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반포동, 취재 조영준 기자, 영상 임창만 기자] 세계 각국의 어려운 인공 암벽은 물론 거친 자연 암벽을 정복했다. 최근에는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높은 건물인 롯데월드타워도 정복했다.

'스포츠 클라이밍의 여제' 김자인(29, 스파이더)의 완등 신화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그는 국내에서 열린 스파이더 한강 클라이밍 챔피언십 2017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한강에 세워진 인공 암벽을 정복한 김자인은 국내 팬들을 열광시켰다.

김자인은 4일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 새빛섬에서 열린 스파이더 한강 클라이밍 챔피언십 2017 여자부 결승전에서 고바야시 유카(30, 일본)에게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 스파이더 한강 클라이밍 챔피언십 2017 여자부에서 우승한 뒤 환호하는 김자인 ⓒ 예빛섬, 한희재 기자

지난해 이 대회에 출전한 김자인은 결승에 진출했다. 그러나 후배 사솔(23, 노스페이스)에 져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리드(로프를 이용해 인공 암벽을 오르는 종목)가 주 종목인 김자인은 볼더링(로프를 비롯한 장비 없이 등반하는 종목) 방식으로 치러진 한강 클라이밍 챔피언십에서 우승하지 못했다.

올해 전망은 한층 불투명했다. 디펜딩 챔피언 사솔과 '떠오르는 신예' 김민선(21, 노스페이스)가 출전하는 것은 물론 일본의 강자인 고바야시 유카(30)도 한강 무대에 섰기 때문이다. 예선 기록에서 고바야시는 전체 1위를 차지했고 김자인은 2위에 올랐다.

김자인과 고바야시는 세계유스선수권대회 때 부터 경쟁해온 사이다. 선의의 경쟁을 펼치며 성장한 이들은 돈독한 우정도 쌓았다. 수많은 대회에서 더 높은 코스를 정복하기 위해 경쟁했던 이들은 한강에서도 결승전에서 만났다.

코스 중반까지는 고바야시가 김자인보다 빨랐다. 그러나 완등까지 남은 3개의 홀더(인공 암벽에 붙어있는 물체)를 남겨놓고 대 역전극이 펼쳐졌다. 김자인은 빠른 움직임으로 마지막 홀더를 잡았다. 고바야시의 속도도 늦지 않았다. 그러나 김자인은 고바야시를 근소하게 제치고 먼저 정상에 올랐다.

경기를 마친 김자인은 "제가 우승할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경기를 앞두고 긴장도 많이 했는데 우승을 해서 매우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우승을 예상하지 못해 마치 월드컵에서 우승한 것처럼 기뻤다"고 덧붙였다.

사실 김자인이 우승을 하는데 가장 큰 고비는 준결승이었다. 준결승에서 그는 후배 김민선을 만났다. 두 선수는 마지막 홀더까지 접전을 펼쳤고 거의 비슷하게 완등했다. 그러나 슬로우 화면으로 본 결과 완등한 뒤 두 발을 가장 먼저 밟은 이는 김자인이었다.

▲ 스파이더 한강 클라이밍 챔피언십에서 등반하고 있는 김자인 ⓒ 예빛섬, 한희재 기자

김자인은 "준결승 때는 정신 없이 올라가느라 바빴다. 그런데 정상에서 두 발을 먼저 밟아야 이긴다고 해서 정신없이 했다. 운도 많이 따랐다"고 말했다.

오랜 경쟁자이자 친구인 고바야시를 결승전에 이긴 그는 "(고바야시)유카와 나는 세계유스선수권대회 때부터 함께 대회에 출전한 사이다. 10년 넘게 대회에서 만났다"고 밝혔다. 이어 "이런 친구를 한국에서 열린 대회에서 만났다. 한일전이 됐는데 예선에서는 내 기록이 유카보다 뒤졌다"고 설명했다.

김자인과 고바야시의 주 종목은 리드다. 그러나 이번 대회 예선과 8강, 4강에서 압도적인 경기를 펼친 이는 고바야시였다. 여러모로 김자인이 불리할 것으로 여겨졌지만 이를 이겨냈다.

김자인은 "유카보다 기록이 뒤진 점을 알았지만 끝까지 최선을 다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에서 큰 대회에 출전할 기회가 많지 않다. 그러나 이번 한강 클라이밍 챔피언십 결승전에서 국내 팬들의 큰 응원을 받고 우승을 차지했다.

▲ 한강 입수 세리머니를 앞둔 김자인 ⓒ 예빛섬, 한희재 기자

국내 팬들의 성원을 받은 그는 애초 예정에 없던 한강 입수 세리머니를 했다. 김자인은 "예선 때는 결승보다 관중이 없어서 올해는 많이 안 오시나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8강전 때부터 정말 많은 분이 오셨다. 특히 결승에서 많이 응원해주셔서 큰 힘을 얻었다"며 관중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올해 김자인은 특별한 부상이 없고 몸 상태도 좋다. 지난해 손목을 비롯한 부상으로 고생했던 그는 최상의 경기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러나 올해 롯데 타워 이벤트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한강 챔피언십에서도 우승하며 다가오는 국제클라이밍연맹(IFSC) 월드컵 리드 대회 전망을 밝게 했다.

김자인은 "리드 월드컵 시즌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며 "지금의 몸 상태만 유지하면 올 시즌도 재미있게 등반할 수 있을 거 같다. 세계 랭킹 1위 탈환을 떠나서 제가 준비한 만큼 열심히 해 완등하는 경기를 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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