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14경기 만에 +10에서 8개를 잃었다. 2주 전 KIA, NC와 '3강'을 이뤘던 LG는 지금 위기다. 순위는 4위라고 해도 공동 5위 넥센 롯데 SK와 승차가 1.0경기에 불과하다. 5월 팀 평균자책점은 3.94로 두산(3.55)에 이어 2위, 대신 팀 OPS 0.720으로 9위, 득점은 93점으로 최소 1위다.
양상문 감독은 데이비드 허프-헨리 소사-차우찬-류제국-임찬규로 이어지는 선발 로테이션에 대한 믿음을 갖고 올 시즌 긴 연패는 하지 않을 것이라 내다봤지만, 이정도로 방망이가 무력할 줄은 예상하지 못한 듯하다. 기대치가 컸기에 지금 성적이 더 위기로 느껴진다.
2014년 뒤로 LG의 위기는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 전반기 최저점을 찍은 시기는 6월초에서 7월 중순, 한여름을 앞두고 고비를 맞이했다. 이 위기를 극복하면 포스트시즌에 올라갔고 아니라면 그대로 고꾸라졌다. 지난 3년 동안 LG는 초여름 위기를 어떻게 극복했고, 또 무너졌을까.
지난해에는 5월까지 승률 0.500이었으나 내리막을 탔다. 7월 26일 기준 승패 마진 -14. 이후 8월초까지 4연승과 9연승으로 마이너스를 만회한 뒤 71승 1무 72패 4위에 올랐다.
전반기 OPS 0.770(9위), 후반기 OPS 0.790(8위)으로 공격력은 계속 하위권이었다. 선발투수의 투구 내용에 따라 결과가 갈리는 경우가 많았다. 퀄리티스타트 성공률은 32.8%(53회)로 4위였는데 선발투수가 퀄리티스타트하고도 패전을 기록한 경기는 7번에 불과했다.
초여름까지 선발 로테이션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소사와 우규민, 류제국까지는 믿을만 하다는 계산을 세우고 이준형까지 4명으로 첫 15경기를 보냈다. 우천 취소 경기가 빈번해 임찬규가 한 차례 선발 등판했을 뿐 나머지 투수들이 14경기에 나왔다. 양상문 감독은 이 운영이 결국 중반 위기로 번졌다는 판단 아래 올 시즌은 허프의 부상에도 5인 로테이션을 지켰다.
4인 로테이션을 써야 했던 근본 원인은 소사 외에 다른 외국인 투수와 계약이 지지부진했기 때문이다. 투심 패스트볼러 스캇 코프랜드를 영입했는데 스트라이크존과 공인구에 적응하지 못하고 전반기가 끝나기 전 떠났다.
7월 허프의 영입은 반전의 주춧돌이 됐다. 허프가 첫 등판한 7월 14일 이후 성적만 보면 두산(38승 24패) 다음인 37승 1무 28패였다. 지난해 얻은 교훈대로 선수들의 체력을 철저히 관리한 것이 폭염을 이겨낸 원동력이었다. 8월에는 전면 자율 훈련을 지시할 정도였다.
2015년은 위기가 더 일찍 찾아왔고 극복하지 못했다. 4월까지 13승 13패로 아슬아슬 반타작. 4월말부터 시작된 7연패로 동력을 잃었고 7월이 끝났을 때는 -9. 최종 64승 2무 78패로 9위에 머물러야 했다.
투수 쪽을 보면 우규민과 류제국이 오프 시즌 수술을 받아 선발 로테이션에 뒤늦게 합류했다. 마무리 투수 봉중근은 마무리 투수 전향 뒤 가장 높은 4.93의 평균자책점으로 시즌을 마쳤다.
외국인 타자 잭 한나한이 허리 부상으로 '사이버 선수'로 불렸다. 데뷔전은 5월 7일 두산전. 메이저리그에서 수비가 뛰어난 3루수였지만 허리 문제로 LG에서는 지명타자였다. 이러니 선수단 구성이 어그러질 수밖에. 유격수 오지환이 1,152⅔이닝으로 가장 건강하게 시즌을 보냈고, 나머지 야수 가운데 600이닝 이상 수비에 나선 선수가 전혀 없었다.
올해와 유사한 위기가 있었다. 4월 29일부터 5월 9일까지 10경기 1승 9패. 이 기간 평균 득점이 3.1점에 그쳤다. 7연패 뒤 5월 7일 두산전 6-4 승리, 이후 kt에 2연패했다. 시즌 전체로 봐도 0~3득점 경기가 65경기나 됐고 이 경우 올린 승수는 단 9승이었다.
얻은 것도 있다. 144경기 시즌을 버티려면 체력 관리가 필요하다는 교훈이다. 양상문 감독이 체력 관리를 넘어 예방을 추구하게 된 배경이다.
첫 15경기에서 4승 1무 9패에 그친데다 연패 도중 김기태 감독이 사의를 표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6월 7일까지 17승 1무 33패, -16으로 포스트시즌 진출이 좌절되는 듯했지만 잔여 시즌 44승 2무 31패를 올려 4위 턱걸이로 2년 연속 가을 야구 초대권을 잡았다.
양상문 감독은 5월 13일 잠실 롯데전부터 지휘봉을 잡았다. 5-0 승리에 이어 14일 경기도 2-1 승리를 거둬 시즌 두 번째 우세 3연전을 달성했다. "뚜벅뚜벅 걸어가겠다"는 양상문 감독의 다짐에도 LG는 이기는 날보다 지는 일이 잦았다. 에버렛 티포드가 '반짝' 활약 뒤 침체에 빠졌고, 지금은 마무리 투수로 성공한 임정우가 5선발 임무에 버거워했다.
6월 17일 17승 1무 33패로 승패 마진 -16, 최저점을 찍은 뒤 반전이 시작됐다. 긴 연승 대신 위닝 시리즈를 거듭하면서 천천히 물을 끓였다. 6월 29일 SK전 11-4 승리부터 7월 5일 NC전 2-0 승리까지 6연승으로 1차 장기 연승, 9월 10일부터 10월 11일까지 아시안게임 휴식기 포함 10경기 9승 1패로 라디에이터가 터졌다.
여름을 지나면서 LG가 원했던 것들이 다 이뤄진 시즌이었다. 극적인 역전승이 많았고 순위 싸움도 LG에 유리하게 흘러갔다. LG가 승패 마진 -2, 승률 0.492로 4위를 차지할 정도로 중위권 다툼이 치열했다.
공격에서는 이병규가 OPS 0.956, 16홈런으로 활약했고 선발진에서는 코리 리오단이 양상문 감독 취임 후 반등에 성공해 에이스가 됐다. 우규민은 11승으로 팀 내 최다승을 올렸다. 9개 구단이 리그를 치르면서 중간중간 휴식일이 생긴 것이 베테랑 선수들이 많은 LG에 유리하게 작용한 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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