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재호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이제야 주장으로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시즌이 될 거 같다."

두산 베어스 김재호(32)가 캡틴의 무게를 실감했다. 두산은 올 시즌 초반 고전하며 중하위권을 맴돌았다. 5월 들어 조금씩 퍼즐이 맞춰지듯 투타 조화를 이루기 시작했다. 두산은 25일 LG전에서 9-7 역전승으로 6연승을 달리며 24승 1무 19패 3위에 올랐다.

어수선한 분위기를 다잡는 데 시간이 걸렸다. 스프링캠프를 보내며 훈련에 박차를 가해야 할 때 2017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8명이 차출된 여파가 나타났다. 야구 관계자들은 시즌 초반 고전하는 두산을 바라보며 "대회에 나서기 위해 일찍이 몸을 만들면서 휴식 시간은 줄었고, 대표 팀 훈련량은 소속 팀보다 부족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성적이 나오지 않다 보니 더그아웃 분위기도 가라앉았다. 김재호는 "훈련량은 부족한데 체력까지 떨어진 상태에서 치르다 보니까 선수들끼리 호흡이 잘 안 맞았다. 선수들은 기량이 안 올라오니까 스트레스를 받았고, 다들 딜레마에 빠져서 팀 분위기 자체가 많이 처졌다"고 되돌아봤다.

전반적으로 타격 컨디션이 떨어진 것도 마이너스 요인이었다. 김재호는 "초반에 다들 타격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수비하러 나와도 타격 생각을 하니까 실책도 많이 나오고 집중력도 떨어졌다. 이제 그런 문제는 많이 보완됐다. 팀이 잘되는 방향을 생각하면서 분위기를 타면 더 나아질 거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 김재호(왼쪽)와 허경민 ⓒ 한희재 기자
분위기가 가라앉았을 때 김재호는 일부러 동료들 앞에서 쓴소리를 아꼈다. 그는 "안 좋은 상황에서 말해봐야 독이 되지 득이 되지 않는다. 선수들이 조금씩 올라오면 그때 이야기하자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김재호를 비롯한 베테랑들은 실수를 지적하기보다 파이팅을 외치며 선수들을 다독였다. 김재호는 "경험이 없는 친구들이 많아서, 그 친구들이 안 풀릴 때 선참들이 이끌어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힘이 날 수 있게 분위기라도 좋게 가려고 파이팅을 많이 외쳤다. 그런 노력이 4월을 버티는 데 도움이 된 거 같다"고 했다.

성적을 내고 팀이 안정감을 찾기 시작하자 김재호는 선수들에게 미뤄뒀던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어제(24일) 처음으로 선수들에게 한마디 했다. 경기 나가는 어린 친구들이 리더가 돼서 팀 분위기를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제는 경기 흐름을 읽으면서 플레이하자고 조금 강하게 이야기했다. 오늘은 선수들이 그 점을 인식하고 플레이하는 거 같았다"고 말했다.

주장으로서 4월 한 달 힘든 시간을 보낸 게 좋은 약이 됐다. 김재호는 "솔직히 지난해는 편하게 보냈다. 이제야 주장으로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시즌을 맞이한 거 같다. 주장으로서 팀이 안 풀릴 때 극복하는 방법을 조금씩 배워가고 있다"며 남은 시즌 책임감을 갖고 팀을 이끌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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