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리 슈틸리케 감독 ⓒ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파주, 김도곤 기자]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지휘봉을 놓았다. 월드컵을 직전에 두고 떠난 감독이 됐다.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는 15일 파주 NFC에서 제5차 기술위원회를 개최했다. 회의 결과 슈틸리케 감독과 상호 합의 하에 계약을 해지했다. 사실상 경질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부임 초기 나름 괜찮은 성적을 냈지만 내용면에서는 합격점을 받지 못했고 최종 예선에서 극도로 부진해 경질 여론에 휩싸였다. 결국 14일 카타르에 2-3으로 패하자 협회는 작별을 선택했다. 현재 한국은 최종 예선 A조에서 승점 13점으로 2위를 유지 중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월드컵을 눈앞에 두고 실패한 감독 중 1명이 됐다.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 치러진 세 번의 월드컵이 있었다. 협회는 이중 두 번의 월드컵 준비 기간에 실패한 감독 선임을 반복했다. 2006년 독일 월드컵을 앞둔 조 본프레레,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을 앞둔 조광래 감독, 그리고 이번 슈틸리케 감독을 통해 그 사례는 세 번째로 늘어났다.

# 2002 한일 월드컵의 성공, 시작되는 감독 잔혹사

시계를 돌려 2002년 한일 월드컵으로 돌아가보자. 당시 한국은 한일 월드컵의 성공으로 축구 열기가 뜨거웠다. 월드컵에서 단 1승도 없는 팀이 4강에 진출했다. 축구 팬들의 보는 눈은 높아졌고 그에 따라 원하는 성과도 높아졌다. 어떻게 보면 부작용이라 할 수 있었다. 이후 어느 감독도 2002년의 성과를 내기 힘들었고 자연스럽게 높아진 팬들의 수준도 만족시키기 힘들었다. 협회의 선택은 움베르트 코엘류 감독이었다. 선수로서 포르투갈 레전드였고 유로 2000에서 포르투갈을 준우승으로 이끌었다. 네임 벨류로는 최상이었다. 하지만 모두가 알다시피 그는 쫓겨나듯 한국을 떠났다. 아시안컵 지역 예선에서 오만에 1-3으로 패했다. 이 경기는 훗날 '오만 쇼크'로 불릴 정도로 충격적인 패배였다. 그 전 경기에서는 베트남에 0-1로 졌다. 결국 협회는 결별을 선택했다. 그리고 데려온 감독이 조 본프레레 감독이다. 의문이 많이 남는 선택이었다. 코엘류 감독은 비록 성적은 내지 못했으나 거스 히딩크 감독도 포기한 '포백'을 적용시키는 등 내용에서는 소기의 성과를 거둿다. 많은 기회를 부여받지도 못했다. 하지만 그를 대신해 데려온 감독은 실력이나 이름값이 한참 떨어지는 본프레레였다. 코엘류 감독은 월드컵이 한참이나 남은 시점이라 월드컵을 앞두고 경질된 사례에 넣긴 힘들지만 이 역시 한국 감독 잔혹사의 대표적인 사례다.

# 월드컵이 눈앞, 잇따라 바뀌는 수장

본프레레 감독이 그 시작을 끊었다. 본프레레 감독은 이해할 수 없는 선수 운용과 전술로 비판 받았다. 독일과 평가전에서 3-1로 세계 축구 역사에 남을 이변을 일으키긴 했지만 이 경기 외에는 딱히 성과가 없었다. 월드컵 본선 진출을 성공시켰지만 비판 여론이 높아졌고 결국 협회는 월드컵이 1년도 남지 않은 2005년 8월 그를 경질한다. 협회는 본프레레를 대신해 다시 네덜란드 감독을 선임했고 그는 딕 아드보카트 감독이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월드컵 원정 첫 승이란 기록을 남겼고 월드컵이 끝난 후 곧바로 제니트 페테르부르크로 떠났다. 한편 본프레레 감독은 감독 지휘봉을 놓은 이후 언론과 인터뷰에서 협회가 선수 선발에 개입했다는 발언으로 논란이 됐다.

