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이종현 기자] 잠시 이별이다.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36)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결별했다. 그는 바람처럼 나타났다 연기처럼 사라졌다.

지난 10일(한국 시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사무국은 홈페이지에 다가오는 여름 계약이 끝나는 선수를 발표했다. 맨유가 발표한 명단엔 즐라탄이 포함됐다.

즐라탄은 맨유에 입단할 때부터 주목받았다. 맨유의 레전드이자 왕이었던 에릭 칸토나가 "즐라탄이 맨유를 택한 건 최고의 선택이다. 그러나 맨유에는 오직 한 명의 왕만 존재한다. 즐라탄이 왕자가 되고 싶으면 그래도 좋다. 그럼 7번 유니폼을 주겠다"고 덕담했다.

▲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

그러나 즐라탄은 "칸토나를 존경한다. 하지만 나는 맨유의 왕이 아닌 신(神)이 되겠다"고 했다. 그렇게 1년이 흘렀다. 자신이 말한 것처럼 즐라탄은 맨유에서 보낸 2016-2017 시즌 팀의 3개의 트로피(커뮤니티 실드, EFL컵, 유로파리그)를 선사했다. 비록 유로파리그 결승은 다쳐서 뛰지 못했지만 커뮤니티 실드와 EFL컵에서 모두 결승 골을 터뜨렸다.

당초 즐라탄은 맨유에 남는 게 유력했다. 맨유는 지난여름 즐라탄과 계약할 때 1+1 조항을 맺었다. 그런데 지난 4월 안더레흐트와 치른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8강 2차전에서 무릎 인대를 다쳤다. 즐라탄은 곧바로 수술대에 올랐고 재활에 돌입했지만 2018년 1월이 돼야 복귀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맨유는 즐라탄과 1+1계약 옵션을 사용하지 않았다.

▲ 무릎 인대를 다친 즐라탄.

즐라탄은 30대 나이가 무색할 만한 활약을 펼쳤다. 무릎을 다치기 전까지 맨유 유니폼을 입고 46경기에 출전해 28골을 터뜨리는 괴력을 보였다. 지난 2017년 2월 21일 기준으로 즐라탄보다 많은 경기를 뛴 EPL 선수가 없을 정도였다. 즐라탄은 30대 중반의 나이에 철저한 몸 관리를 바탕으로 누구보다 많이 뛰고 팀에 공헌했다.

위기도 있었다. EPL 5라운드부터 10라운드까지 리그 6경기 무득점에 그치면서 '키 큰 전봇대'라는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이후 11라운드부터 20라운드까지 9경기에서 9골을 득점하며 화려하게 부활했고 맨유의 상승세를 이끌었다.

▲ 즐라탄.

주제 무리뉴 맨유 감독이 포효할 땐 언제나 즐라탄의 득점이 있었다. 즐라탄은 언제나 팀에 중요한 득점을 책임졌고 즐라탄은 팀에 '우승 DNA'를 되찾아줬다.

즐라탄은 1시즌 만에 떠났다. 강렬했던 즐라탄 열풍이 지나갔다. 즐라탄은 "사자는 인간처럼 회복하지 않는다"는 명언과 함께 현재 맨체스터에서 재활에 전념하고 있다. 신이 된 사나이는 맨유와 다시 만날 날을 고대하고 있다.

"난 35살이지만 마음만은 20살이다. 50살까지도 뛸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레드 와인과 같다. 익으면 익을수록 더 좋아진다."(즐라탄-ESPN 사커넷 인터뷰 中 )

▲ EPL컵 우승 이후 기뻐하는 즐라탄.

[영상] [EPL]아름다운 이별 앞둔 즐라탄의 맨유 골 모음 ⓒ이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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