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율. 제공|sbs
[스포티비스타=유은영 기자] 배우 권율이 만들어낸 강정일이란 인물은 이전의 ‘권율’을 잊게 했다. 치명적이고, 부드러움 속에 간직한 칼날이 날카롭고, 미소 짓는 웃음 속에 독기가 있는, 권율이 보여주지 못했던 새로운 인물이었다.

권율은 SBS 월화 드라마 ‘귓속말’(극본 박경수, 연출 이명우)에서 강정일 역을 맡아 매주 시청자들과 만났다. 강정일은 보국산업 강유택(김홍파 분)의 아들이자 로펌 태백의 선임 변호사다. 강정일은 권력을 위해 살아왔다. 아버지의 뜻을 이어받아 태백을 삼키기 위해 변호사가 됐고, 태백 대표 최일환(김갑수 분)의 딸 최수연(박세영 분)과 사랑을 했다.

강정일은 자신, 그리고 아버지가 우선이었다. 보국산업의 비리를 알게 된 김성식 기자를 살해했고, 이를 숨기기 위해 최수연에게 이동준(이상윤 분)과 결혼하라고 종용했다. 이동준과 최수연이 결혼을 한 뒤에도 최수연과 만나며 그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자신의 행동이 모두 발각될 위기에 처하자 최수연을 또다시 버렸다. 아버지 강유택이 최일환 손에 죽고, 또 자신이 김성식 기자를 살해한 사실이 세상에 알려질 위기에 처하자 태도를 바꾸며 최수연에게 빌붙기도 했다.

자신과 아버지가 먼저였던 강정일은 흔한 ‘욕망 덩어리’가 아니었다. 욕망에 충실하고, 이를 위해 앞으로 나아가지만 늘 여유 있는 미소와 온화한 모습이 있었다. 누구에게나 부드럽게 미소 지었고, 미소를 띄우며 자신의 속내를 숨겼다. 하지만 그 속에는 아무도 살펴보지 못할 매서운 칼날을 품고 있었다. 욕망에 충실해 폭주하는 흔한 악역과는 달랐다.

강정일을 연기한 권율의 절제력도 돋보였다. 권율은 강정일을 연기하면서 감정을 모두 드러내지 않고 숨기는 모습을 연기했다. 강정일을 연기하면서 전작에서 보여줬던 다정한 남자, 또는 섬뜩한 연쇄살인범의 모습도 지웠다. 악행을 저지르지만 연민이 가는, 인간적인 강정일로 완벽히 스며들었다. 

선(善)과 악(惡)이 공존하는 그의 얼굴도 큰 도움이 됐다. 권율은 부드럽고 자상해 보이다가도, 눈을 빛내는 악랄한 연기가 인상 깊다. 영화 ‘사냥’, tvN ‘싸우자 귀신아’ 등에서 연기한 모습과 비슷하면서도 또 다른, 강정일이 주목받은 이유다.

‘귓속말’에는 완전한 선도, 완전한 악도 없다. 권율이 연기한 강정일 또한 마찬가지다. 그는 아버지의 죽음에 아파하기도 했고, 누군가처럼 복수를 꿈꾸기도 했고, 자신의 욕망에 솔직하기도 했다. 권율이었기 때문에 이를 설득력 있게 그려낼 수 있었고 또 ‘귓속말’의 한 축을 탄탄하게 받쳐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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