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동현. ⓒKIA 타이거즈
[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KIA 신인 투수 정동현은 올 시즌 1군 등판 경기가 1경기에 불과하다. 성적도 좋지 못하다. 2.1이닝을 던져 홈런 1개 포함 5안타를 맞았고 3점을 뺏겼다.

평균 자책점이 11.57이나 된다. 2.1이닝 동안 삼진 2개를 잡았지만 볼넷도 2개로 많았다. 이 숫자만으로 그의 가능성을 찾아내긴 어렵다.

하지만 우린 그의 이름을 기억해 둬야 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kt의 정대현과 형제 투수라는 점 때문만이 아니다. 그는 분명 다른 선수들이 갖지 못한 무언가를 갖고 있는 투수다.

정동현은 공이 빠른 투수는 아니다. 직구 평균 구속이 133km에 불과하다. 숫자만 놓고 보면 제구력으로 승부를 걸어야 하는 투수다.

그러나 정대현에게는 기록되지 않은 중요한 숫자가 한 가지 있다. 투수판에서 공을 놓는 지점까지 거리를 의미하는 익스텐션(Extension) 측면에서 빼어난 장점을 갖고 있다.

투구&타구 추적 시스템인 트랙맨 시스템에 따르면 정동현은 패스트볼 익스텐션이 2m45cm나 된다. 메이저리그 평균이 190cm정도 된다. 긴 익스텐션으로 장점을 극대화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아롤디스 채프먼이 2m7cm를 기록했다. 정동현은 채프먼 보다도 앞에서 공을 때릴 수 있는 능력을 지닌 투수라는 뜻이다. 당연히 한국에선 가장 긴 익스텐션을 갖고 있다.

체인지업 익스텐션도 2m37cm로 한국 프로야구 1위다. 아무나 갖지 못하는 무언가를 지닌 투수라 할 수 있다.

임찬규(LG.2m14cm) 고영표(kt.2m11cm) 등이 톱5 안에 드는 익스텐션 수치로 속도 이상의 무언가를 더해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는 대표적인 투수들이다.

물론 톱5중 김강률(두산.2m23cm)이나 김찬호(SK.2m14cm)처럼 아직 장점을 다 살리지 못한 투수들도 있다. 그러나 중요한 건 정동현이 1위라는 점이다.  

익스텐션이 길면 그만큼 타자 앞으로 공을 끌고와 던질 수 있게 된다. 타자 입장에선 투수가 던지는 스피드 이상의 위압감을 느끼게 된다. 정동현이 빠르지 않은 구속으로도 프로야구 1군 무대에서 통할 수 있는 틈을 만들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아직 정동현은 자신이 가진 장점을 극대화 하지 못하고 있다. 볼을 끌고 나와서 던질 수 있다는 건 공에 회전을 많이 걸기 유리해진다. 두산 유희관이 130km를 갓 넘기는 스피드로도 버틸 수 있는 힘은 광속구 투수에 뒤지지 않는 볼 끝의 움직임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동현은 아직 그 단계에 올라와 있지 못하다. 이제 막 제구를 잡는 단계에 서 있을 뿐이다.

이대진 KIA 투수 코치는 "정동현의 직구는 아직 볼 회전이 좋은 편이 아니다. 공이 살아오르는 느낌을 주지 못한다. 대신 투심 패스트볼의 궤적을 그린다는 점이 눈에 띄는 대목"이라며 "정동현이 1군에서도 통할 수 있는 구위를 증명하기 위해선 일단 지금보다 제구력 부분에서 향상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 다음 자신의 장점을 이용해 볼에 회전을 많이 줄 수 있는 노하우를 체득한다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투수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긴 익스텐션은 분명 타자까지 물리적 거리를 좁힐 수 있는 중요한 장점이다. 하지만 가까워진 거리를 활용하지 못하는 볼 끝이라면 장점 수준에서 머물 수 밖에 없다.

정동현은 이제 막 프로에 첫 발을 내딛은 2년차다. 아직 가야 할 길이 더 많이 남아 있는 투수다. 정동현이 아무나 갖기 힘든 자신만의 장점을 이용해 더 높은 곳으로 날아오를 수 있을까. 익스텐션을 잘 활용하는 것은 그 높은 길로 가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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