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천안, 조형애 기자] 프로는 결과로 말한다. 어리다고 해서 실패한 결과가 지워지진 않는다. 결과적으론 4강을 노래했지만 16강에서 발목을 잡혔다. '개최국 킬러' 포르투갈이 30일 한국을 1-3으로 꺾고 8강에 안착했다. 냉정하지만, 신태용호를 성공이라고 말하긴 어려운 이유다. 하지만 과정이 훌륭했다면 그 자체는 박수 받아 마땅하다. 같은 목표를 향해 달리다 190일 째 막을 내린 이들의 도전. 그 결정적 순간들을 되짚어 봤다.
* 최고의 순간 : 한국-기니 조별 리그 개막전
신태용 감독과 '소년들'이 만난 건 지난해 11월 일이다. 서귀포 전지 훈련에서 서로를 알아둔 감독과 선수단은 곧 포르투갈로 떠나 전력을 점검했다. 귀국 후에는 4개국 친선 대회에서 우승하며 희망을 쐈다. 대회 직전에 치른 평가전에서도 2승 1무, 합격점을 받았다. 상승세 속 대회 개막을 맞는 신태용호. 기니를 상대로 3-0 승리를 거뒀다.
개막전은 16강 진출의 향방이 걸린 경기라는 부담이 있었다. 4만여 명이 들어 찬 경기장에서 뛰는 것도 선수단에게 처음있는 일이었다. 초반 위기도 있었지만, 연달아 세 골이 터지며 전주성을 달궜다. 침체된 한국 축구의 희망이 반짝였던 이날, 신태용호에 잊지 못할 순간으로 남았다.
* 최고의 골 : 이승우 (조별 리그 2차전 vs아르헨티나)
이승우는 두 말 할 것 없는 신태용호의 에이스다. '세계 명문' 바르셀로나에 몸 답고 있고, 그 '떡잎'을 알아본 스페인축구협회는 수년 전부터 귀화를 제안할 정도다. 실력이 각광을 받을 수록 '거품론'도 고개를 쳐들었다. 하지만 조별 리그 2차전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뽑아낸 이승우의 골은 '클래스'가 달랐다. 40여 미터를 홀로 치고 나간 뒤 골대를 비우고 나온 골키퍼를 넘겨 골망을 흔들었다.
* 최악의 순간 : 16강 포르투갈전 2번째 실점
어느 경기나 마찬가지지만, U-20 선수들 경기에서는 선취점이 무척 중요하다. 평정심을 가지고 경기에 임하는 게 경험이 적은 선수들에게는 어려울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선제골을 넣고 추가로 골을 뽑아 이긴 경험이 많은 선수들에게는 더더욱 그렇다.
10분 만에 골을 내준 뒤 한국은 그나마 잘 버텼다. 하지만 전반 25분 두 번째 실점은 컸다. 이기기 위해서는 3골이 필요해지면서 흔들렸다. 사실상 이때가 '안되는구나' 하는 순간이었다.
* 최악의 카드 : 16강 포르투갈전 4-4-2
다양한 전술을 구사하는 신태용 감독의 성향은 이번 대회에서도 여전했다. 대회 직전에 열린 우루과이와 평가전에서 스리백 첫 선을 보인 뒤, 조별 리그에 들어와서 잉글랜드를 상대로 3-5-2 전형을 썼다. 그리고 포르투갈전은 또다시 변화를 줘 4-4-2로 나섰다.
일반적으로 실전에 와서는 '원래 하지 않던 걸 하지 말라'는 게 중론이다. 하지만 신태용 감독은 상대 허를 찌르기 위해 이같은 선택을 했다. 그 결과 내용도, 득점에서도 밀렸다. 대가는 대회 탈락이다. 포르투갈의 강한 측면 공격과 강력한 2선 침투를 사전에 인지했지만 측면에 대한 대비는 적절하게 이뤄지지 못했다. '맞불'을 놓는 패기에는 사전 테스트, 그리고 때가 중요하다.
* 새로운 수확 : 차기 국가 대표급 GK 송범근, 센터백 희망 DF 정태욱
4경기 만에 짐을 싸게 됐지만, 그 얼마 안되는 기간에도 스타는 탄생했다. 신태용호에 '바르셀로나 듀오' 이승우 백승호만 있는 게 아니었다. 차기 국가 대표를 넘보는 골키퍼 송범근은 유독 눈에 띄었다. 조별 리그에서 보인 선방 횟수는 정상급이었다. 16강전에서도 3골을 내줬지만, 그에 못지 않은 세이브를 해냈다.
대회 내내 고전했던 측면 수비에 비해 중앙 수비는 대체적으로 합격점을 받았다. '절친' 이상민 정태욱이 함께 분전했다. 그 가운데 정태욱은 '이번 대회 수확'이라고 불릴 정도로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치며 주목을 받았다.
* 최고의 말 : "쓰러져도, 넘어져도 다시 일어설 것입니다." - 이승우
가혹한 승부의 세계에서 눈물을 쏟고 나온 신태용호 선수단은 믹스트룸에서는 또다른 얼굴이 돼 있었다. 주장 이상민은 "아쉽지만, 안 좋은 결과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다음을 기약했고, 정태욱은 "이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더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백승호는 "부족한 점을 알았다"면서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여기에 이승우가 화룡정점으로 한 마디를 남겼다. "쓰러져도 다시 일어날 것이고, 넘어져도 다시 일어서는 선수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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