크에서 열린 WTF 세계선수권대회 개회식에서 ITF 시범단이 WTF 주관 대회 사상 처음으로 시범 공연을 펼쳤다.

이후 ITF 시범단의 방한이나 WTF 시범단의 방북은 이뤄지지 않았다.

WTF가 2015년 10월 ITF 시범단을 서울에 초청하려고 추진했으나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위협 등으로 남북 관계가 악화하면서 불발됐다. 이후 교착 상태에 빠진 듯했던 상호 교차 방문 시범 공연은 지난 4일 스위스 로잔에서 조정원 총재와 리용선 총재, ITF 명예 총재인 장웅 IOC 위원이 만나 양 단체의 협력 의지를 재확인하면서 다시 급물살을 탔다.

이 자리에서 양 단체 수장들은 시범단 교차 방문의 구체적 방안을 논의해 ITF 시범단 방문을 끌어냈다.

ITF 태권도 시범단은 무주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개회식 참석 후 전주와 서울에서도 시범 공연을 펼칠 예정이다.

장웅 IOC 위원은 무주 대회 개회식과 전 대회 일정에 참석할 것으로 알려왔다.

국제 스포츠 단체를 매개로 한 것이나 ITF 시범단 방한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첫 남북 체육 교류 사례가 될 전망이다.

1973년 시작해 2년마다 열리는 WTF 세계선수권대회는 올해로 23회째를 맞는다. 역대 가장 많은 170여 개국에서 2,000 명의 선수와 임원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30일 열리는 폐회식에는 바흐 IOC 위원장이 참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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