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년 프랑스오픈 여자 단식에서 우승한 엘레나 오스타펜코 ⓒ GettyImages

[스포티비뉴스=조영준 기자] 올해 롤랑가로스 여자 단식에서 새로운 테니스 별이 프랑스 파리 하늘을 수놓았다. 동유럽에서는 적지 않은 걸출한 테니스 선수들이 등장했다. 그러나 발트해에 있는 작은 국가인 라트비아는 테니스의 불모지였다. 1991년 구소련으로부터 독립한 라트비아는 인구 2백2십만 여명이 사는 작은 나라다. 이곳에서 가장 공격적인 여자 테니스 신성이 등장했다.

라트비아에서 온 스무살의 엘레나 오스타펜코(세계 랭킹 47위)는 올해 롤랑가로스의 여왕이 됐다. 그는 10일(한국 시간) 프랑스 파리의 롤랑가로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년 롤랑가로스 프랑스오픈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시모나 할렙(25, 루마니아, 세계 랭킹 4위)을 세트스코어 2-1(4-6 6-4 6-3)로 꺾고 우승 컵을 들어 올렸다.

오스타펜코는 이번 대회에서 시드권을 얻지 못했다. 또 명성이 자자한 코치 대신 그를 지도하는 이는 어머니 엘레나 야코브레바다. 아버지 예브게니 오스타펜코는 딸의 피트니스 트레이너 일을 하고 있다.

부모님의 지원을 받은 그는 쟁쟁한 선수들을 차례로 제치며 결승에 진출했다. 아직 여자 프로 테니스(WTA) 투어에서 우승 경험이 없는 그는 그랜드슬램 대회인 롤랑가로스에서 처음 정상에 올랐다. 4개 그랜드슬램 대회(호주 오픈 롤랑가로스 프랑스오픈 윔블던 US오픈)에 8번 출전한 뒤 이룬 우승이었다. 또한 1990년 모니카 셀레스(유고슬라비아-미국)가 16세의 나이로 우승한 이후 가장 어린 롤랑가로스 여자 단식 우승자가 됐다.

오스타펜코의 장점은 거침없는 공격과 대범함이다. 수비와 그라운드 스트로크 싸움이 주를 이루는 여자 단식에서 그는 혁명을 일으켰다. 이번 프랑스오픈에서 오스타펜코는 현재 임신 중인 세레나 윌리엄스(36, 미국, 세계 랭킹 2위)에 버금가는 '공격 테니스'를 펼쳤다.

할렙과 결승전에서 오스타펜코는 독특한 기록을 남겼다. 위너와 범실이 54개로 똑같았다. 보통 한 경기에서 50개 넘는 실책을 범하면 이기기 어렵다. 그러나 오스타펜코는 54개의 위너로 8개에 그친 할렙을 압도했다.

▲ 2017년 프랑스오픈 여자 단식에서 우승한 엘레나 오스타펜코가 기자회견에서 질문을 듣고 웃고 있다 ⓒ GettyImages

2세트와 3세트 초반 그는 1-3으로 뒤졌다. 특히 2세트에서 0-3으로 뒤질 때는 할렙의 우승이 눈앞에 있는 듯 여겨졌다. 그러나 세트 막판까지 할렙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다. 경기가 진행될수록 공격 성공률이 높아졌고 수비도 살아났다. 멈추지 않는 강한 공격력은 할렙의 견고한 수비벽을 뚫었다.

롤랑가로스 여자 단식 최종 승자가 된 오스타펜코는 프랑스오픈 홈페이지에 "스무살의 나이에 챔피언이 된 점이 믿을 수 없다"며 "이 자리에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시모나(할렙)가 훌륭한 선수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공격적으로 경기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것이 내가 원하는 쪽으로 바뀌었다. 모든 점수를 위해 싸웠고 의도대로 경기를 끝내 기쁘다"고 덧붙였다.

오스타펜코가 54개의 범실을 하는 동안 할렙의 실책은 10개에 불과했다. 그러나 서브 득점은 한 개도 나오지 않았다. 또한 위너 경쟁에서 8-54로 크게 뒤졌다. 오스타펜코의 우승은 힘과 공격을 앞세운 테니스의 승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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