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년 ATP 마드리드 오픈에서 우승한 뒤 감격하는 라파엘 나달 ⓒ GettyImages

[스포티비뉴스=조영준 기자] 역대 테니스 선수 가운데 라파엘 나달(31, 스페인, 세계 랭킹 4위)만큼 클레이 코트에서 강한 선수가 있었을까.

나달이 오는 28일(이하 한국 시간)부터 개막하는 2017년 롤랑가로스 프랑스 오픈 테니스 대회에서 통산 10번째 우승에 도전한다. 이번 대회 최고 관심사는 단연 나달의 10번째 우승 여부다. 21세기로 넘어오면서 테니스 무대를 점령한 이는 '빅4'로 불리는 나달과 로저 페더러(36, 스위스, 세계 랭킹 5위) 노박 조코비치(30, 세르비아, 세계 랭킹 2위) 앤디 머레이(30, 영국, 세계 랭킹 1위)였다.

이들은 4개 그랜드슬램 대회(호주 오픈, 롤랑가로스 프랑스 오픈, 윔블던, US오픈)를 비롯한 굵직한 무대에서 숱한 명승부를 연출했다. 그러나 클레이 코트에서는 상황이 달랐다. 붉은 빛의 흙으로 뒤덮인 롤랑가로스 코트에서 나달은 다른 선수들을 압도했다. 그는 클레이 코트에 서면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기록을 세웠다.

나달은 그 누구도 달성하지 못한 프랑스 오픈 9회 우승, 클레이 코트 대회 역대 최다 우승인 52회 기록의 주인공이다. 페더러가 불참한 올해 프랑스 오픈에서 나달은 유력한 우승 후보 가운데 한 명이다.

▲ 2017년 ATP 마드리드 오픈에서 포핸드를 치는 라파엘 나달 ⓒ GettyImages

'인간' 나달이 클레이 코트에서 '흙신'이 되는 이유는?

나달의 장점은 지치지 않은 체력과 빠른 발을 가졌다는 점이다. 코트를 커버하는 능력은 최고 수준이고 정신력도 강하다.

SPOTV 테니스 해설위원은 박용국 NH농협은행 감독은 "나달은 우수한 체력을 지녔고 코트 커버 능력이 매우 뛰어나다. 베이스라인에서 볼을 때리는 일관성도 탁월하다"라고 평가했다. 박 감독은 "전성기 때의 나달은 볼 회전력이 많은 타법을 구사했다. 클레이 코트에서 나달이 때리는 볼의 회전력은 한층 뛰어났고 페더러를 비롯한 강자들도 이 부분에서 고전했다"라고 설명했다.

코트에서 유독 많이 뛰어다니던 나달의 경기 스타일은 부상으로 이어졌다. 그는 2014년 프랑스 오픈 우승 이후 지난해 US오픈까지 한 번도 준결승에 진출하지 못했다. 고질적인 무릎과 발목 부상에 고생한 나달은 전성기가 지났다는 평가도 들었다.

그러나 올해 나달의 제 기량을 회복했다. 지난 1월 호주 오픈에서는 결승에 진출했고 지난달 롤렉스 마스터스와 바르셀로나 오픈 그리고 마드리드 오픈에서 우승했다. 유럽 클레이 코트 시리즈에서 3개 대회 연속 우승에 성공한 나달은 '흙신'의 모습을 되찾았다.

박 감독은 "나달은 부상 등으로 지난해까지 부진했지만 최근 경기를 보면 제 기량을 80~90% 정도 회복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올해 나달은 몇 가지 변화를 시도했다. 과거에는 강한 체력을 믿고 베이스라인에서 주로 볼을 때렸다"며 "그러나 최근에는 네트 플레이 횟수가 늘어났고 전진 공격도 많이 한다. 예전과 비교해 한층 공격적인 경기를 한다"고 말했다.

서른이 넘은 나달은 체력을 신경 쓸 수밖에 없는 나이가 됐다. 과거 베이스라인을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상대 볼을 모두 받아쳤던 그는 최근 네트 플레이 횟수를 늘리며 한층 공격적인 경기를 하고 있다. 박 감독은 "나달이 포지션에 변화를 주면서 페더러처럼 올라운드 플레이어로 변하고 있다. 나이가 들면서 체력적인 면을 고려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2017년 ATP 바르셀로나 오픈에서 경기를 하고 있는 라파엘 나달 ⓒ GettyImages

페더러는 없지만 쟁쟁한 복병들이 출전하는 롤랑가로스…나달 10번째 우승 가능성은?

30대 중반이 된 페더러는 자기 관리에 들어갔다. 올 시즌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 그는 클레이 코트에서 열리는 대회 출전을 포기했다. 이번 프랑스 오픈에 불참하는 그는 7월 윔블던에 전념할 예정이다.

나달은 올해 호주 오픈 결승전에서 페더러에게 무릎을 꿇었다. 올해 상승세를 탄 페더러가 이번 프랑스 오픈에 출전하지 않지만 만만치 않은 선수들이 출전 선수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세계 랭킹 1위 머레이는 올해 기대 이상의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그는 하드 코트, 잔디 코트에서 열리는 대회와 비교해 클레이 코트에서는 강한 기량을 펼치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해 가장 꾸준하게 좋은 성적표를 받은 머레이는 올해 롤랑가로스 첫 우승에 도전한다.

'무결점' 조코비치는 안드레 애거시(미국)를 새로운 코치로 받아 들였다. 지난주 BNL 이탈리아 인터내셔널에서 준우승에 그쳤던 조코비치는 애거시와 이번 프랑스 오픈을 준비한다. 지난해 그는 프랑스 오픈에서 정상에 오르며 커리어 그랜드슬램에 성공했다. 최근 코치를 바꾸며 변화를 시도한 그는 2년 연속 정상을 노린다.

최강의 백핸드를 구사하는 스탄 바브린카(32, 스위스, 세계 랭킹 3위)와 니시코리 게이(27, 일본, 세계 랭킹 6위)도 우승 후보다. 이들 외에 이탈리아 인터내셔널 8강에서 나달을 2-0으로 꺾인 도미니크 팀(24, 오스트리아, 세계 랭킹 7위)와 이 대회 우승자인 '영건' 알렉산더 즈베레프(20, 독일, 세계 랭킹 10위)도 다크호스다.

롤랑가로스에서 나달은 언제나 '0순위 우승 후보'였다. 최근 클레이 코트에서 나타난 그의 성적을 보면 10번째 우승이 가능한 듯 여겨진다. 그러나 조코비치나 머레이 등 기존의 경쟁자나 클레이 코트에서 강세를 보이는 젊은 선수들에게 발목이 잡힐 가능성도 있다.

1988년 롤랑가로스 남자 단식 결승전에 진출한 마지막 프랑스 선수인 앙리 르 콘테는 24일 테니스 전문 매체 테니스 매거진과 인터뷰에서 "어느 때나 프랑스 오픈에서 우승할 수 있는 유일한 선수는 나달이다"며 추켜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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