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IA 외국인 투수 헥터 노에시는 25일 한화와 원정 경기에서 시즌 7번째 승리를 신고해 다승 공동 선두로 도약했다.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대전, 김건일 기자] 25일 대전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원정 팀 KIA가 한창 훈련하던 시각, KIA쪽 라커룸에서 흥겨운 라틴 음악이 흘러나왔다.

동시에 색색의 조명이 불이 꺼진 라커룸을 번쩍번쩍 밝혔다. 노래방을 연상케 했다.

이날 KIA 선발투수였던 헥터 노에시가 자리에 앉아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KIA 선수들이 라커룸을 들락날락해도 아랑곳하지 않고 음악과 분위기에 심취했다.

KIA 관계자에 따르면 이 음악과 조명은 헥터의 개인 스피커에서 나왔다. 헥터는 최근 사비를 들여 700불 짜리(약 80만 원) 스피커를 구매했다. 대전 원정길에 가져와서 자신이 선발 등판하는 이날 첫 개시를 했다.

운동을 하는 이들, 특히 야구 선수들에겐 자신만의 독특한 버릇이 있다. 이를 '루틴(Routine)'이라고 한다. 스즈키 이치로(마이애미)는 타석에 서면 배트를 쥔 오른손을 투수를 향해 쭉 뻗고 왼손으로 오른쪽 어깨에 있는 유니폼을 살짝 잡고 턴다. 손아섭(롯데)은 배트 끝을 주시한 뒤 투수를 날카롭게 노려본다.

선발투수들은 자신의 등판일에 맞춰 정해진 순서에 따라 몸을 관리한다. 외국 투수들이 특히 그렇다. 2015년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투수 제이크 아리에타는 선발 등판한 다음 날 러닝과 필라테스, 둘째 날 불펜 투구, 셋째 날과 넷째 날 캐치볼하고 등판하는 날엔 식사를 두 번으로 나눠 하고, 조용한 음악으로 명상을 한다.

헥터는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이 갖고 있는 특유의 흥이 많아 선발 등판하는 날엔 이어폰을 귀에 꽂고 도미니카공화국 음악을 들으면서 마음을 정리한다. 유니폼을 한 치수 크게 맞춰 헐렁헐렁하게 입는 이유도 같다. 

그리고 새로 산 고액 스피커로 음악 감상하는 맛을 더 살렸다.

헥터의 통역에 따르면 헥터의 스피커를 탐낸 최형우가 "나도 사달라"고 요구했고, 헥터가 "사 주겠다"고 받아들였다.

헥터는 이날 7⅔이닝 동안 공 108개를 던지면서 6피안타 1피홈런 4사구 1개, 6탈삼진 4실점 호투로 6-4 승리를 이끌었다. 8회 김태균에게 3점 홈런을 제외하고는 완벽에 가까운 투구였다. 지난 2일 넥센과 경기 이후 4경기 만에 선발승이다. 시즌 7번째 승리로 팀 동료 양현종, 제프 맨쉽(NC)과 함께 다승 공동 선두에 올랐다. 평균자책점은 2.49로 리그 6위다.

헥터는 "7회까지는 완투를 생각했지만 8회 피로를 느꼈다. 감독님께서 계속 던질지 물었을 때 '하겠다'라고 했다가 결과가 나빴다"며 "개인적인 욕심보다는 몸 상태를 고려해 투구를 마무리해야 한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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