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에도 승수 페이스는 여전하다. 벌써 6승(1패)을 거뒀다. 7일 잠실 삼성전은 유희관이 갖고 있는 힘을 엿볼 수 있는 경기였다. 6이닝 7실점을 했지만 승리 투수가 됐다. 압도적이지 않았지만 6회를 버틸 수 있었기에 승리 투수의 기회도 주어졌다. 실책성 수비가 없었다면 자책점은 더 줄었을 것이다. 벌써 두 번의 9이닝 투구가 있었다는 점도 빼 놓을 수 없는 어필 포인트다.
그의 성적이 눈길을 끄는 건 스피드 때문이다. 직구는 고작해야 130km를 겨우 넘는다. 100km를 조금 넘어가는 커브도 있다. 모두가 빠르게만을 원하고 요구하는 세상에서 그는 거꾸로 가는 기차나 다름 없다.
그러나 그의 공을 대하는 타자들의 이야기는 다르다. 유희관의 공은 남다른 힘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만만할 듯 보이지만 치기 까다로운 유희관만의 힘이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타자의 눈에 유희관의 공은 도대체 어떻게 비치는 것일까.
직접 상대해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위력이지만 상대적으로 비교를 해 볼 수 있는 방법은 있다. 투구.타구 추적 시스템인 '트랙맨 시스템'의 힘을 빌어 보면 유희관의 공이 갖는 위력을 간접 체험해 볼 수 있다.
공의 무부먼트를 보면 유희관의 공이 구속 이상의 힘을 갖고 있다는 것이 증명된다. 우선 수평 수직 무브먼트에 대해 알아보자.
VertBreak 수직 변화량 = 공이 투수의 손을 떠나면서 중력의 영향 없이 일직선으로 이동한다고 가정했을 때, 그 일직선의 궤도를 따라 홈플레이트를 지나가는 높이와, 실제로 던져진 공이 홈플레이트를 지나가는 높이의 수직거리 차이를 나타낸다.
InducedVerticalBreak 조정 수직 변화량 = 중력의 영향을 고려해서 조정한 수직거리.
*유의할 점: 이 숫자가 양의 값을 가질 땐, 공이 실제로 위로 올라간다는 뜻은 아니고, 중력의 영향만 있었을 때 떨어지는 정도보다 덜떨어짐을 의미한다.
HorzBreak 수평 변화량 = 공이 일직선으로 이동한다고 가정했을 때 홈플레이트의 앞부분을 지나는 지점과 실제 홈플레이트의 앞부분을 지나는 지점의 수평거리 차이. 양의 값을 가지면 투수의 시점에서 오른쪽으로 휘어들어갔다는 의미, 음의 값은 왼쪽으로 휘어들어갔음을 의미한다.
우선 수직 무브먼트. 유희관의 직구는 수직으로 봤을 때 54.40cm의 변화를 갖는다. 정확하게 말하면 정상적인 궤적 보다 50cm 이상 덜 떨어지는 것이다. 일명 라이징 패스트볼이라고 불리는 공이다.
투수가 던진 모든 공은 중력의 영향으로 모두 밑으로 떨어지게 돼 있다. 상대적으로 덜 떨어지는 공은 타자에게 마치 살아오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유희관은 직구 수직 무부먼트 부문서 5위에 올라 있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직구를 던지는 투수 중 5번째로 공이 살아 올라간다는 뜻이다.
메이저리그 마지막 4할 타자인 테드 윌리엄스는 "모두가 공을 끝까지 보고 치라고 하지만 누구도 공을 끝까지 보고 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직구라고 예측이 되면 직구가 들어오는 예상되는 위치를 보고 스윙을 하는 것이다. 유희관의 직구는 이 예측을 보기 좋게 빗나간다. 다른 투수의 직구보다 덜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만큼 힘을 받아 뻗어나간다 할 수 있다.
직구 수직 무브먼트 탑5중 140km를 넘지 못하는 투수는 유희관이 유일하다. 그의 직구 볼 끝에 유난히 많은 힘이 쏠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속도와 볼 끝의 부조화는 유희관의 공을 위력적으로 만드는 또 하나의 이유다. 선수 A는 "보통 볼 끝이 좋은 투수들은 일정 수준 이상의 스피드를 갖고 있다. 이 정도 스피드면 이 정도 높이로 치면 된다는 공식이 성립한다. 하지만 유희관은 이 예측이 어렵다. 공은 늦게 오는데 떠오르긴 더 떠오른다. 이 차이를 순간적으로 판단해서 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라고 말했다. 유희관의 공을 더 빠르게 느낄 수 밖에 없는 이유다.
