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투수의 기준은 구단 별로 달랐지만 큰 틀에서 유행을 했던 부분이 있었다. 바로 릴리스 포인트였다.
니퍼트 보우덴(이상 두산) 등 장신 외국인 투수들이 높은 타점에서 내리 찍듯 찍어내리는 구위가 한국 야구에서 통한다는 공통된 인식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신장 190m가 넘는 외국인 투수들이 대거 영입된 배경이었다.
그렇다면 높은 릴리스 포인트는 구위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일까. 높은 타점이 좋은 성적으로 연결될 가능성은 얼마나 있는 것일까.
피칭 추적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는 트랙맨 데이터를 찾아보면 높은 릴리스 포인트는 분명 좋은 투구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그 좋은 타점도 활용하기에 따라선 결과가 달라졌다.
전체 데이터를 봤을 때 가장 높은 타점을 기록한 선수는 최장신 투수 장민익이었다. 장민익은 평균 2m04cm를 기록해 평균 타점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그 다음은 박정진으로 장민익 보다 0.2cm 낮았을 뿐이었다.
장민익은 2m7cm인데 반해 박정진은 1m83cm다. 24cm나 차이가 난다. 하지만 릴리스 포인트에선 별다른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그만큼 박정진이 독특한 타점이라는 장점을 갖고 있음을 뜻한다. 박정진이 마흔이 넘는 나이에도 현역 생활을 이어갈 수 있는 배경에도 분명 남다른 릴리스 포인트가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수는 없다. 박정진은 평균 자책점이 7.71이나 된다. 낯설음 만으로는 타자를 압도할 수 없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수치다. 장민익 역시 1군 무대에서 좀처럼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릴리스 포인트 3위인 밴헤켄이 올 시즌 고전하고 있는 것도 같은 이치로 해석할 수 있다.
릴리스 포인트 15위권내 선수 중 올 시즌 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선수들은 니퍼트와 비야누에바 등 절반에 조금 미치지 못한다.
흥미로운 것은 투수들이 공을 던질 때 구종에 따라 릴리스 포인트가 달라진다는 점이었다.
패스트볼만 놓고 보면 박정진이 장민익 보다 높은 곳에서 공을 뿌렸다. 순서가 다소 차이가 있었다. 1,2,3위에 올라 있는 선수들이 올 시즌 그다지 좋지 못한 성적을 내고 있다는 점도 특이한 대목이다.
슬라이더를 던질 땐 비야누에바의 릴리스 포인트가 크게 높은 순위를 차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비야누에바의 직구 릴리스 포인트는 4위였지만 슬라이더를 던질 때는 2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직구를 던질 때 8위였던 니퍼트도 3위로 올라왔다. 슬라이더를 종으로 떨어트리기 위해 보다 높은 타점을 유지하려 노력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니퍼트는 최근 "종으로 떨어지던 슬라이더가 횡으로 변하고 있어 고민"이라고 털어놓은 바 있다. 높은 타점을 유지하려 애쓰는 이유를 엿볼 수 있는 인터뷰다.
체인지업을 던질 때 가장 높은 타점을 기록한 선수는 밴헤켄이었다. 박정진이나 장민익이 잘 던지지 않는 구종인 것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니퍼트와 비야누에바가 체인지업에서도 높은 타점을 유지하고 있는 점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구종을 선택하는데 있어 분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 역시 모두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은 아니다. 타점 높은 변화구도 투수에 따라선 좋은 먹잇감이 됐을 뿐이다.
마지막으로 커브를 살펴보자. 가장 높은 곳에서 가장 낮은 곳으로 떨어져야 하는 구종이다. 많은 투수들이 변화구 중 가장 높은 타점에서 커브를 던졌다. 좋은 각도를 만들고자 하는 투수들의 노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 조사에서 보우덴(두산)이나 헥터(KIA) 등 좋은 신장에서 공을 뿌리는 것이 유리한 것으로 조사된 선수들이 빠져 있다는 점이다.
두 선수는 결과에 차이가 있다. 일단 보우덴은 좋은 타점이 도움이 된 것이 맞다. 직구는 2.m01cm, 슬라이더는 1m95, 커브는 1m98cm로 높은 타점을 유지했다. 다만 올 시즌 등판이 적어 데이터 잡히지 않았기 때문에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다. 니퍼트와 보우덴 콤비의 장점이 높은 릴리스 포인트라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헥터는 다르다. 키는 크지만 타점이 높은 스타일은 아니다. 체인지업에서 14위로 조사됐을 뿐 나머지 구종에선 높은 타점을 기록하지 않았다. 릴리스 포인트가 높지 않아도 강세를 보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A팀 전력분석원은 "니퍼트가 좋은 결과를 냈기 때문에 높은 타점의 선수들이 대거 영입된 것은 사실이다. 분명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다. 타자들이 높은 타점을 힘들어 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 만으로는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없다. 결국 제구력이 중요하다는 평범한 진리는 흔들리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 넥센 치어리더 안지현, '사랑스러워~'
- [NPB] 한신, 고의4구 폭투로 역전승이라니
- 대전에서 펼쳐진 '몸-방망이' 두 가지 화력전
- 권용관이 말하는 하주석 수비 '일취월장' 비결
- 이승엽이 털어놓은 진심 '내게 통산 450홈런 이란…'
- 박종훈 단장 "내가 벌인 일…새 감독 신중하게 논의"
- 이태양 김선빈에게 '혼쭐'…2⅔이닝 5실점 강판
- NC 최금강, 초반 위기 딛고 5이닝 3실점
- 넥센 브리검 두 번째 등판, S비율은 올랐지만
- '5이닝 1실점' LG 류제국, 뼈아픈 5회 볼넷 2개
- SK 켈리, 롯데전 7이닝 5실점…8회 4득점으로 패전 면해
- 롯데 박세웅, SK전 7이닝 1실점 '6승 기회'
- '6이닝 1실점' 두산 함덕주, 날아간 시즌 3승 기회
- '6회 동점 홈런 허용' kt 로치, 삼성전 6이닝 4실점
- '역에 역으로' 3안타 만든 모창민의 변화구 대처
- 넥센 브리검, S비율 높이니 피안타가 늘었네
- '시즌 3승 날린' 두산 함덕주, 얻은 게 더 많았다
- 박진형-김원중-박세웅, 롯데 선발진의 '미래 3인'
- 10경기째 잠잠한 LG 타선, 반격 어려웠다
- 이대호 침묵?, 롯데의 새로운 '해결사' 번즈
- '번즈 결승타' 롯데, SK 꺾고 2연승 '승률 5할 복귀'
- 롯데 조원우 감독, "박세웅 호투, 팀 승리의 원동력"
- 롯데 박세웅 "승리 추가 못했으나 팀 이겨서 기뻐"
- '3안타' 모창민 "따로 변화구를 노린 건 아니었다"
- 9번 타자가 타격 7위…'펄스 나인' 김선빈
- '1점 차 승리' 승리투수 최금강과 마무리 임창민 소감은
- '결승포' 롯데 번즈 "기회 생겼을 때 즐길 수 있게 됐다"
- NC 김경문 감독 "최금강이 선발투수 임무 잘 해줬다"
- 두산 함덕주 "욕심 없이 던진 게 주효했다"
- 친정팀 울린 임기영 "청백전 하는 기분이었어요"
- '3홈런 라팍의 추억' kt 이해창, 만루포로 떠올린 그날
- '무사 2, 3루' 심창민의 위기 탈출 'KKK'
- 두산 김재환 채찍질하는 '4번 타자' 타이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