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정. ⓒSK 와이번스
[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신(新)타고투저의 시대가 찾아왔다. 18일 5개 구장에선 무려 22개의 홈런포가 쏟아졌다. 경기 당 4개가 넘는 수치다.

확실히 전체적인 팀 타율도 오르고 있다. 전체 타율 2할7푼2리로 시작된 2017시즌은 5월들어 2할8푼3리로 타율이 올랐고 6월에는 2할9푼7리를 기록중이다. 이미 타고투저가 극에 달했던 지난 해 페이스를 되찾고 있다.

전문가들은 계절적 영향과 스트라이크존을 주요 이유로 꼽는다. 투수들이 이른 더위로 체력적인 부담을 갖게 됐고 넓어졌던 스트라이크 존도 결국 심판들의 옛날 존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것이 분석의 이유다.

하지만 두 가지 이유만으로 지금의 신 타고투저를 설명할 수는 없다. 타자들의 기술적 진보 없이는 이뤄낼 수 없는 변화들이기 때문이다.

A와 B팀 주전 포수들은 "스트라이크 존이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지적도 있지만 일반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 여전히 지난 해 보다는 넓은 존이 유지되고 있다. 여전히 투수들에게 보다 유리한 환경인 것 만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대신 타격,투구 추적 시스템인 트랙맨 데이터를 살펴보면 유의미한 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

지난 해 부터 월별로 타자들의 타구 발사 각도를 조사한 자료다. 타구의 속도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눈에 띄는 것은 발사 각도다. 지난 해 4월 평균 24.61도였던 타구 발사 각도는 올 시즌 6월 30.17도까지 크게 높아졌다. 무려 6도 가까운 변화다.

더 의미 있는 것은 평균 발사각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타자들이 발사 각도를 높이기 위해 애를 쓰고 있고 그 결과가 타구 각도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난 해 24도 정도를 이뤘고 올 시즌엔 점차 각도가 높아지고 있다. 넓어진 스트라이크 존과 투수들의 신무기에 대응하기 위해 노력한 것이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홈런 타구 분석에서도 비슷한 경향이 드러나고 있다. 지난 해 4월 분석한 평균 홈런 각도는 26.62도였다. 그러나 올 시즌 6월엔 28.18도로 높아졌다. 타구 평균 속도는 오히려 4km정도 느려졌지만 발사각도가 높아지며 비슷한 홈런 추이를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빠른 타구를 날리는 것 보다 이상적인 각도로 타구를 날리는 것이 중요함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메이저리그의 기록을 봐도 좋은 타구 각도가 따로 있다는 조사가 나왔다. 타구 추적시스템에 따르면 라인드라이브성 타구인 발사각 10~15도가 아닌 25~35도 사이 타구가 더 높은 타율, 장타율, OPS(출루율+장타율)을 기록했다.

투수들의 기술이 진화하며 이를 뛰어넘기 위한 타자들의 노력이 뒤를 이었고 그 결과가 타고투저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한국 타자들의 분투는 평균 발사각의 변화에서도 느껴볼 수 있다. 지난 해 4월, 타구 평균 발사각은 6.84도였다. 하지만 1년이 조금 지난 올 시즌 6월엔 12.57로로 높아졌다.

이는 홈런 타구나 안타 평균 발사각의 변화를  뛰너넘는 수치다. 두 배 가까운 수준으로 평균 각도를 높였다는 뜻이 된다. 그만큼 극단적으로 타격 매커니즘이 변하고 있고 이런 노력이 신 타고투저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안타의 각도가 낮게 잡힌 것은 땅볼 안타도 있기 때문이다.

타격 코치 출신으로 인정 받는 타격 이론가인 심재학 넥센 수석 코치는 "예전엔 레벨 스윙을 강조했었다. 하지만 과거의 레벨 스윙 만으로는 최근 달라진 투구 패턴을 대응하기 어려워졌다. 어느 순간 부터는 어퍼 스윙이 이뤄져야 달라진 투구를 대응할 수 있다. 이전엔 직구와 슬라이더 정도만 대응하면 됐다. 하지만 이젠 투심 패스트볼 스플리터 등 직구처럼 들어오다 마지막에 종으로 떨어지는 공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런 공들을 치기 위해선 일정 스윙 과정에선 어퍼 스윙을 해야 한다. 많은 팀들이 이런 이론으로 무장하고 투수들을 공략하고 있다. 타구를 빨리 날리려는 노력 보다 좋은 각도를 만들기 위한 노력들이 힘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좋은 타구 각도를 만들기 위한 노력은 여러 팀에서 이뤄지고 있다. 역시 타격 코치 출신인 김한수 삼성 감독은 선수들에게 좋은 각도를 만들라고 주문하고 있다. 양상문 감독이 병살타가 많은 이유에 대한 분석으로 내 놓은 "타자들이 지나치게 플라이 타구를 만들려고 하다보니 공의 윗 부분을 쳐 찬스에서 땅볼이 더 나왔다"는 말 속에서도 타자들이 플라이성 타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이상적인 타구 발사각을 만들려는 타자들의 반격은 일정 수준 이상의 성공으로 돌아오고 있다. 투수들이 버텨내기 위해선 또 다른 진화가 필요해졌다. 스트라이크 존과 계절적 영향만을 바라보고 있으면 타자들의 반격을 이겨내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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