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지석이 '역적'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제공|제이스타즈 엔터테인먼트
[스포티비스타=양소영 기자] 배우 김지석(36)은 연산에 푹 빠져있었다. 실제로도 완전히 연산의 옷을 벗지 못한 듯 보였다. 얼른 본연의 김지석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말에서, 작품에 대한 뜨거운 열정과 여운을 모두 느낄 수 있었다.

김지석은 최근 종영한 MBC 월화드라마 ‘역적: 백성을 훔친 도적’(극본 황진영, 연출 김진만 진창규, 이하 ‘역적’)에서 연산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역적’은 허균의 소설 속 도인 홍길동이 아닌 연산군 시대에 실존했던 인물 홍길동의 삶을 재조명하는 작품으로, 탄탄한 대본, 화려한 연출, 배우들의 열연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역적’ 종영 후 진행된 스포티비스타와 인터뷰에서 김지석은 “저를 추스르고 사랑해주고 다시 수면 위로 올라가고 싶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연산이라는 인물이 혼란스럽고 외롭고 감정 기복이 심했다. 왕으로 7개월을 살았다. ‘역적’이 종영해서 시원섭섭하지만 원래의 저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지석은 역사적 사료에 의해서 배워왔던 인물이 아니라 새롭게 재해석된 연산을 어떻게 연기할지 고민을 거듭했다. 황진영 작가와 김진만 PD와 함께 정치인 연산으로 방향을 잡고, 민초의 대표 홍길동과 대립각을 세웠다.  

김지석은 “연산을 연기하기 위해 영화 ‘국가대표’ 이후 가장 많이 몸무게를 뺐다. 예민하고 잠도 잘 못자고 시달리는 연산의 모습을 그리기 위해 6kg 정도 다이어트를 했다”며 “기존 시청자들이 저에게 갖고 있는 이미지는 밝고 명쾌하지 않나. 어떻게 이질감 없이 보여드릴 수 있을까 부담감이 컸다. 그래서 경건하고 치열하게 준비했다. 우스갯소리로 부모님에게도 연락하지 말라고 했다”고 밝혔다.

김지석은 가장 먼저 일차원적인 자세로 연산에 몰입했다. 그는 “처용무도 배우고 장구도 배우고 책도 많이 읽었다. 연산을 재해석한 책들도 읽고 심리학자가 본 연산에 대해서도 공부했다. 심리검사도 참고했다. 특이한 별자리를 타고 났다”며 “연산을 내게 입히려고 했고, 날 거쳐가는 연산이 어떨지 궁금했다”고 말했다.

“처음에 감독이랑 미팅할 때 왜 캐스팅했는지 물어봤어요. 감독님이 ‘추노’에서 절 처음 보고 찾아보니까 제가 군대에 갔다고 하더라고요. 이후 ‘또 오해영’을 보고 명량하고 쾌활하게 웃는 모습을 보는데 웃는 게, 웃는 게 아닌 것처럼 느껴졌대요. 그래서 비틀어주고 싶었다고 하셨어요. 저도 비틀림을 받아본 적이 없죠. 그래서 ‘제발 비틀어주세요’라고 했어요.”

▲ 김지석이 '역적'에 깊이 몰입했다고 밝혔다. 제공|제이스타즈 엔터테인먼트
스스로를 “유리 멘탈”이라고 한 김지석. 그는 “잘 휘둘린다. 잘하든 못하든 한 번 갖고 가면 끝까지 간다. 신념이 흔들리면 무너진다. 웬한하면 댓글들은 안 보려고 한다. 판도라의 상자처럼 궁금하지만 안 보려고 했다. 그래도 주변에서 반응이 좋다고 이야기 해주더라”며 “비트 연산도 알고 있다. 의외로 반응이 많이 왔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김지석은 “경건하고 치열한 마음으로 준비하고 시작했는데, 진심이 통한 것 같아서 감사했다”며 “저는 화목한 가정에서 사랑 받고 자랐다. 연산을 연기하면서 힘들었다. 저는 플러스 기운이 많은 사람인데, 연산은 마이너스 기운이 많은 사람이었다. 플러스에서 마이너스를 가야 되고, 그만큼을 뛰어넘아야 했다. 그래서 저를 가학적으로 많이 푸시했다”고 고백했다.

김지석은 어마어마한 사극 톤의 대사를 소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김지석은 “21회와 22회 때가 절정이었다. 대사량이 ‘어마무시’했다. 총 120신 정도였다. 처음엔 어떻게 외우냐고 했다. 배우와 감독님이 토닥토닥해줬다. 처음엔 이걸 해낼 수 있을까 싶었다. 감정적이 붙으니까 더 오는 부분도 있더라. 나중엔 내가 해냈다 싶어서 뿌듯했다”고 말했다.

김지석은 장녹수 역의 이하늬에게 많이 의지했다고. 그는 “이하늬가 고생을 많이 했다. 국악 전공자라 대표해서 보여줘야 했고, 허투루 할 수 없지 않나. 빠듯한 일정에서 장구춤이나 승무, 여러 가지 창 등을 해야했다. 그런 장면이 있을 때 긴장하고 배려하려 했다. 서로 공감하는 것도 많고 의지를 많이 했다”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 김지석이 '역적'으로 인생 캐릭터를 경신했다. 제공|제이스타즈 엔터테인먼트
‘역적’을 통해 배우 김지석은 성장했다. 연산으로 인생 캐릭터, 인생작이라는 호평을 얻었다. 그는 “수년 동안 여러 작품을 했다. 저희 부모님도 마찬가지고 관계자분들도 그렇고 자기가 봤던 것들만 기억한다”며 “나의 필모그래피를 쌇기 위해서 스펙트럼을 넓히기 위해서 노력했는데 자기가 본 것들만 기억하지 않나”며 “주연이든 조연이든 좋은 작품에서 좋은 캐릭터를 만나 좋은 메시지를 주면 좋다. ‘역적’은 인생 캐릭터를 만난 작품이고 인생 작품이다. 저는 계속 갱신하고 있다. ‘또 오해영’ 다음에 갱신한 거다”고 설명했다.

김지석은 “부모님들은 스스로를 잘 알아야 연기할 수 있다고 한다”면서 “맞는 말씀인데 저는 몰라야 될 것 가다. 나를 너무 잘 알면 수렁에 빠질 것 같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뭐고 잘 할 수 있는 걸 알면 겁이 날 것 같다. 내 식성을 알면 일식, 중식, 인도식에 도전하겠나. 모른 척 매번 도전하는 거다. 나를 알고 싶지 않다”며 연기 욕심을 드러냈다.

“연산은 왜 이렇게 됐을까를 생각했어요. 사랑 받지 못하고 인정 지 못해서 그런 것 같아요. 배우 역시 대중에게 사랑을 받아야 되고 인정받아야 되는 직업이죠. 그걸 받지 못하면 삐뚤어진 길을 가겠죠. 어떤 맥락에서는 비슷한 것 같아요. 인정받고 사랑받기 위해 노력하고 그런 배우가 되고 싶어요. 사람들이 저에게 기대하는 이미지가 있어요. 어떻게 보면 거의 비슷해요. 그래도 이번 작품을 통해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렸고, 그런 부분에서 카타르시스와 만족감을 느꼈죠. 막연하게 내가 만들어놓은 것들을 탈피하고 싶었고, 다행히 ‘역적’을 통해서 다른 면모를 보여드렸습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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