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저 버나디나 ⓒ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박성윤 기자] 1할 또는 2할을 치던 외국인 타자들. 감독들은 꾸준히 기회를 주거나 재정비 시간을 줬고 어느덧 3할 또는 3할을 바라보고 있다. 팀에 완벽하게 녹아든 새로운 외국인 타자들은 이제 팀 핵심 선수가 됐다. KIA 타이거즈 로저 버나디나와 삼성 라이온즈 다린 러프가 주인공이다.

◆ 애매한 외국인에서 3할 타자 된 버나디나

버나디나는 영입 당시 부정적 시선이 많았다. KBO 리그에서 외국인 선수를 영입할 때는 대개 장타력이 있는 타자를 찾는다. 외야수 버나디나는 메이저리그 7년 동안 통산 548경기에서 28홈런밖에 치지 못한 타자다. 거기에 KIA 외야에는 최형우 나지완 신종길 김호령 김주찬 등이 버티고 있다. 버나디나 자리는 없어 보였다.

버나디나는 리드오프로 시즌을 맞이했다. 빠른 발을 이용한 도루 능력이 있었고 트레이드로 영입한 이명기와 짝을 맞춰 테이블세터로 나섰다. 개막전부터 4월 마지막까지 버나디나는 타율 0.258 1홈런 9타점 9도루를 기록했다. 볼넷보다 삼진이 많았다. 빠른 발만으로는 리드오프 타자가 될 수 없다. 개선이 필요했다.

적응기를 보낸 타자라고 생각했을 때는 나쁘지 않다고 볼 수 있으나 방망이 기복이 심했다. 5월 중순 타율은 0.234까지 떨어졌다. 버나디나 타율이 오르기 시작한 경기는 지난달 16일 LG 트윈스와 3연전. 버나디나는 12타수 5안타(1홈런) 4타점으로 활약했다. 꾸준히 상승 곡선을 그린 버나디나는 타율 0.283으로 5월을 마쳤다.

6월 더위가 찾아오며 버나디나는 더 뜨거워졌다. 6월 15경기에서 3안타 경기를 6번이나 치렀다. 멀티히트는 7번이다. 5월에는 홈런 5개를 쳤는데 6월에도 5개를 쳤다. 아직 6월은 남았다. 4월 맹타와 부진을 반복하며 1번과 7번 타순을 오갔던 버나디나는 지난 4일 삼성과 경기부터 11일 넥센과 경기까지 6경기에서 3안타 5번을 쳤고 김주찬 나지완이 나섰던 3번 타자로 출전하고 있다.

최근 좋은 타격에 대해 버나디나는 "전반적으로 적응의 문제였고 생각한다. 스윙도 연습을 많이 했다. 경기하면 할수록 좋아지고 있다. 영상을 보면서 공부를 많이 했다. 전반적으로 효과를 보고 있는 것 같다"며 최근 활약에 대해 짚었다. 오르락내리락했던 타자는 현재 타율 0.306 11홈런 43타점 14도루를 기록하고 있다. 이제 KIA에 없어선 안 될 타자가 됐다.
▲ 다린 러프 ⓒ 한희재 기자

◆ 1할 타자 어느덧 3할 눈앞, 다린 러프

"강한 스윙을 하고 강한 타구를 날린다." 삼성 김한수 감독이 외국인 타자 다린 러프 장점을 언급할 때 늘 쓰는 말이다. 현대 야구에서 타자를 평가할 때 타율이 아닌 강한 타구 생산 능력을 본다. 타자 능력은 인플레이 타구를 만드는 것이고 안타 여부는 수비 위치와 타구 질에 따라 달라진다는 이론이 신뢰를 얻었다. 이론과 김 감독 말을 섞으면 러프는 좋은 외국인 타자다.

그러나 시즌 초 운이 따르지 않았다. 지난 4월 12일 기준으로 러프 BABIP(인플레이 타구 안타 비율)가 0.053였다. 운이라는 요소가 있는 BABIP는 평균에 수렴한다는 게 통설이다. BABIP가 평균적으로 오르기 바라면 되는 일. 그러나 그사이 러프는 자신감을 잃었다. 러프는 4월 21일까지 타율 0.150을 기록했다. 김한수 감독은 "러프가 강한 스윙을 하지 못한다. 자신감을 잃었다"며 퓨처스리그로 내렸다.

러프는 10일 채우고 지난달 2일 1군에 복귀했다. 복귀 날 상승세를 만들었다. 2일 두산 베어스와 홈경기. 러프는 4번 타자 1루수로 선발 출전했다. 5-5로 경기는 연장전에 접어들었다. 러프는 10회말 1사 주자 없을 때 타석에 들어서 두산 투수 이현승 초구를 받아쳐 개인 커리어 첫 끝내기 홈런을 날렸다.

이후 러프는 승승장구했다. 팀 공격 흐름을 번번이 끊어먹던 타자는 "딱!" 울리는 강한 타격음과 함께 총알 같은 타구를 만드는 타자로 변했다. 때로는 직선타가 되고 때로는 야수 글러브에 걸리지만 강한 타구 생산은 멈추지 않고 있다. 러프는 19일 기준으로 타율 0.291 11홈런 47타점이다. 홈런과 타점은 팀 내에서 2위다. 1위는 구자욱으로 14홈런 50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KBO 리그 1군 엔트리에 외국인 타자는 6명이다. 두산 닉 에반스와 한화 윌린 로사리오를 제외하면 신입생은 4명. 4명 가운데 시즌을 처음부터 시작한 선수는 2명이다. 그 2명이 버나디나와 러프다. 계륵이었던 두 외국인 타자는 타국에서 펼쳐진 생존 경쟁에서 힘든 적응기를 거쳤고 끝내 살아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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