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취재 조영준 기자, 영상 이강유 기자] '스포츠 클라이밍 여제' 김자인(29, 스파이더코리아)의 정복 대상은 인공 암벽에 국한되지 않는다. 자연 암벽은 물론 도심을 주름잡는 고층 빌딩과 한강을 배경으로 한 인공 암벽까지 김자인은 다양한 높이에 도전하고 있다.

국제 클라이밍 연맹(IFSC) 리드 월드컵 대회와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정상에 오른 경험이 있는 김자인은 다양한 이벤트로 스포츠 클라이밍 대중화에 앞장섰다. 그는 지난 20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에 있는 롯데월드타워 등반에 도전했다. 지상 123층, 높이 555m의 초고층 건물인 롯데월드타워는 세계에서 5번째로 높은 빌딩이다.

▲ 김자인 ⓒ 더코아클라이밍, 조영준 기자

초고층 빌딩에 오르는 것을 빌더링(buildering)이라고 한다. 김자인은 2013년 빌더링을 경험했다. 당시 올랐던 건물의 높이는 128m였다. 그러나 롯데월드타워의 높이는 무려 555m다. 김자인은 2시간 20분이 넘는 시간에 이 높이를 정복했다.

"롯데 측에서 제안이 와서 빌더링을 하게 됐어요. 대한민국 국민이 힘든 상황인데 희망을 주자는 취지가 좋아 시작하게 됐습니다. 2013년, 이미 빌더링을 한 경험이 있는데 그때 건물 높이는 128m였어요. 그런데 롯데월드타워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높았죠. 사전 답사 때 롯데월드 꼭대기에 올라갔습니다. 무섭다는 생각보다 매우 높아서 비현실적인 느낌이 들었어요.(웃음)"

김자인은 1m를 오를 때마다 1만 원을 기부하기로 했다. 555m를 정복한 그는 어려운 이들에게 555만 원을 기부하게 됐다.

▲ 롯데월드타워를 맨손으로 오르는 김자인 ⓒ 곽혜미 기자

큰 이벤트를 마친 김자인은 다시 한번 국내에서 색다른 클라이밍에 도전한다. 지난해 처음 열린 스파이더 한강 클라이밍 챔피언십이 올해도 진행된다. 스파이더 한강 클라이밍 챔피언십은 '워터 클라이밍' 대회다. 워터 클라이밍은 자연 해벽과 수영장에 설치된 인공 암벽에서 진행되는 특징이 있다. 선수는 로프 등 안전장치 없이 등반한다. 선수가 떨어지면 물에 입수하는 점이 워터 클라이밍의 특징이다.

지난해 국내에서 처음 선보인 워터 클라이밍의 무대는 한강이다. 다음 달 4일 서울 서초구 한강 예빛섬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는 김자인을 비롯한 국내 선수는 물론 세계적인 선수들도 출전한다.

김자인은 지난해 여자부 결승에 진출했지만 후배 사솔(23, 노스페이스클라이밍)에게 져 준우승했다. 김자인의 주 종목은 로프를 활용하는 리드다. 볼더링 방식으로 치러지는 워터 클라이밍에서 김자인은 선전했지만 사솔에 근소한 차이로 우승을 놓쳤다.

"지난해 결승전에서 완등하고 사솔 선수와 함께 뛰어내렸는데 그 전까지는 워터 클라이밍이 무섭다는 생각을 안했어요. 그런데 막상 꼭대기에서 뛰어내리니 무서운 것을 알았습니다. 사솔 선수와 손을 잡고 뛰어내렸는데 위험한 동작이었어요. 내려오고 난 뒤 많이 혼났어요.(웃음) 올해는 조심하도록 하겠습니다."

김자인은 워터 클라이밍의 매력에 대해 "일반적인 클라이밍과 스타일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물을 배경으로 안전장치 없이 올라가는 것이 워터 클라이밍의 매력이다. 높이도 볼더링보다 2배 더 높은데 이러한 스릴감도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김자인은 국내 스포츠 선수 가운데 얼마 되지 않는 정상급 플레이어다. 스포츠 클라밍에서 오랫동안 1인자 자리를 지켰지만 국내 팬들의 응원을 현장에서 느낄 기회는 없었다. 스포츠 클라이밍은 유럽 국가에서는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종목에 강세를 보이는 일본은 2020년 정식 종목으로 채택했다.

국내 팬들의 응원에 갈증을 느꼈던 김자인은 지난해 스파이더 한강 챔피언십에서 큰 힘을 얻었다.

▲ 2016년 스파이더 한강 챔피언십 결승전을 마친 뒤 한강에 입수하는 김자인(왼쪽)과 사솔 ⓒ 한희재 기자

"국내 대회는 보통 1년에 1~2번 출전합니다. 가장 큰 대회는 한국선수권대회인데 지난해 워터 클라이밍 때 같은 열기는 거의 없었어요. 이 대회에 출전하면서 정말 좋았던 점이 관중 분들이 많았고 분위기가 좋았던 점이죠. 국제 대회 같은 느낌이 났어요."

지난해 많은 관중들은 스파이더 한강 클라이밍 챔피언십이 열린 한강을 찾아 워터 클라이밍의 매력에 빠졌다. 올해는 국내 선수는 물론 유럽과 일본, 중국 선수들도 출전한다. 김자인은 "외국인 선수들의 출전이 큰 변수가 될 것 같다"며 "아직 출전할 선수가 완전히 결정된 것은 아니지만 충분히 우승할 수 있는 선수들이다. 결과를 예상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자인은 스파이더 한강 챔피언십이 끝난 뒤 올 시즌 대회에 집중할 예정이다. 2015년 12월 소방공무원 오영환 씨와 결혼한 김자인은 "가까이에서 심리적으로 안정을 주는 사람이 있어 연애할 때보다 안정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지난해 그는 손목 부상으로 고생했다. 그러나 올해는 특별히 아픈 곳이 없고 2015년 받은 무릎 수술 재활도 완벽하게 끝냈다. 지난해와 비교해 몸 상태가 좋아진 김자인은 4년 만에 볼더링 월드컵에도 도전했다.

▲ 김자인 ⓒ 더코아클라이밍, 조영준 기자

올해 훈련 강도를 높였다고 밝힌 김자인은 다가오는 리드 국제 대회에서 후회 없는 경기를 펼치겠다고 밝혔다. 좋은 흐름을 꾸준하게 유지해 2020년 도쿄 월드컵에 도전하는 것이 그의 최종 목표다.

"작년에 월드컵 대회에 출전했던 가장 어린 선수가 저와 띠동갑이었습니다.(웃음) 잘하는 선수들이 계속 등장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해요. 올 시즌이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는 지켜봐야겠지만 제 몸상태는 매우 좋은 편입니다. 대회에서 우승하고 세계 랭킹 1위를 하는 점도 좋지만 그건 제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거죠. 올해도 재미있게 좋은 경기를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한편 SPOTV+는 다음 달 4일 김자인이 출전하는 스파이더 한강 클라이밍 챔피언십을 생중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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