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글 조영준 기자, 영상 윤희선 기자] "2012년 런던 올림픽 때 코치로 선수들과 큰 대회를 치렀습니다. 올림픽이 끝난 뒤에도 몇몇 선수들과 문자로 계속 연락하며 지냈죠. 선수들과 소통이 잘 됐던 것 같은데 그런 인연이 지금까지 이어져 온 것 같아요. 선수들은 저를 동네 이장님이라고 부릅니다.(웃음)"

5년 전 홍성진(54) 여자 배구 대표 팀 감독은 코치로 당시 지휘봉을 잡은 김형실(66) 한국배구연맹(KOVO) 경기 위원장을 보좌했다. 당시 한국이 올림픽 4강에 진출하는 데 힘을 보탰던 그는 5년 만에 감독으로 돌아왔다.

지난해 한국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출전해 8강에 올랐다. 런던에서 이루지 못한 올림픽 메달에 도전했지만 세계의 벽은 여전히 높았다. 팀의 주장이자 대들보인 김연경(29, 중국 상하이)은 2020년 도쿄 올림픽까지 도전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3년 뒤 열리는 도쿄 올림픽은 한국 여자 배구가 올림픽에서 메달을 딸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사령탑으로 부임한 홍성진 감독의 책임감은 무겁다.

▲ 홍성진 감독 ⓒ 대한배구협회 제공

홍 감독은 스포티비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대표 팀 감독을 맡아 개인적으로 영광이지만 책임감이 무겁다"고 밝혔다. 그는 "과거 한국 여자 배구는 조직력과 스피드가 결합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선수들의 키가 많이 커졌고 마인드도 달라졌다. 새롭게 밑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홍 감독이 전망하는 한국 여자 배구의 미래는 밝다. 세계적인 올라운드 플레이어인 김연경이 건재하고 런던과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경험한 선수들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7일 대표 팀이 소집됐는데 (김)연경이를 제외한 모든 선수가 진천 선수촌에 들어왔다"며 "런던 올림픽 때 인연을 맺은 선수들도 있다. 꾸준하게 연락하며 지냈기 때문에 어려운 점은 없다"고 말했다.

올림픽까지 남은 3년 동안 대표 팀 전력을 최상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그의 목표다. 홍 감독은 "도쿄 올림픽에서 4강에 진입하려면 8강에서 유럽이나 남미 팀을 이겨야 한다. 내년까지 팀 전력을 60~70%까지 끌어올린 뒤 올림픽이 열리는 2020년 초에는 100% 이상으로 완성하려는 목표가 있다"고 밝혔다.

올해 대표 팀은 국제배구연맹(FIVB) 그랑프리 대회와 아시아선수권대회 그리고 세계선수권대회 예선에 출전한다. 최종 목표가 도쿄 올림픽인 만큼 눈앞의 결과에 연연하지 않을 생각이다. 대회 수가 많은 만큼 주전 선수들만 기용하지 않고 젊은 선수들에게도 기회를 줄 예정이다.

그가 가장 고민하는 포지션은 세터다. 한국 여자 배구를 이끌어온 베테랑 세터인 김사니(36)는 코트를 떠났다.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한국을 이끈 이효희(37, 도로공사)의 뒤를 이을 세터가 시급하다.

▲ 김연경(오른쪽)과 양효진 ⓒ 스포티비뉴스

홍 감독은 "김사니, 이숙자, 이효희 등 베테랑 세터들이 오랫동안 한국 여자 배구를 이끌었다"며 "염혜선(IBK기업은행)을 비롯한 젊은 세터들을 고르게 테스트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홍 감독이 강조한 리더십은 '소통'이다. 권위적인 방식을 버리고 선수들과 최대한 소통하며 팀을 이끌겠다는 것이 그의 계획이다.

선수들에게 '동네 이장님'으로 불린다는 그는 "김연경을 주축으로 한 20대 후반 선수와 30대 베테랑 선수들이 대표 팀 구심적 소임을 하고 있다. 팀 분위기도 좋아 여자 대표 팀은 여전히 상승세를 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연경은 오는 14일 대표 팀에 합류한다. 한국은 한 달 가량 호흡을 맞춘 뒤 다음 달 7일 불가리아에서 독일과 그랑프리 대회 첫 경기를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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