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정현준 기자] '로마의 황제' 프란체스코 토티(40, AS로마)가 짜릿한 승리로 25년 동안의 로마 생활에 마침표를 찍었다.

로마는 29일(이하 한국 시간) 이탈리아 로마의 스타디오 올림피코에서 열린 2016-2017 이탈리아 세리에A 38라운드 최종전에서 2-2로 맞서고 있는 상황에서 후반 45분 페로티의 결승 골이 터지며 제노아에 3-2로 승리했다.

이 경기 승리로 로마는 28승 3무 7패(승점 87점)로 같은 시간 삼프도리아를 4-2로 격파한 나폴리를 따돌리고 2위로 시즌을 마쳤다.

리그 최종전을 앞두고 2위를 달리고 있던 로마는 제노아를 꺾는다면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본선에 진출할 수 있었다. 하지만 로마의 계획은 경기 3분 만에 차질을 빚었다. 펠레그리에게 실점하면서 0-1로 끌려간 것. 다행히 로마는 제코가 빠르게 경기를 원점으로 돌리면서 분위기를 제노아에 넘겨주지 않았다.

로마는 엘 샤라위, 제코를 주축으로 공세를 펼쳤고, 스트루트만이 뒤를 든든히 받치면서 승리를 노렸다. 그러나 골 결정력이 갈 길 급한 로마의 발목을 잡았다. 전반 21분엔 날카로운 침투 패스를 받은 엘 샤라위의 슛이 골대를 벗어났다. 제코도 분주히 골문을 두들겼으나 제노아의 강력한 수비와 골키퍼의 선방에 번번이 막혀 팽팽한 균형이 이어졌다.

경기가 풀리지 않자 로마는 후반 9분 아껴놨던 토티를 투입하며 반전을 노렸다. 교체 출전한 토티는 2선에서 위치해 제코를 지원했다. 후반 22분엔 토티는 재치 있는 패스로 스트루트만의 중거리 슛을 이끌어냈고, 뒤이어 제노아 수비진의 뒤를 찌르는 중거리 패스로 엘 샤라위에게 결정적인 기회를 제공했다.

토티 투입 후 분위기를 다시 잡은 로마는 후반 29분 제코의 도움을 받아 데 로시가 역전 골을 성공시키면서 역전에 성공했다. 올림피코는 환호로 들썩였고, 그대로 로마의 승리 분위기로 이어지는 것처럼 보였으나 후반 34분 라조비치의 골로 경기는 다시 알 수 없는 방향으로 전개됐다. 하지만 후반 45분 페로티가 극적인 결승 골을 작렬하면서 로마가 짜릿한 승리를 챙겼다.

로마로선 극적인 경기였다. UCL 본선 진출이 결정되는 경기이기도 했지만 이번 제노아전은 토티의 로마에서 마지막 경기였다. 토티는 25일 자신의 SNS에 "제노아와 리그 최종전이 로마의 유니폼을 입고 뛰는 마지막 시간이 될 것이다"라고 언급했다. 현역 은퇴 선언까진 아니었으나 적어도 로마와 작별은 확실했다. 그만큼 승리에 대한 로마의 동기 부여는 상당히 컸다.

1989년 로마 유소년 팀에 입단한 토티는 1992-1993 시즌부터 로마의 1군으로 활약, 통산 786경기를 뛴 로마의 전설이다. 2000-2001 시즌엔 자신의 처음이자 마지막 스쿠데토(세리에A 우승컵)를 들기도 했다. 공격형 미드필더, 윙어, 최전방 공격수 등 다양한 자리를 옮겨 다니면서도 최정상의 기량을 자랑했다. 2006-2007 시즌엔 리그에서 26골을 터뜨려 생애 첫 득점왕 타이틀을 차지하기도 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토티의 기량도 조금씩 하락하기 시작했으나 화려한 기술과 예리한 패스, 경기를 조율하는 능력은 토티가 지닌 가치를 여전히 빛나게 했다. 때로는 번뜩이는 한방으로 팀을 위기에서 구해내기도 했다. 하지만 자신의 전성기를 함께했던 루치아노 스팔레티 감독이 돌아온 2015-2016 시즌부터 주전 자리에서 밀렸고, 벤치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졌다.

그동안 제기된 토티와 스팔레티 감독의 불화설에 불씨를 당긴 건 지난해 4월 아탈란타와 세리에A 33라운드. 당시 후반 32분 교체 투입된 토티는 팀이 2-3으로 지고 있던 상황에서 동점 골을 터뜨려 무승부를 안겼다. 그러나 스팔레티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토티의 골로 변하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토티가 경기에 출전하고 싶다면 먼저 선수가 돼야할 것이며, 체력과 스피드, 노력이 필요하다"며 토티의 활약에 선을 그었다.

이번 시즌에도 그들의 사이엔 냉기류가 흘렀다. 토티는 모든 대회를 합해 27경기에 나섰으나 선발 출전은 겨우 6번에 그쳤고, 교체로 들어가서도 10분 미만으로 뛴 경기도 10차례나 됐다. 좁아진 입지에 언론에서는 토티의 은퇴 가능성을 제시했다. 그리고 이달 3일 로마의 몬치 단장이 “토티가 이번 시즌을 마치고 은퇴하기로 했으며, 로마에서 디렉터로서 임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밝혀 토티의 은퇴설에 한층 무게가 실리기도 했다.

그러나 구단의 발표 후 토티는 "28일이 선수 생활의 마지막 날이 될 것인지는 모르겠다"고 얘기한데 이어, 제노아전을 앞두고 "새로운 도전을 할 준비가 됐다"는 문구를 남기면서 큰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현재 토티는 이탈리아 국가 대표로 함께 활약한 파올로 말디니와 알레산드로 네스타가 각각 구단주, 감독으로 있는 마이애미FC의 관심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 종료 후 로마는 공언한 대로 토티를 위한 화려한 은퇴식을 열었다. 팀 동료들은 10번이 새겨진 티셔츠로 갈아입고 나와 그를 맞이했고, 팬들은 그의 이름을 외치며 작별을 아쉬워했다. 토티는 로마에서 마지막 시간을 실감한 탓인지 눈가를 훔치기도 했다.

로마와 작별을 고한 토티가 어떤 길로 향하게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확실한 점은 토티를 선수로서 볼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며, 로마 소속으로 그라운드를 누빌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다. 어떤 선택을 내리더라도 그가 지금까지 로마를 위해 헌신한 세월을 간과해선 안될 것이며, 그럴 자격이 충분히 있다. 이제 남은 것은 로마의 황제가 얘기했던 '새로운 도전'이 어떤 의미였는가를 지켜보는 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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