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년 프랑스오픈 남자 단식 결승전에서 백핸드를 노리고 있는 라파엘 나달 ⓒ GettyImages

[스포티비뉴스=조영준 기자] '흙신'이 재림했다. 라파엘 나달(31, 스페인, 세계 랭킹 4위)이 프랑스오픈에서 처음으로 10번째 정상에 올랐다.

나달은 11일(이하 한국 시간) 프랑스 파리 롤랑가로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년 롤랑가로스 프랑스오픈 남자 단식 결승전에서 스탄 바브린카(32, 스위스, 세계 랭킹 3위)를 세트스코어 3-0(6-2 6-3 6-1)으로 완파했다.

나달은 프랑스오픈 결승전에 10번 진출해 모두 우승하는 특별한 기록을 남겼다.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이 대회 역대 최다인 9회 우승을 10회로 늘렸다. 2005년 프랑스오픈에서 처음 우승한 그는 2008년까지 4연속 정상에 올랐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 5연속 롤랑가로스를 정복했다.

2015년에는 8강에서 떨어졌고 지난해에는 3라운드에서 탈락하며 자존심을 구겼다. 지난 2년 동안 부상으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던 그는 올해 부활했다. 나달은 지난 1월 시즌 첫 그랜드슬램 대회인 호주 오픈에서 준우승했다. 3월 남자 프로 테니스(ATP) 멕시코 오픈과 마이애미 오픈에서도 준우승에 그친 나달은 4월 클레이 코트에서 열린 몬테카를로 롤렉스 마스터스에서 우승했다. 이어 열린 스페인 바르셀로나 오픈과 마드리드 오픈에서 우승하며 프랑스오픈 전망을 밝혔다.

이번 대회에서 나달은 1회전부터 승승장구했다. 준결승전에서 차세대 클레이 코트 마스터 도미니크 팀(23, 오스트리아, 세계 랭킹 7위)을 세트스코어 3-0(6-3 6-4 6-0)으로 눌렀다. 결승전에서는 만만치 않은 상대인 바브린카를 만났다. 바브린카는 그랜드슬램 대회 3번 결승전에 올라 모두 우승을 차지했다.

▲ 2017년 프랑스오픈 남자 단식 결승전에서 포핸드를 치고 있는 라파엘 나달 ⓒ GettyImages

그러나 바브린카의 그랜드슬램 대회 결승 4연승 행진을 이뤄지지 못했다. 클레이 코트에 서면 '무결점'으로 변하는 나달의 벽을 넘지 못했다.

3년 만에 롤랑가로스 황제를 탈환한 나달은 테니스 역사상 단일 그랜드슬램 대회에서 최초로 10번 우승한 선수가 됐다. 여자 선수는 호주 오픈에서 11회 우승 기록을 세운 마거릿 코트(호주)가 있다.

'라 데시마'는 한 대회에서 10번 우승을 뜻하는 스페인어 용어다. 이번 프랑스오픈 최대 관심사는 나달의 라 데시마 성공 여부였다. 많은 이들의 기대대로 롤랑가로스 코트에서 10번째 우승 컵을 들어 올린 그는 '제2의 전성기'를 열었다.

1세트에서 나달은 먼저 브레이크하며 2-1로 앞섰다. 이어진 서비스 게임을 지키며 3-1로 달아났다. 세트 초반 바브린카는 2-3까지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그러나 수비는 물론 백핸드와 서브까지 강해진 나달의 다양한 공격에 흔들렸다. 3-2에서 내리 3게임을 이긴 나달은 1세트를 6-2로 따냈다.

나달의 상승세는 2세트로 이어졌다. 정교한 리턴에 이은 포핸드 공격으로 연속 득점한 나달은 3-0으로 앞서갔다. 바브린카는 3-5까지 추격했지만 좀처럼 점수 차를 좁히지 못했다. 9번째 게임에서 바브린카는 경기가 풀리지 않자 분을 참지 못하며 라켓을 부쉈다. 그동안 좀처럼 흥분하지 않고 침착한 경기 운영을 펼친 그는 나달의 완벽한 경기력 앞에 무너졌다. 나달은 2세트를 6-3으로 잡아 '라 데시마'에 한 세트만 남겨 뒀다.

▲ 2017년 프랑스오픈 남자 단식 결승전에서 경기가 풀리지 않자 아쉬워하는 스탄 바브린카 ⓒ GettyImages

나달은 3세트 3-1로 앞선 상황에서 승부를 결정 짓는 브레이크에 성공했다. 4-1로 앞서며 승기를 잡은 나달은 3세트를 손쉽게 따며 라 데시마를 결정 지었다.

그가 10번째 우승을 확정짓는 데 걸린 시간은 2시간 5분이었다. 바브린카는 2015년 이 대회 우승 이후 2년 만에 정상 탈환을 노렸다. 그러나 나달을 상대로 제 기량를 발휘하지 못하며 무너졌다.

나달은 바브린카와 상대 전적에서 16승 3패를 기록했다. 나달은 더블폴트 없이 서브 득점 4개를 기록했고 첫 서브 성공률은 65%였다. 위너 싸움에서 27-19로 바브린카를 압도했다. 끈질긴 수비 위주의 경기를 펼쳤던 나달은 서브가 강해진 것은 물론 공격도 한층 다양해졌다.

이와 비교해 바브린카는 '나달 징크스'를 털어 내지 못했다. 나달의 실책은 12개였지만 바브린카는 29개를나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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