그의 릴리스 포인트에 관심을 가져 볼 필요도 있다. 유희관의 익스텐션(디딤발을 내딛은 뒤 앞으로 뻗는 팔의 길이)이 1.91cm에 머물러 있다. 대부분 파이어볼러(유희관 수준의 직구 수직 무브먼트를 갖고 있는 투수들)은 2m를 훌쩍 넘는다. 그들 보다 뒤에서 그들 보다 힘 있게 뻗어나오는 떨어지지 않는 공을 뿌리는 투수가 유희관이다.
타자 B는 "분명 공에서 일찍 손이 떨어진다. 앞으로 끌고 나온다는 느낌은 덜하다. 하지만 공이 꽂히는 건 앞으로 충분히 끌고 나오는 선수들 보다 더 힘이 있다. 이 차이를 극복하는 것도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유희관의 또 다른 무기인 싱커의 움직임도 크다. 공이 수평으로 간다고 가정했을 때 유희관의 싱커는 왼쪽으로 35.54cm가 휜다. 일반적인 체인지업(유희관의 싱커는 체인지업으류 분류된다)들 보다 변화가 크다.
유희관의 싱커 수평 무브먼트 순위는 6위다. 타자의 입장에서 봤을 때 유희관의 직구는 보다 높게 살아 오르며 싱커는 보다 멀리 도망간다. 유희관이 빠르지 않은 구속으로도 버틸 수 있는 이유다.
관련기사
- 이승엽의 시계는 벤치에서도 값지게 흘러갔다
- '포심-체인지업-슬라이더-포심' 정진호가 친 공 4개
- 두산 정진호, 역대 23번째 사이클링히트 완성
- 청하, '청순하면서 섹시해~'
- '완벽 제구' 임기영, 친정팀에 비수 꽂은 아트 피칭
- 일주일 만에 등판한 오승환, 1이닝 퍼펙트…세인트루이스 7연패
- 샌프란시스코 감독 "황재균 메이저 승격 검토할 것"
- 요미우리 충격의 13연패…창단 83년 만에 최악의 수모
- 김현수, 대타로 나서 헛스윙 삼진
- kt, 모넬 대체 새 외국인 선수 멜 로하스 영입
- 에디슨 러셀 "아내 때린 적 없어" 결백 주장…MLB 조사 착수
- [영상]"즐기고 있어요" SK 로맥의 KBO 리그 적응은 '현재 진행형'
- '애디튼마저 1군 말소' 롯데 조원우 감독의 깊어지는 고민
- AAA 황재균 4타수 무안타…타율 0.289
- '3주 만에' 만난 삼성-한화, 화해의 악수 한다
- 최영필 20년 정든 그라운드와 작별…전력분석원으로 새 출발
- '옆구리 근육통' 한화 오간도, 3⅔이닝 2실점 강판
- 롯데 김원중, 두산전 4이닝 4실점…5회 강판
- '6이닝 버틴' 삼성 백정현, 시즌 2패 위기
- '최다 7⅔이닝-9K-120구' 두산 함덕주, 롯데전 무실점…'3승 기회'
- 로테이션 거른 소사, 1⅓이닝 무실점 KBO 첫 SV
- 믿음 생긴 LG 조윤준, 멀티히트에 결승타까지
- LG 양상문 감독 소사에게 마무리 맡긴 이유
- '개인 기록 3가지 경신' 두산 함덕주, 롯데만 만나면 쾌투
- 한화 심수창-송창식, 오간도 부상 변수 지운 '3⅓이닝'
- '결승타' LG 조윤준 "전력분석팀과 공부 열심히 했다"
- '3연패' 롯데, 흔들리는 선발진…방망이도 침묵
- '8·9회 6득점' 삼성, 한화 충격 빠뜨린 '무서운 뒷심'
- 마지막 8회 만루 찬스 놓친 롯데, 3연패
- LG 차우찬 "직구 자신감 찾았다, 잘 걸린다는 느낌"
- '개인 기록 갱신-3승' 두산 함덕주, "공격적인 투구가 주효"
- 두산 김태형 감독 "함덕주, 선발 전환 후 최고 피칭"
- '결승타' 삼성 김정혁, "요즘 이래도 되나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