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명보가 항저우 뤼청과 계약해지에 합의했다.

[스포티비뉴스=정형근 기자] 홍명보 감독이 중국 프로 축구 갑급 리그(2부 리그) 항저우 뤼청과 계약 해지에 합의했다.

홍 감독의 측근은 26일 스포티비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홍 감독과 항저우 구단은 합의 하에 계약을 해지하고 남은 연봉의 처리 방향에 대해서도 의견 일치를 봤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홍 감독의 중국 프로 축구 무대 도전은 1년 6개월 만에 막을 내리게 됐다.

은퇴 후 프로 팀 지도자 경력 없이 올림픽 대표 팀과 국가 대표 팀 등 각급 대표 팀에서만 사령탑을 지낸 홍 감독에게 항저우는 처음으로 지휘봉을 잡은 클럽 팀이었다.

홍 감독과 항저우 구단은 24일 서로의 결별 의사를 확인했으나 위약금 등에 대한 이견 때문에 논의를 거듭한 끝에 25일 모든 쟁점을 정리했다.

가장 큰 문제는 올해 말까지인 계약의 해지에 따른 위약금 문제였다. 협의 끝에 항저우 구단은 홍 감독에게 남은 기간 연봉을 지급하는 것으로 결론을 냈다.

두 번째 문제는 홍 감독과 함께 항저우행을 택한 스태프와 관계였다. 홍 감독은 항저우 감독으로 취임하면서 코치 3명과 의무, 트레이너 각 1명 등 모두 5명의 스태프를 대동했다.

홍 감독이 중도 하차를 결정하자 5명의 스태프도 함께 그만두겠다고 나섰다. 만류하던 구단은 결국 이들과 계약 문제도 정리하면서 양측의 결별은 마무리됐다.

지도자의 가치를 가볍게 여기는 중국 축구의 관행을 염려하는 주변 사람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홍 감독은 2015년 12월 항저우와 2년 계약을 했다. 급성장하는 중국 축구를 현장에서 경험하는 한편 장기적인 청사진 속에서 유망주를 육성하겠다는 항저우의 팀 운영 방침에 동감했기 때문이었다.

홍 감독과 항저우의 의기 투합은 지난해 팀이 슈퍼 리그(1부 리그)에서 강등되면서 문제가 생겼다. 당시 홍 감독은 책임을 지겠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으나 구단은 홍 감독을 재신임했다.

그러나 구단은 이후 전력 보강 대신 주력 선수를 파는 등 다른 행보를 보였다. 홍 감독은 안팎의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선수단의 안정을 꾀했지만 구단과 엇박자는 계속됐다.

구단은 최근에는 홍 감독에게 20세 이하 유스 팀 선수 5명을 계속 경기에 내보내라고 요구하는 등 감독의 선수 기용에 깊게 개입했다. 기존 주력 선수를 중심으로 한 스쿼드에 어린 선수를 섞어 출전시키면서 전력을 안정시키고 구단의 장기적인 비전을 그려야 한다는 홍 감독의 구상과는 달랐다. 이런 상황에서 홍 감독이 기존 선수들을 컨트롤하기 어려워졌다. 구단과 마찰도 잦아졌다.

홍 감독과 이견이 이어지는 가운데 항저우는 최근 저장 이텅과 경기에서 0-2, 칭다오 황하이와 경기에서 0-4로 패배했다.

홍 감독의 측근은 “0-4로 진 칭다오와 경기를 앞두고도 홍 감독과 구단의 이견은 해소되지 않았다. 이날 경기 전 구단이 홍 감독의 뜻과 달리 유스팀 선수 5명의 출전은 앞으로도 계속된다고 선수단에 공표했고, 팀 워크가 깨진 팀은 결국 대패했다. 홍 감독이 도저히 선수들을 통솔할 수 없게 됐다”고 설명했다. 

홍 감독은 칭다오전 뒤 이런 상황에서는 더 이상 팀을 이끌 수 없다는 뜻을 구단에 밝혔고, 홍 감독에 대한 신뢰를 거둔 구단은 24일 결별을 결정했다.

홍 감독의 측근은 “홍 감독이 여러 이슈가 정리된 뒤 홀가분하다고 말했다. 서류상 문제가 마무리되는 27일 홍 감독은 팀을 떠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홍 감독은 당분간 가족이 있는 미국에 머물며 지친 심신을 달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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