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명보 감독의 중국 무대 도전이 1년 6개월 만에 마무리됐다.
[스포티비뉴스=정형근, 조형애 기자] 홍명보 감독이 중국 프로 축구 갑급 리그(2부 리그) 항저우 뤼청과 계약 해지에 합의했다. 홍 감독의 측근은 26일 스포티비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홍 감독과 항저우 구단은 합의 하에 계약을 해지하고 남은 연봉의 처리 방향에 대해서도 의견 일치를 봤다"고 밝혔다. 1년 6개월 만에 막을 내린 홍 감독의 중국 프로 축구 무대 도전을 돌아봤다. 

◇ "항저우에 기적을 선사하고 싶다." (지난해 1월, 부임 기자회견)

홍명보 감독은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한국 대표 팀을 이끈 이후 지휘봉을 놨다. 잠시 야인 생활을 한 홍 감독의 첫 프로팀 도전 및 해외 도전은 중국 항저우에서 시작됐다.

지난해 1월 부임 기자회견에서 홍 감독은 "난 두 번의 기적을 겪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선수로서 월드컵 4강 신화를 일궈냈고,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대표 팀을 지휘하며 감독으로 동메달을 땄다"며 '기적'을 말했다.

홍 감독과 항저우가 꿈꾸는 '기적'은 중위권이었다. 우승 전력과 거리가 있는 항저우는 강등권과 격차를 벌리며 안정적으로 1부 리그에 남기를 바랐다. 강등권을 맴돌았던 항저우의 현실적 목표였다. 그러나 항저우는 지난 시즌 막판 승점 쌓기에 실패하며 결국 ‘강등’과 마주하고 말았다. 
 
◇ "강등 책임은 감독에게, 다시 시작한다." (지난해 10월, 강등 확정 후 기자회견)

홍 감독은 2부 리그 강등이 확정된 뒤 책임을 자신에게 돌렸다. 당시 홍 감독은 강등에 책임을 지고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구단은 홍 감독을 재신임했다. 모기업인 뤼청 그룹의 투자가 다른 구단에 비해 미미한 상태에서 강등 책임을 온전히 감독 탓으로 돌리긴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구단은 이후 전력 보강 대신 주력 선수를 파는 등 홍 감독의 구상과 다른 행보를 보였다. 홍 감독은 안팎의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선수단의 안정을 꾀했지만 구단과 엇박자는 계속됐다. 항저우가 이번 시즌 리그 16개 팀 가운데 10위권에 머물자 구단의 개입은 더욱 노골적으로 변했다. 

구단은 최근 홍 감독에게 20세 이하 유스 팀 선수 5명을 계속 경기에 내보내라고 요구하는 등 감독의 선수기용에 깊게 개입했다. 기존 주력 선수를 중심축으로 활용하고 어린 선수들은 조금씩 기회의 폭을 넓혀야 전력이 안정될 수 있다고 생각한 홍 감독의 구상과 달랐다. 구단의 요구를 거절할 수 없는 상황이 되자 홍 감독은 기존 선수까지 컨트롤하기 어려워졌다. 

◇“항저우와 계약 해지 결정, 홀가분하다.” (26일, 계약 해지 후 밝힌 심경)

구단과 마찰이 잦아지자 홍 감독은 결국 더 이상 팀을 이끌 수 없다는 뜻을 나타냈다. 홍 감독에 대한 신뢰를 거둔 구단은 24일 결별을 결정했다. 

가장 큰 문제는 올해 말까지 계약을 맺은 홍 감독의 위약금 문제였다. 협의 끝에 항저우 구단은 홍 감독에게 남은 기간 연봉을 모두 지급하는 것으로 결론을 냈다. 홍 감독이 중도 하차를 결정하자 5명의 스태프도 함께 그만두겠다고 나섰다. 만류하던 구단은 결국 이들과 계약 문제도 정리하면서 양측의 결별은 마무리됐다.

홍 감독의 측근은 “홍 감독이 여러 이슈가 정리된 뒤 홀가분하다고 말했다. 서류상 문제가 마무리되는 27일 홍 감독은 팀을 떠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홍 감독의 중국 무대 도전은 1년 6개월 만에 마무리됐다. 홍 감독은 당분간 가족이 있는 미국에 머물며 지친 심신을 달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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