# 한 번 건너뛰었지만…'역대급' 논란의 시발점

2010년 남아공 월드컵은 이 사례가 없었다. 허정무 현 프로축구연맹 부총재가 2007년에 팀을 맡아 월드컵 예선부터 본선까지 이끌었다. 한 번은 건너뛰었다. 하지만 그 다음 월드컵인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을 앞두고 축구 팬은 물론, 한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사태가 발생했다. 허정무 감독이 지휘봉을 놓은 후 그 뒤를 당시 경남 FC 조광래 감독이 이었다. 조광래 감독도 불명예 퇴진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3차 예선에서 2승 1무의 호성적을 거둔 후 원정 2연전을 떠났다. 아랍에미리트에 2-0으로 이겼으나 내용은 졸전에 가까웠다. 비판 여론이 높아졌고 이후 레바논전에서 1-2로 지는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다. 이 경기 전까지 한국은 레바논에 진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이 패배로 한국이 속한 3차 예선 B조는 혼돈에 빠졌고 마지막 경기인 쿠웨이트전에서 질 경우 월드컵 본선 진출에 실패할 수도 있었다. 결국 협회는 조광래 감독을 해임했다. 그리고 이후 선택에서도 큰 잡음이 생겼다. 협회는 최강희 전북 현대 감독을 대표팀 사령탑으로 내정했다. 최강희 감독은 한사코 거절했지만 떠밀리듯 제안을 수락했고 최종 예선이 끝나는 2013년 6월까지가 임기라고 못박았다. 현 K리그 감독을, 그것도 감독 자리를 거절한 프로 팀 감독을 선임하자 '감독 빼오기' 논란이 일었다. 결과적으로 최강희 감독은 쿠웨이트전에서 승리하고 최종 예선을 통과한 후 전북으로 돌아갔다.

▲ 홍명보 감독
# 브라질 월드컵, 한국 축구의 몰락

최강희 감독은 그가 공언한대로 월드컵 본선 진출을 이끌고 최종 예선만 마친 후 전북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협회는 2012년 런던 올림픽 동메달 신화를 이룬 홍명보 전 올림픽 대표팀 감독을 성인 대표팀 자리에 앉혔다. 결과적으로 이 선택은 '최악의 한 수'가 됐다. 청소년 대표부터 올림픽 대표까지 아래에서 위로 차근차근 올라가는 젊은 지도자를 위험한 시기에 앉혔다는 비판이 있었다. 성적을 내기 힘든 시기에 무리해서 선임했고 이것이 젊은 지도자의 커리어를 단축시킬 수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 홍명보 감독은 당시 성인 대표팀과 접점이 없었다. 2007년 성인 대표팀 코치에서 물러난 후 연령별 대표팀만 맡았다. 그런 그를 당시 시점에 선임한 것도 좋은 선택이 아니었다. 하지만 협회는 밀어붙였다. 홍명보 감독은 선수 선발에 '원칙'을 내세웠다. 소속 팀에서 뛰지 못할 경우 선발하지 않겠다는 밝혔다. 하지만 이는 전혀 지키지지 않았다. 성인 대표 중 잘 아는 선수나 손발을 맞춘 선수가 없다보니 런던 올림픽에서 자신과 함께 한 선수들을 선발했다. 소속 팀에서 경기를 뛰던, 뛰지 않던 뽑았다. 발표된 월드컵 엔트리를 두고 당시 유행하던 '으리'라는 말과 합쳐서 '엔트으리'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이후 종목 불문하고 팬들이 납득하기 힘든 대표팀 엔트리가 나올 경우 '엔트으리'라는 말이 뒤따랐다. 홍명보 감독 선임 결과는 모두가 잘 알듯이 실패로 끝났다.

# 다시 낳은 실패, 슈틸리케호

슈틸리케 감독은 한일 월드컵 이후 월드컵을 앞에 두고 하차한 세 번째 감독이 됐다. 감독 초기 한국 축구에 대한 애정과 공정한 선수 선발 등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고 월드컵 2차 예선의 호성적으로 '갓틸리케'라는 별명까지 얻었지만 끝은 아름답지 못했다. 월드컵 최종 예선에 들어오면서 결과가 좋지 않았다. 잘 짜여진 '수비 축구'로 포장받은 그의 축구는 결과가 따라오지 않으면서 '이기지 못하는 축구'가 됐다. 이길 때는 큰 문제가 없었지만 지기 시작하면서 이전의 단점들이 부각됐다. 최종 예선에 들어가면서 슈틸리케 감독도 바뀌었다. 무색무취의 전술 비판은 전에도 있었지만 선수 선발에서도 늘 기용하던 선수만 쓰는, 이전과 180도 다른 태도를 보였다. 자신에 대한 비판을 수용하지 않고 여론과 척을 졌다. 협회는 중국에 0-1로 패한 후에도 유임을 결정했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변한 것이 없었다. 결국 카타르에 패한 후 그는 짐을 쌌다. 월드컵을 눈앞에 두고 하차한 감독의 사례만 추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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