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지연은 만 17세 여고생 파이터다.

[스포티비뉴스=인천, 이교덕 격투기 전문 기자] 유명인의 이름에서 따온 별명은 양날의 검이다.

'피겨 여왕' 김연아의 청순한 느낌을 닮았다고 해서 종합격투기 대회사 TFC가 붙인 별명 <케이지 김연아>.

여고생 파이터 서지연(17, 더짐랩)은 솔직히 부담스럽다. 그러나 실력만 키워 나간다면 선수 생활에서 큰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2일 인천 호텔 카라스에서 가진 스포티비뉴스와 인터뷰에서 "가끔씩 커뮤니티에 악플이 올라온다고 해서 신경 쓰일 때가 있어요. 그래도 친구들은 사람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니까 좋다고 합니다"라며 배시시 웃었다.

그나마 학교와 체육관에 있느라 인터넷을 자주 하지 않아서 다행이다.

평소 땐 별명을 걱정하지 않는다. "학교가 산 중턱에 있어서 등굣길이 힘들어요. 종아리가 나날이 굵어집니다." 그의 고민거리는 이런 것들이다.

"공부는 사실상 놨다"는 폭탄선언을 하면서도 해맑게 웃은 서지연은 파이터의 삶이 자신의 길인 것 같다고 확신했다.

"이렇게 뭔가를 좋아해서 오랫동안 하는 게 처음이거든요. 부모님도 반대하시다가 제가 즐거워하는 걸 보고 응원해 주고 계세요"라며 또 배시시.

서지연은 1년 반 전부터 종합격투기를 훈련했다. 아마추어 리그 7전 전승 성적을 내고 올해 프로로 올라왔다.

지난 1월 TFC 드림 2에서 프로 데뷔전을 승리로 장식했지만, 지난 3월 TFC 14에서 '예담 벨라스케즈' 서예담에게 완패했다. 밑에 깔려 팔꿈치 파운딩을 맞다가 레퍼리 스톱 TKO로 졌다.

"처음으로 벽에 부딪힌 느낌이랄까요. 그라운드로 가지 않겠다고 생각하고 경기에 나섰는데, 밑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는 거예요. 힘에도 기술에도 밀렸습니다."

▲ 서지연(왼쪽)과 허송복은 17살 나이 차가 난다.

하지만 낙엽만 떨어지는 것만 봐도 깔깔거리며 웃는 10대 소녀다. 툭툭 털고 일어나 3개월 만에 케이지에 서기로 했다. 언젠가 다시 만날 서예담을 그리며 훈련에 집중했다.

서지연은 오는 3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리는 TFC 드림 3 메인이벤트에서 킥복서 출신 허송복(33, 팀 에이스)과 맞붙는다.

"처음 1년에서 3년 동안 실력이 가장 크게 는다고 해요. 3개월 전과는 다를 겁니다" 출사표를 던졌다.

서지연은 자신만만하다. 굳이 거짓말하지 않았다. 2일 기자회견에서 "허송복 선수를 레슬링으로 넘어뜨리고 그라운드에서 최대한 빨리 이기겠습니다"라고 말했다. 100% 작전 노출이었다.

서지연의 해피 바이러스에 허송복도 감염됐다.

허송복은 킥복싱 무대에서 12승 3패 전적을 쌓고 세계킥복싱총연맹 여성부 50kg급 한국 챔피언에 오른 타격가다. 지금은 생계를 위해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고 틈틈이 땀을 흘리는 열혈 여성이다.

세상에서도, 케이지에서도 물러서지 않는 싸움꾼이다.

허송복은 지난달 매치업이 확정되고 "놀랐습니다(웃음). 17살 차이라니. 세월이 정말 빠르구나라는 것을 다시 느낍니다. 체력이 나보다 훨씬 좋을 게 분명한데 내겐 경험이 있습니다. '연륜 펀치' 맛을 보여 주겠습니다"라고 경고 메시지를 띄운 바 있다.

하지만 기자회견에서 서지연의 솔직한 작전 노출에 자기도 모르게 피식했다. "난 레슬링에서 넘어지지 않고 최대한 빠르게 타격으로 끝내겠습니다"라고 받아쳤지만, 곧 "그런데 너무 귀엽네요"라며 언니 미소를 지었다.

허송복은 서지연과 웃으며 악수하고 "내일 최선을 다하자"며 어깨를 토닥였다.

▲ TFC 드림 3이 오는 3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다. ⓒ랭크 5 정성욱 편집장

TFC 드림 3에는 여성부 네 경기가 포진돼 있다. 태권도의 권혜린과 주짓수의 박연화가 스타일 대결을 벌이고, 장한솔과 최제이가 맞붙는다.

기자회견에서 가장 눈길을 끈 파이터는 장현우였다.

"3번째 경기를 앞두고 있다. 지난 두 경기를 합쳐도 1분이 채 안 된다. 그래서 그런지 아직 주목을 못 받았다. 이번에 이기고 3연승 한 후 빅마우스라고 하는 말 많은 김동규를 잡겠다"고 큰소리쳤다.

상대 유수영은 "장현우는 타격, 경험 모두 뛰어나다. 근력도 좋다. 이런 좋은 선수와 싸우게 돼 기쁘다. 하지만 상대가 나보다 나이가 많은 것 같다. 어린 선수에게 발판이 돼 주셔서 감사하다"고 비꼬았다.

박연화는 "천 가지 주짓수 기술 가운데 두 가지만 쓰겠다"고 했고, 상대 권혜린은 "태권도와 종합격투기가 만나면 어떻게 되는지 보여 드리겠다"고 밝혔다.

박종헌은 "상대 이름이 알리다. 내가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쏘겠다"고 말했고, 박문호는 "감량할 때 뒤지는 줄 알았다. 내일 상대는 뒤졌다"고 경고했다.

TFC 드림 3은 3일 오후 2시부터 네이버 스포츠에서 생중계된다.

TFC 드림 3- 서지연 vs 허송복 계체 결과

- 메인 카드

[여성 50kg 계약 체중] 서지연(49.34kg) vs. 허송복(49.50kg)
[페더급] 송두리(66.20kg) vs. 김지훈(67.05kg)*
[여성 밴텀급] 최정윤(61.05kg) vs. 이영주(61.70kg)
[75kg 계약 체중] 박종헌(74.70kg) vs. 요르무하메도프 노디르 알리(74.90kg)
[여성 55kg 계약 체중] 권혜린(54.44kg) vs. 박연화(54.50kg)
[라이트급] 박문호(70.65kg) vs. 손찬희(69.85kg)
[여성 아톰급] 최제이(47.86kg) vs. 장한솔(48.92kg)**
[밴텀급] 장현우(61.45kg) vs. 유수영(61.55kg)
[플라이급] 안상주(56.74kg) vs. 박태호(57.02kg)

- 언더 카드

[페더급] 김상원(66.25kg) vs. 김범준(66.15kg)
[밴텀급] 손환욱(61.30kg) vs. 이진세(61.65kg)
[밴텀급] 전형주(61.35kg) vs. 윤주환(61.65kg)
[라이트급] 박진우(70.25kg) vs. 방재혁(69.55kg)
[밴텀급] 지현영(60.80kg) vs. 이준용(61.65kg)

*김지훈 700g 초과 1, 2라운드 각각 1점 감점
*장한솔 300g 초과 1라운드 1점 감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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